심판원, "남편 명의 주택 증여 받은 것, 세금 당연하다"
대한민국은 '조세법률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명확한 법령으로 규정되어 있다면 누구도 예외 없이 세금을 내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개개인의 '딱한 사정'은 과세의 걸림돌이 되지 못하는게 현실.
수 년 동안 남편의 '망나니' 행태를 견디다 못해 이혼을 결심, 이혼에 앞서 자신의 재산권을 확보해 놓으려던 전직 여교사의 딱한 사정도 이처럼 법령에 따라 기능하는 과세행정 앞에 정상참작을 받지 못하고 말았다.
국세심판원은 16일 30여년 동안을 교사로 근무해온 A씨가 3900여만원의 증여세를 부과·고지한 국세청을 상대로 제기한 국세심판청구를 기각시켰다고 밝혔다.
심판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994년 아파트를 분양 받아 자신의 남편인 B씨 명의로 소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남편 B씨의 상식 밖의 행태에서 비롯됐다.
지난 1981년 A씨와 결혼한 남편 B씨는 교사생활을 했던 A씨와 달리 별다른 직업 및 수입이 없이 사실상의 '백수'생활을 했던 것. 게다가 결혼 후 수시로 외박을 하고 술에 취해 가재도구를 때려부수는 등 '만행'을 일삼았다.
이마저도 모자라 B씨는 가족들을 추행하는 한편 A씨 소유의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술값으로 탕진하기도 했던 것. 이에 A씨는 이혼을 결심, 지난해 초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이혼소송 제기 직전 A씨는 B씨 명의로 되어 있던 아파트를 자신의 명의로 환원한 뒤(증여를 원인으로 소유권 이전등기) 지난해 5월 말 5억9900만원을 받고 처분했다. 그러나 국세청은 A씨가 아파트를 증여 받았으면서도 증여세를 내지 않았다며 3900여만원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A씨는 "아파트 분양대금 등은 교사근무시 받은 근로소득으로 납부한 것이고 계속된 남편의 생활력 미비 등을 견디다 못해 사전 방지차원에서 아파트 소유권을 실질 소유자 명의로 환원한 것이기 때문에 증여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과세불복을 제기했다.
심판원은 이에 대해 "문제가 된 아파트의 소유권 이전 등기원인이 명의신탁해지가 아닌 증여이므로 이를 번복하려면 당초 취득과정에서의 자금출처 등을 증명할 수 있는 증빙을 제시해야 한다"며 "그러나 A씨는 이를 증명하지 못했고 분양계약서에 남편 B씨가 분양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판원은 이어 "설령 A씨의 자금으로 쟁점아파트를 취득했다고 하더라도 당초부터 남편에게 증여한 것인지 아니면 명의신탁한 것인지가 확인되지 않는 점을 종합해 볼 때 국세청의 판단은 잘못이 없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