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는 손실이 난 회사가 개정은 됐지만 아직 시행되지 않은 기업회계기준을 미리 적용해 당기순이익이 난 것처럼 재무제표를 꾸민 뒤, 이를 금융기관에 제출해 대출을 받았다면 사기죄에 해당된다는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내려졌다.
대법원은 판결문(2006도1813. 2007. 6. 1)에서 개정 회계처리기준이 회계기법상 회사의 재무상황을 상대적으로 더 정확하게 반영하는 내용으로 개선됐고, 또 사기대출을 받은 뒤 개정회계처리기준이 실제로 시행됐다고 하더라도 사기죄는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법원의 이같은 결정은 특히 최근 회계기준원에서 국제회계기준 맞게 국내회계기준을 광범위하게 개정하고 있는 데다, 상당수 회계기준의 시행시기를 몇 년 뒤로 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판결이어서 주목된다.
대법원 제2부(주심 대법관 김용담)는 최근 그룹 계열사에 대한 분식회계와 사기대출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2심에서 200시간의 사회봉사명령 추가)을 받은 전윤수(57) 성원건설 회장의 상고를 이같은 이유로 기각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전 회장은 지난 95∼96 회계연도 등과 관련해 실제로는 회사가 당기 순손실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임직원들과 공모, 아직 적용회계연도가 도래하지 않은 개정회계처리기준을 적용하는 수법으로 당기순이익이 난 것처럼 회사 재무제표를 꾸몄다.
전 회장은 또 발주처인 대한주택공사에 대해 도급계약을 초과해 투입된 추가비용 지급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하자, 한편으로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추가비용 중 일부를 회계기준에 반해 함부로 공사수익으로 계상하는 방법으로 대출을 받기도 했다.
이후 이 재무제표를 금융기관에 제출해 4467억원 규모의 사기 대출을 받게 했으며, 나아가 성 회장은 15억5000만원을 횡령했다는 것.
이와 관련 대법원은 "편법을 사용해 작성된 재무제표를 금융기관에 제출하게 되면 금융기관은 적법한 회계처리기준에 따라 재무제표가 작성됐으며, 그 결과 순이익이 난 회사로 잘못 인식할 수 있다"며 "이는 기망행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기순손실을 숨기기 위해 회사가 편법으로 재무제표를 작성한 사실을 금융기관이 알았을 때 여신이 불가능하거나 곤란했다면, 회사가 실제로 갚을 능력과 의사가 있고 담보를 제공했는지 여부와는 상관이 없이 기망행위는 인정이 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은 이에 더해 "금융기관이 제출된 재무제표를 면밀하게 분석해 봤다면 편법으로 만들어진 회계처리를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해서 죄를 달리 볼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원심처분대로 전 회장은 집행유예가 확정됐지만, 앞으로 법무부 보호관찰소 감독 아래 하루 8시간을 기준으로 사회봉사활동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법무부 보호관찰소의 감독으로 이뤄지는 사회봉사활동은 독거노인에 대한 도시락 배달, 목욕서비스 및 무료급식 봉사 등의 각종 복지활동으로 이뤄지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집행유예가 취소되고 곧바로 수감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