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개편안은 최근 유류 가격상승에 따라 유류세율을 낮춰주자는 요구와는 무관하게 지난 2001년부터 정부가 실시해온 경유사용 억제대책의 마무리 수순으로 해석된다.
전체 유류세율 인하에 대해서는 가격인하효과로 나타날지 불확실하고, 세율도 외국에 비해 높지 않기 때문에 절대 '不可'하다는 입장이다.
김석동 재경부 제1차관은 지난 주 정례브리핑에서 "유류 관련 세금을 인하하면 세수가 크게 감소하지만 가격인하 효과 자체는 여러 중간단계를 감안할 때 불확실하다"며 "세율 인하보다는 시장원리에 맡겨야 한다"고 밝혔다.
임종룡 경제정책국장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이 이미 자율화 돼 있기 때문에 세율을 인하하는 만큼 가격 인하효과가 나타날지 불투명하다"며 "유류 관련 세금을 조금만 낮춰도 국가 재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세율을 인하하면 세수감만 클 뿐, 정유업계와 주유소의 마진 챙기기를 통해 소비자들이 실제로 유류 가격인하의 혜택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4일 재경부에 따르면 유류세율을 10% 인하할 경우 약 1조9000억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으며, 이로 인한 휘발유 및 경유의 가격인하 효과는 각각 리터당 80원, 55원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가격인하 효과는 단지 유류에 붙는 세금이 줄어드는 것이고, 실제 소비자가격에는 차이가 있다는 게 재경부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세율을 올리면 정유사들은 오른 만큼 소비자가격에 즉각 반영하겠지만, 반대로 세율을 내릴 경우에는 소비자가격을 쉽게 인하하지 않고 이익을 챙기게 된다는 논리다.
그동안 재경부는 유류세율 조정을 통해 휘발유와 경유 등의 소비자가격을 맞춰왔다.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 비율을 100:85로 맞추기 위해 교통세와 주행세 등의 ℓ당 세금을 올리거나 내려왔던 것.
특히 재경부는 이번 에너지 세제개편방안에서 LPG의 세율을 ㎏당 36원 인하해 이로 인한 소비자가격은 39원 정도 내려간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재경부 관계자들의 말대로라면 이번 LPG의 세율인하도 세수감만 생길 뿐 소비자가격인하 효과로 나타나지 않을 수 도 있다.
즉 에너지 세제개편방안에서는 LPG의 세율을 내린 만큼 소비자가격이 인하될 것이라고 하면서, 휘발유세율을 포함한 유류세율을 내리면 가격인하 효과로 나타날지 확실치 않다는 주장은 또 무슨 주장인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유류세율을 인하했는데도 소비자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정유사의 유통구조와 마진을 철저히 조사해 가격이 내려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일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 관계자들은 세율인하가 세수감소만 초래하고 소비자들은 혜택을 보지 못할 것이라는 이상한 논리로 국민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