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 "세제 여건 불안정, 도입은 시기상조"
소득세 과세구간의 기준금액을 물가상승률에 연동하는 '소득세 물가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소득세 물가연동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 데 이어, 차기 대선주자인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도 근로자를 위한 감세정책의 일환으로 이 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22일 발표한 것.
소득세 물가연동제란 소득세 과표구간, 세율, 각종 공제제도 등을 물가에 연동시켜 자동적으로 조정하는 제도로서 미국, 캐나다, 아일랜드, 뉴질랜드 등 여러 나라에서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물가가 상승해 명목소득이 증가할 경우 소득세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완화해주는 효과가 있으며, 미리 정해진 일정한 원칙에 소득세제가 운영되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과정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장점이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세제정책을 담당하는 재정경제부에서는 소득세 과표구간을 물가에 연동하는 대신 각종 공제를 확대하고 소득세율 인하 조치를 취하는 등 세부담 경감조치를 취해왔으며, 외국에 비해 과표구간이 불리하지 않기 때문에 물가연동제 도입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 소득세 물가연동제, 사실상 '감세 정책' =소득세 물가연동제는 물가가 오르면 과표구간도 일정 비율 높게 조정해 세부담을 줄여주고, 반대로 물가가 내리면 그만큼 과표구간을 낮춰 세금을 더 걷는 제도다.
사실상 물가는 매년 오르고 있기 때문에 이 제도는 감세 정책의 하나로 꼽히며, 특히 지난 1996년 이후 물가는 40% 가량 상승했지만 소득세 과표구간이 한번도 조정되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최근 소득세 관련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정부는 그동안 소득세율 인하와 공제확대 등 거의 매년 이뤄지는 소득세법 개정을 통해 물가상승으로 인한 가구의 소득세 부담을 완화하고 있지만, 과표구간을 물가에 연동하는 방안은 아직까지 시행한 적이 없다.
미국의 경우 매년 소비자물가지수를 사용해 만든 생계비지수를 기준으로 과표구간의 기준금액 및 각종 공제의 구간이나 공제기준금액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변화시키고 있으며, 물가상승률을 적용한 명목적인 구간이나 금액은 매년 세액을 계산하기 전에 정부에서 발표하고 있다.
캐나다의 경우도 미국과 같이 소득세를 물가에 완전 연동하는 방식을 도입해 시행하고 있으며, 아일랜드와 뉴질랜드 등 여러 나라에서도 일부 물가연동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재경부, "소득세 물가연동제 도입은 시기상조" =22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득세 물가연동제를 도입해 물가상승으로 인한 근로자의 소득세 부담을 경감해주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경부에서는 우리나라의 실정에서는 소득세 물가연동제 도입을 논의하기에 아직 이른 측면이 있고, 세수감소분에 대한 대안도 마땅치 않기 때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세제는 정치권과 각계의 의견에 따라 변동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미국처럼 안정된 소득세 물가연동제를 도입하기 힘들다"며 "세수가 줄어드는 부분에 대해서도 마땅한 세원확보방안이 없어 현실적으로 힘든 제도"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소득세 물가연동제를 도입하고 각종 공제를 줄인다면 고소득층보다도 저소득층에 대한 혜택이 더 줄어들게 된다"며 "같은 10만원이라도 고소득자와 저소득자가 느끼는 공제액은 다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전승훈 국회 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은 "기본적으로 물가에 대한 납세자의 경제적 세부담을 중립적으로 만들어놓고 정부가 재량적으로 세제를 운용해나가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며 "만일 도입한다고 결정되면 현행 공제제도와 세율 등에 대해서도 손을 봐야하기 때문에 더욱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