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원 "형식적 투자 아닌 실질에 따른 과세는 정당"
외국계 투자은행이 국내에서 외수펀드를 통해 증권거래세를 탈루해 수십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한 것으로 타났다.
15일 국세심판원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인 메릴린치와 UBS는 국내의 자산운용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서울지점을 통해 주식을 매매했으며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통해 이를 적발, 작년 11월 등 3차례에 걸쳐 증권거래세 및 농어촌특별세를 원천징수자인 증권예탁결제원에 추징했다.
이는 투자신탁회사가 외국인을 상대로 국내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전용 수익증권 즉 외수펀드에 대한 세액 탈루를 적발한 것.
외수펀드는 외환관리법상 비거주자를 대상으로 국내에 설립한 외국인 전용 수익증권으로 , 1998년 외자유치를 위해 허용됐으며 지난해까지 증권거래세가 면제됐다.
증권예탁원은 "이들의 투자신탁은 증권투자신탁업법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설립됐고, 2002년 6월까지 외수펀드의 거래주문이 통상 위탁회사를 통해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약관의 내용과 일치하는 것으로 투자신탁 자체의 효력을 부인할 수 없다"며 지난해 11월30일 국세심판원에 불복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그러나 심판원은 이들 거래가 증권거래세 면제요건인 '수탁회사가 신탁재산에 속하는 주식을 유가증권시장을 통해 양도한 경우'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 기각했다.
국세심판원은 "국세청과 금융감독원이 조사한 자료들을 종합해 살펴보면 이들은 형식적으로는 국내 자산운용사에 투자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는 자산운용사를 통하지 않고 국내지점들과 직접 주식을 거래해 거래 운용주체는 투자자 자신"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이와 관련한 국세심판원의 기각건은 2건이며, 추징 금액은 메릴린치 서울지점이 2001년 5월부터 8개월간 거래한 주식매매에 대한 증권거래세와 농특세 8억여원, UBS 서울지점이 같은 해 6월부터 6개월간 주식을 매매한 것에 대한 10억여원 등이며 아직 심판원의 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추징건까지 수십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신학용 의원은 외수펀드의 탈세규모는 작년 상반기에만 350억원에 이르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신의원은 "외수펀드는 OEM 펀드 성격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직접 주식을 사고 파는 경우 지불해야 하는 증권거래세를 합법적으로 내지 않아도 되는 단서를 제공했다"며 "감독 당국의 허술한 감독이 외수펀드의 탈세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