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예비 직권조사 완료‥현지조사 곧 착수
"포털 사이트들을 두고 '사자'니 '호랑이'니 하지만 네이버가 진짜 호랑이라면 우리는 종이 호랑이 수준이다. 공정위 조사나 국세청 세무조사 같은 폭우가 내리면 우리는 대처도 못해보고 홀딱 젖어버리는 신세가 될 것이다"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주요 포털을 중심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불공정거래행위 조사가 한창인 가운데 시장 점유율 3대 대형포털에 비해 떨어지는 한 포털사이트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와 '미증유(未曾有)'의 위기에 속하는 국세청 세무조사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포털들 재무제표만 유심히 살펴봐도 알 것이다. 몇 몇 포털들을 빼고는 이제 막 적자를 벗어났거나 아주 조금의 이익만 났을 뿐"이라며 "공정위 조사나 세무조사는 언론을 통해 전해만 들었을 뿐 우리에겐 '남의 이야기'"라고 전했다.
□ 공정위, 불공정거래행위 등 조사 '포털' 길들이기(?) =포털(Portal)은 사전적인 의미로 '현관' 또는 '관문'을 뜻하는 것으로 포털 사이트란 집안으로 들어갈 때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현관처럼 네티즌들이 인터넷에 접속할 때 늘 거치도록 만든 사이트를 의미한다.
그러나 IT 기술이 발달하고 네티즌들의 욕구가 많아지면서 포털 사이트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즉 포털 사이트들이 지나가는 현관 역할에서 포털사이트 안에서 모든 것이 해결되도록 '거대한 하나의 집'으로 변모해, 웹사이트 이용자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모아 놓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포털들의 '정보의 독식'이 컨텐츠제공업체(CP)들의 설자리를 줄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실례로 모 유명 포털은 인기가 없는 컨텐츠를 제공하는 업체들과의 거래조건으로 수익의 90%는 포털이 가져가고 나머지 10%는 컨텐츠를 제공하는 업체가 가져가는 식의 '불형평' 거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컨텐츠제공업체(CP)들은 포털에 컨텐츠를 제공하지 못할 경우 그나마 이익도 챙길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제 살 깎아 먹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
현재 공정위는 이 같은 대형 포털 사이트와 콘텐츠를 제공하는 중소업체 간 불공정거래, 독과점 지위 남용 여부 등에 대해 관련 T/F팀까지 구성, 직권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대형 포털사이트에 대한 예비조사는 끝난 상황으로 곧 현지조사에 착수할 것"이라며 "구체적 시기는 밝힐 수 없지만 포털사이트의 독과점 문제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살펴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포털 사이트 관계자는 "최근 CP와의 관계에 대해 대외적인 지적이 많아 이번 기회에 포털 사이트들에 대한 전방위 조사가 이뤄질 것 같다는 것이 업계의 분위기"라며 "현재 공정위 조사가 임박한 것으로 알고있으며 조사를 대비하기 위해 준비중에 있다"고 전했다.
□ 주요 포털-수 천억대 매출‥설립 이후 '세무조사'는 전무 =공정위 조사 진행과는 별도로 포털 사이트들에 대한 세무조사 실시 여부가 정치권과 정부 일각에서 거론되면서 업계의 긴장감이 더해지고 있다.
포털 사이트들에 대한 세무조사가 화두로 떠오는 건 지난 달 29일 열렸던 한덕수 국무총리의 인사청문회에서 불거져 나왔다.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은 "몇 천 억대의 광고 매출을 올리는 대형포털이 코스닥 등록 이후 세무조사 조차 받고 있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며 한 총리에게(당시 총리 지명자) 포털사이트에 대한 세무조사를 촉구했다.
직접적인 거론은 없었지만 코스닥에 등록된 주요 포털의 경우 지난 2006년 기준으로 네이버 5733억원, 다음 4608억원 등 커다란 '외형'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네이버와 다음 등은 지난 90년대 말 설립된 이후 적잖은 성장을 이뤄냈지만 아직 법인세 정기조사 등 세무조사와는 인연을 맺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야후, 네이트, 엠파스 등 주요 포털 관계자들은 이와 관련해 설립 이후 한 차례도 세무조사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포털 세무조사와 관련해 네이버 관계자는 "지금까지 한 번도 세무조사를 받지는 않았고 아직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 일단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 관계자는 "95년 설립이 후 99년에 코스닥에 등록했으며 그 이후 아직까지 세무조사를 받은 적이 없다"며 "아직 세무관계 등에서 특별한 문제점이 없어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네이트닷컴과 엠파스를 운영 중인 SK커뮤니케이션 관계자도 "아직 외부 기관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 '긴장감' 감도는 업계-"과도한 규제, 시장 어렵게 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포털사이트를 대상으로 하는 공정위 조사와 미증유의 세무조사 압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 포털 사이트 관계자는 "정부부처에서 너무 규제를 심하게 하려는 것 아니냐"며 "포털 사이트들은 이제 막 발전하는 단계인데 (정부의)과도한 규제와 세무조사가 포털 사이트 시장을 어렵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 회사의 경우)외부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매출도 많지 않다. 일반적인 대기업은 매출 2조원이 넘어야 하지만 우리는 이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외부에서 너무 대단하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29일 인사청문회에서 "모든 기업들이 적절한 주기를 가지고 세무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에 대형 포털들도 예외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국세청으로 하여금 (세무조사 여부를)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었다.
이와 관련해 국세청 관계자는 "(정기)세무조사를 하려면 일단 대상선정이 이뤄져야 하고 대상선정은 전산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임의로 조사를 할 수 없다"며 "(전산을 통해)대상으로 선정된다면 세무조사가 당연히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