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하고 불합리한 것은 나서서 개선해야죠! 가만히 있으면 뭐가 바뀝니까?"
관세청 내 가는 부서마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제도를 개선하고, 불편하고 불합리한 방식은 고쳐서 실제 행정에 반영하게 하는 아이디어맨이 있다.
김포세관의 조사심사과에 근무하는 김병중 계장이 주인공(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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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장은 1980년 관세직 9급공무원으로 공직에 발을 디딘 후 각종 아이디어로 관세행정의 불편을 해소하면서 1988년 근정포장, 1994년 국무총리표창, 2003년 대통령표창 등 정부표창만 19차례 수상한 아이디어맨이다. 화려한 수상경력이 말해주듯 그가 제안한 아이디어는 대부분 관세행정에 그대로 반영돼 지금까지도 일선세관에서 운영되고 있다. |
□ 김병중이 고치면 관세청이 고친다
그가 처음으로 이룬 성과중의 하나는 바로 입국신고서 작성의 단순화였다.
최근 다시 부활하기도 한 입국신고서는 과거에는 법무부에서 하나, 세관에서 하나 이렇게 두 가지의 신고서를 작성해야만 했다.
문제는 주로 신상명세를 작성하는 두 가지 신고서 내용에 큰 차이가 없어 중복작성의 불편함이 있었던 것.
김계장은 이것을 두 번쓰지 말고 한번쓰고 복사하는 방식으로 해결하자고 제안했고 또 전산입력시에도 법무부와 공유해 한번만 입력하면 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김계장은 김포세관에서 근무하던 1988년 이 방안을 공무원들이 제도개선안을 내 놓는 공무원중앙제안제도에 제출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져 신고서작성이 간소화됐다.
신고서간소화방안은 근정포장을 받았고 이것을 계기로 김계장은 특별승진도 하게 됐다.
그는 최근에는 이 신고서 작성자체도 자동으로 작성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중이다.
김계장은 "법무부에서는 신고서를 폐지했는데 세관에서는 최근 테러위험 때문에 오히려 부활했다"며 "항공사 마일리지 카드를 이용해 출국할 때 인적사항이 적힌 내용을 출력해서 주고 사람들은 해외로 나갔다가 돌아올 때 그것을 그냥 제출만 하면 되도록 하는 방법을 7월중 고안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고민을 계속해, 지속적인 아이디어를 재생산해내고 있는 것.
그는 또한 최근에는 2006년 10월 현금체크카드로 해외여행객 세금납부방법을 고안 시행해 현금이 없는 여행객도 세금을 간편하게 납부할 수 있도록했고, 2007년 1월에는 입국장내 외국어동시통역시스템을 도입해 세관직원과 외국인간의 언어소통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그의 아이디어로 현재 추진중인 행정개선안만 세가지로 관세행정 선진화에 일조하고 있다는 평가다.
□ 관세율표를 시로 만들다…공직에서 피운 문학인의 꿈
김병중 계장의 원래 꿈은 문학인이 되는 것이었다. 동국대 국문학과에 입학했지만 유신시절 시위대에 합류하면서 대학을 중퇴했다. 이후 방송통신대 국문과, 중앙대 예술학 석사 등으로 만학의 꿈을 이뤄냈다.
애초부터 문학인으로 길을 가려했으나 부모님의 반대로 관세공무원으로 전향할 수 밖에 없었던 그는 "공직생활을 시작하면서도 한동안 바지 뒷주머니에 사직서를 꽂고 다닐 정도로 문학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그는 환경을 이겨내고 원하는 일을 해내는 재능을 가진 사람이었다.
1994년 시로 쓴 관세율표 '아흔 아홉번의 맞선 그리고 자리보기'라는 시집은 그를 방송출연까지 하게 할 정도로 유명인사로 만들었고, 재판(再版)을 하면서 베스트셀러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단순하고 딱딱한 관세율 분류표를 시로 만든 것.
김계장은 "관세율표에 1부터 99류까지 분류가 되는데 여기에는 이세상 만물이 다 들어 있다"며 "까다롭고 접근이 어려운 부분이지만 좀 쉽게 알게하자는 뜻에서 시를 쓰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후에도 그는 세관생활을 하면서 창작활동을 계속했다. 물론 관세청과 무관한 내용은 아니었고 오히려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승화시켰다.
2004년에 그가 발간한 X-Ray판독교재는 지금은 관세국경관리연수원에서 X-Ray관련업무에 대한 교육자료로 사용하고 있는 책자이다.
이 책자 역시 그가 인천공항세관에 근무할 때 정보분석과 반장들의 도움을 받아서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해서 3개월 여간 작업한 끝에 만들어졌다.
그가 2005년에 만든 '누드공항'이라는 책은 공항과 세관에서 일어나는 각종 에피소드를 담아 재미있는 읽을거리가 되기도 했다.
김계장은 "이것저것 나서서 하는 것에 대해 '그냥 가만히 있지' 하는 사람도 있다. 내가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만큼 다른 사람이 일을 안한다고 비춰질수도 있기 때문에 항상 조심스럽다"고 말해 이러한 성과가 결코 쉽게 얻어지지 않았음을 내비췄다.
"'김계장'보다는 '김시인'이라고 불러줄 때 더 기분이 좋다"는 그의 마지막 계획은 밀수현장을 생생히 담은 '밀수'라는 소설을 쓰는 것.
1980년 인천항 어느 초라한 초소에서 밀수를 적발하던 신참세관원 김병중이 담아낸 생생한 소설 '밀수'를 기대해 좋을까.
□김병중 계장은?
1955년 경북 문경에서 태어나 문창고, 동국대(중퇴), 방통대 국문과를 졸업했으며 1980년 관세직 9급을 시작으로 인천세관, 김포세관, 안산세관, 인천공항세관을 거치며 심사, 휴대품, 수입·수출, 감사 업무 등을 두루 섭렵했다.
현재 김포세관 조사심사과에 계장으로 재직중이며 한국문협, 한국시협 및 한국시문학회 회원으로도 활동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