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건 미비로 2004년 도입 무산
조세회피 안전장치 마련, 상법개정안과 병행추진
세제·세정 혼란 최소화 관건…일몰없는 조특법으로 규정
정부가 지난 2004년 도입을 추진하다가 관련 규정 미비에 따른 분쟁 및 조세회피 우려 등의 반대여론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는 '파트너십 과세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파트너십 형태의 회사인 합자조합(Limited Partnership)과 유한책임회사(Limited Liability Company)제도를 도입한다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의 입법 절차가 진행중이기 때문에 더 이상 파트너십 과세제도를 미룰 수 없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재정경제부는 올해 초 '2007년 경제운용방향'을 발표하면서 상법개정안과 연계해 파트너십 과세제도와 관련한 입법작업을 올해 안으로 완료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데 이어, 지난 3월부터 국세청, 조세연구원 및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T/F를 구성해 제도 도입을 추진해왔다.
재경부는 19일 '파트너십 과세제도 도입방안'에 대한 공청회를 3년만에 다시 열고, 각계 의견을 수렴해 관련 조세특례제한법 등의 입법작업을 거쳐 2009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2004년 왜 도입 무산됐나?=파트너십 과세제도는 인적회사 형태인 2인 이상의 조합, 합명·합자회사, 합자조합, 유한책임회사 등에 대해 파트너십 단계에서 발생한 소득에는 과세하지 않고, 파트너의 소득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제도다.
법인과 개인의 중간형태인 파트너십에 대해 이중과세를 배제하는 이 제도는 미국과 영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도입해 시행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선진형 조세제도로 꼽히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4년에도 기업과세 선진화를 위해 파트너십 과세제도의 도입을 추진했으나, 파트너십의 개념 및 범위에 대한 민·상법상 규정이 미비해 법적 분쟁의 소지가 있고, 조세회피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반대여론에 휩싸이자 도입을 전면 유보했다.
대신 지식기반산업의 합명·합자회사에 대해 이익의 90% 이상을 출자자에게 배당하는 경우 전액 인적회사의 과세소득에서 공제하는 특례제도를 도입했지만, 근본적인 파트너십 과세에 대한 규정을 정비하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상법개정안에 파트너십 형태의 사업체인 합자조합과 유한책임회사제도를 도입한다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개인과 법인기업의 중간형태인 파트너십에 대한 과세제도의 정비가 시급한 문제로 떠오르게 됐다.
이에 정부는 지난 3월 파트너십 과세제도 도입과 관련한 T/F팀을 구성해 2004년 당시에 지적된 미비점에 대한 보완작업에 나서는 한편, '2009년 시행'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며 제도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조세회피 가능성, 보완됐나?=우선 2004년 당시 미비점으로 지적된 합명·합자회사에 대한 상법 규정과 세법상 파트너십의 규정이 다르다는 점에 대해서는 외국의 사례 등을 비춰볼 때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재경부의 입장이다.
이경근 재경부 법인세제과장은 "미국의 경우 상법체계 내에서 합명·합자회사와 유사한 파트너십이라는 개념이 있지만 파트너십 형태가 아닌 유한책임회사도 포함시켜주고 있다"며 "파트너십 과세제도는 세법상 선택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파트너십 과세제도가 조세회피수단으로 악용될 우려에 대한 세부적인 조세회피 방지규정이 대폭 마련됐다.
파트너가 부동산 등 현물을 파트너십에 출자할 경우 2년 이내에 현금 등의 자산을 분배받거나, 출자 이후 3년동안 출자자산을 사업에 직접 사용하지 않는 경우에는 분할과세 적용을 배제하기로 했다.
파트너십과 파트너간 거래를 통해 부당하게 조세부담을 감소시킬 경우에는 현행 법인세법상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을 준용해 과세되며, 이익배분비율과 손실배분비율을 달리 정해서 손익배분연도의 세부담이 낮아진 경우에는 손실배분비율을 인정하지 않고 이익배분비율만이 적용된다.
아울러 적용대상 사업체는 현행 제도와 파트너십 과세제도 중 유리한 것을 택할 수 있으나, 한번 선택하면 5년간 변경하지 못하도록 해서 사업체가 수시로 과세제도를 변경하는 인위적 조세회피행위를 차단키로 했다.
이경근 과장은 이와 관련해 "파트너십 과세에 대한 세부적인 조세회피 방지규정을 마련하고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등 세심하게 신경쓰고 있다"며 "T/F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방안으로 인해 조세회피 우려가 거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행 소득세-법인세 체계로 양분돼 있는 기업관련 조세체계 및 과세행정이 복잡해진다는 문제점은 파트너십 과세제도가 계속 가져가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정부는 그동안 과세역량이 확충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도입 후 나타날 세제·세정 및 납세자의 혼란을 예단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올해 파트너십 과세제도의 입법을 완료한 후, 1년간의 유예기간을 두어 납세자와 과세관청이 적응할 수 있도록 했다. 관련 세법은 조세특례제한법에 '일몰기한 없는' 규정을 두어 현행 소득세법 및 법인세법상의 혼란을 줄이기로 했다.
지난 2004년 부실한 여건으로 인한 반대여론 속에 도입이 무산됐다가 3년만에 '업그레이드(upgrade)'된 모습으로 돌아온 파트너십 과세제도가 이번에는 국제적인 추세에 뒤지지 않는 '선진 기업형 조세제도'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