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군표 국세청장은 지난 5월 김호업 청장을 내보낸 직후 "행시 23회가 차관급 자리에 있는 다른 부처와는 달리 국세청 주력은 아직도 21회"라며 "후배를 위한 명예퇴직 관행에 따라 간부들이 항상 마음을 비우는 자세를 가져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국세청 안팎에서는 "오래 전부터 예견돼 왔던 '행정고시21회 출신 간부들의 거취문제'가 드디어 수면위로 부상되고 있다"며 "조직의 신진대사와 원활한 세대교체를 위해 21회 출신 간부들의 가지치기는 계속될 것"이라는 것은 쉽게 예상됐습니다.
이에 따라 연말에는 대선 정세와 맞물려 고위직의 인사가 동결될 것이기 때문에 국세청 내부에선 세대교체시기를 '6월말'로 점치면서, 누가 그 대상에 포함될 것인가를 가늠하느라 조직이 어수선했었습니다.
이 때문에 현재 국세청에 남아 있는 행시 21회 출신 고공단 멤버들인 ▲한상률 차장 ▲오대식 서울청장 ▲권춘기 중부청장 ▲김갑순 정책홍보관리관 ▲정상곤 부동산납세관리국장 ▲조성규 국세공무원교육원장 ▲강성태 대구청장 ▲김재천 서울청 조사1국장 등 8명은 잘못한 일도 없이 마음고생을 한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같은 분위기를 만든 사람도 또 분위기를 반전시킨 사람도 다름 아닌 전군표 국세청장입니다.
전 청장은 최근 있었던 간부회의 석상에서 "인재를 아껴야 한다. 고참 간부들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내부에서 흔들지 말라"고 특별주문을 하면서 '세대교체론'은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현재로선 최소한 6월말에는 국세청 고위직들의 명퇴는 없는 것으로 관측되면서 지방청장을 비롯한 국장급 간부들의 이동폭도 소폭에 그칠 전망입니다.
이와 관련 국세청 사람들은 "최근 몇 년 동안 국세청 고위층에서는 엄청난 세대교체 바람이 불었다"며 "21회 이후의 행시출신 간부들의 분포 등을 봐가며 이제는 숨고르기를 할 시점"이라는데 일부는 동의하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과감한 발탁인사 등을 통한 신명나는 조직분위기 조성이 가능하려면, 고위직에서 일부 인사숨통은 틔워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갑작스런 숨고르기는 조직원들에게 달리는 기관차가 갑자기 멈추는 느낌을 줄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기도 합니다.
인사란 이래저래 뒷말이 많은 것이지만 갑작스런 국세청의 이같은 태도 변화는 '더 큰 바람'을 예고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 지기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