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50.여)씨는 2002년 이모씨에게 550만원을 빌려준 뒤 담보 명목으로 승용차를 넘겨받았다.
이씨는 돈을 갚지 않은 채 행방을 감췄고 B씨가 나타나 '차는 내 아들 것이니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A씨는 "이씨가 평소 차가 자기 것이라고 말했고, 이씨로부터 받을 돈이 있으므로 이씨가 나타난 뒤 소유자가 밝혀지면 돌려주겠다"며 거부했다.
B씨측은 A씨를 경찰에 고소했고, 수사는 이씨의 소재불명으로 중단됐다가 2005년 소재가 확인돼 재개됐다.
이 과정에서 이씨가 차를 할부로 사면서 B씨에게 명의 대여를 부탁했고, 이씨는 B씨 아들 명의로 구입했지만 할부금을 2번만 내고 나머지 돈을 안 내 B씨가 대신 잔액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곧바로 B씨측에게 승용차를 반환, 3년만에 차를 돌려줬지만 결국 횡령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횡령죄가 성립하려면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승용차를 위탁받아야 하는데 둘 사이에 위탁관계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피고인과 이씨 사이에 위탁관계가 성립하고, 피고인은 피해자의 차를 보관하는 지위인데 피해자 소유임을 알고도 돌려주지 않아 횡령죄가 된다"며 유죄를 인정, 벌금형(2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씨에게 채권이 있었고 담보조로 이씨 소유로 알던 차를 보관했으며, 실제 소유자를 가릴 수 없어서 반환을 거부했던 것이다. 조사에서 소유자가 밝혀져 즉시 반환했으므로 반환거부 이유와 주관적 의사를 종합해 볼 때 타인의 물건을 자기 것처럼 이용ㆍ처분하려는 '불법영득' 의사를 갖고 반환을 거부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라며 파기환송 이유를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