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에서 '뉴 라이트'는 자신이 진보라고 믿으면서 그 자리에 선 채 전선의 저편으로 이동한 사람들, 노무현이나 주류층이 된 노동조합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20주년을 맞아 열린 '민주화 20년, 문화 20년 상상변주곡'의 여덟번째 토론회가 7일 서울시청 앞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강당에서 개최된다.
발제자인 이진경 서울산업대 교수는 미리 배포된 자료를 통해 6월항쟁 이후 한국사회는 민주-반민주의 대립구도에서 다수(주류)-소수(비주류)의 대립으로 변화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민주 진영에 서 있었으나 현재는 다수에 속한 그룹으로 노무현 대통령과 대기업 노조를 지목했다.
"왜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이 선택한 정책이 그렇지 않은데도 자신이 진보라고 믿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그가 독재정권과 투쟁하던 민주진영의 일원으로서 자신이 싸우던 곳에 그대로 서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그가 걸핏하면 내세우는 '도덕적 정당성'은 선거에 의해 선출됐다는 사실보다는 민주진영에 서 있다는 사실에 대한 자평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고 해도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선이 이동해버렸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한국 사회를 새롭게 가르는 선의 기준으로 '양극화'를 제시했다. 양극화의 시각에서 노 대통령은 다수 진영에 속해있다는 주장이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양극화는 고전 마르크스주의 계급이론에서 말하는 양극화와는 크게 다르다. 고전계급이론에서 양극화는 중간계급이 일부 소수는 부르주아계급으로, 대다수는 프롤레타리아계급으로 분해되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는 양극화는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 두 계급으로의 분해가 아니라 각계급의 내부에서 조차 진행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영업이익율은 1998년 각각 6.5%와 5.2%에서 2004년에는 9.4%와 4.1%로 벌어졌으며 전체 임금 가운데 중소기업 노동자에게 지불된 임금의 비율은 1998년 76.2%에서 2003년 65.8%로 줄었다.
이 교수는 "이처럼 노동자 내부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확보한 주류적인 노동자와 불안정한 생활을 감수해야 하는 소수적인 노동자의 분할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노동운동 자체도 경제적 양극화의 선을 따라 분할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정규직 노동자의 배타적 태도나 노동조합 간부의 비리 사건은 더 이상 노동운동이 자본주의의 고질적 병폐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것.
군부독재에 반대한 민주인사라는 것이나 노동운동에 투신했다는 것이 더이상 진보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가 될 수 없으며 노무현 정권의 아이러니도 전선의 변화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
한국사회를 가르는 지형자체가 20년 전과 다르다면 무리하게 오늘날의 현실을 6월항쟁과 연결할 필요도 없다.
이 교수는 "20주년 기념의 형식으로 현재를 6월항쟁과 연결하기보다는 차라리 1987년과 현재 사이에 존재하는 단절과 변환을 포착하는 것이 필요한 게 아닐까? 그것이 6월항쟁의 정신에 더 충실한 것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