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체납액은 매년 말 4∼5조원대를 기록한다. 이를 정리하기 위해 국세청은 이듬해 내내 몸부림치곤 한다. 사실 별 뾰족한 대책이 없는 고질병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이번에 설정한 목표가 제대로만 달성된다면 체납정리 인력을 다른 부서로 이동시킬 수 있는 등 국세청의 부족한 인력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전기가 될 것으로 보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9월 이후 일선세무서 체납전담 부서인 징세과를 없애고 세원관리과로 세금의 부과·징수업무를 일원화 한 결과 신규발생 체납액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는 데다 이번 국세청의 의지가 예사롭지 않아 목표 달성이 어렵지 많은 않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해마다 이어져왔던 체납세금을 한꺼번에 정리하려다 보니 지방국세청을 비롯한 일선세무서의 과중한 업무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일선세무서에선 "체납세금정리 전담부서인 '징세과'가 없어져 세원관리부서에서 세금의 부과와 징수업무를 동시에 하고 있다"며 "사상최고 수치인 무려 492만명의 소득세신고 업무가 끝나자마자, 체납세금정리라는 더 큰 과제가 떨어졌다"며 아우성이다.
특히 국세청 세수비중이 높아 그만큼 체납액도 많은 서울지방국세청은 6월을 '체납정리 특별기간'으로 정하고 연일 일선세무서를 재촉하고 있다.
14일에도 체납정리실적이 부진한 시내 6개 세무서장들을 일시 소집해 주의를 당부했으며, 24개 세무서의 매일매일 정리실적 순위를 매긴 뒤 부진한 세무서는 별도보고를 받는 등 '군기'를 바짝 다잡고 있다.
이날 소집된 6명은 동대문·용산·반포·도봉·삼성·남대문세무서장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에는 오는 6월말 명예퇴직이 예정돼 있는 세무서장도 2명이나 포함돼있다. 수십년 국세청에서의 공직생활을 마감 할 시점이 불과 보름여 남은 서장들도 예외 없이 불려와 대책을 추궁당하고 있는 것.
서울청은 이와 함께 다음 주에는 특히 실적이 부진한 세무서를 대상으로 김영근 납세지원국장이 직접 방문해 체납정리를 독려할 예정이며, 이어 월말에는 오대식 서울지방국세청장이 직접 일선을 순시하기로 하는 등 체납정리에 매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관계자는 "서울청의 경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제이유·론스타가 체납을 하고 있고, 늘 체납서열 상위에 랭크된 한보 등이 있어 체납정리가 특히 어렵다"며 "노력은 하고 있지만 시간이 촉박하고, 도저히 불가능한 곳이 있어 목표 달성은 사실상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세원관리과 직원들의 경우 과거에는 입력실로 통할 정도로 처리할 자료가 집중된 곳"이라며 "세원관리를 위한 자료처리 등 고유한 업무가 있는 상황에서 체납업무까지 주어져 직원들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