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말 현재 결손누적액 3552억…2001년 1786억의 2배가량 증가
국가에서 운영하고는 있지만 간호원의 부족 등으로 환자에 대한 서비스는 형편없는 반면, 의료비는 일반 민간병원과 똑같다면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까.
감사원이 국가에서 운영하는 34개 지역의료원 중 18개에 대한 감사를 벌인 결과 지역의료원이 본래의 목적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재정적자에 시달리면서도 퇴직금이나 성과급만 챙기는데는 발빠른 행보를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34개 지역의료원은 순수한 의료행위로는 연간 949억원(2005년 기준)의 적자를 보고 있었지만, 그나마 장례식장 등의 기능 외 운영수익으로 적자규모를 428억원으로 줄일 수 있었다. 산 자보다는 죽은 자를 통해 적자규모를 줄일 수 있었던 것.
상황이 이러한데도 보건복지부는 지난 2005년 '공공보건의료 확충 종합대책'을 만들어 지방의료원의 이런 기능을 더 강화하려는 정책을 추진하려고 했으며, 이번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따라 제동이 걸리게 됐다.
감사원은 6일 "지역의료원은 민간의료기관의 양적·질적인 성장으로 적자운영이 지속되고 경영자와 종사자의 책임의식 결여, 방만한 조직운영 등의 문제점으로 정부부담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해 10월 집중적인 감사를 벌였다"며 이같이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역의료원은 기본적인 의료서비스는 물론 재활훈련과 노인요양, 장기요양 등 민간의료기관에서는 공급되지 않고 있는 전문적인 의료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것이 본래 목적한 기능이다.
그러나 지역의료원들은 의료서비스 제공이 취약한 지역이 아닌 민간의료기관이 많은 곳에서 민간과 경쟁하고 있었고, 본래 기능인 장기요양 등보다는 이미 민간의료기관으로도 공급과잉 상황을 맞고 있는 급성병상(=30일 미만의 단기치료환자를 위한 병상)확대에만 매진했다.
그러나 100병상을 기준으로 민간병원과 비교할 때 의사의 수는 비슷했지만 간호사 6.1명과 약사 0.4명 부족 등 서비스의 질은 현저히 떨어졌고, 총무과와 원무과, 관리과, 장례사업팀 등 관리인원은 무려 16.1명이나 많았다.
의료비는 같으면서 서비스 질은 떨어지다 보니 민간병원과 경쟁할 수 없었고 결국 2005년말 현재 결손누적액이 3552억원으로 2001년 1786억원보다 2배가량 증가하는 등 재정적자 폭이 매년 큰 폭으로 커지고 있었다는 것이 감사원의 설명이다.
흑자의료원은 서산·이천·충주·마산·홍성의료원 등 5개에 불과했으며, 군산(41억1900만원 적자)·부산(40억2400만원 적자)·인천(37억3500만원 적자)·남원(27억600만원 적자) 등 29개 의료원은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는 것.
감사원은 "의료원이 적자가 나고 있으면 지역의료원장을 임용할 때 경영능력이 떨어지면 재임용하지 않아야 하는데, 계속 임용하는 의료원이 많았다"며 "공모를 통한 의료원장 임용도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군산의료원 등은 성과급 총액을 소속 의사별로 균등하게 배분해 지급한 결과 진료수입이 적은 의사가 오히려 더 많은 성과급을 수령하는 역전현상이 발생하는 등 성과급에 대한 유능한 의사들의 불만과 이직이 많았다는 설명이다.
특히 퇴직금 누진제의 폐지에 따라 중간정산퇴직금을 지급해야 하는데도 규정을 어겨 퇴직금을 129억원 더 지급하는가 하면, 중간정산 퇴직금 지급을 이유없이 늦춰 약 64억원의 퇴직금을 더 지급해야 할 상황이다.
감사원은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에게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공보건의료 확충 종합대책'과 관련해 급성병상이 민간의료기관으로도 과잉이거나 균형인 지역에 대해선 기능을 재검토한 후, 급성병상 확대를 장기요양 등의 기능으로 전환하도록 통보했다.
또 퇴직금 중간정산이 완료되지 않은 서울의료원 등 20개 지방의료원에 중간정산을 조속히 확정해 지급하고, 성과급제도가 의사들에게 동기부여와 근로의욕 고취가 되는 방향으로 합리적으로 운영하라고 통보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