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공병과 폐드럼통 둘다 똑같이 단순한 세척과정을 거쳐 본래의 용도대로 사용하더라도 박카스공병은 의제매입세액 공제를 인정할 수 있지만 폐드럼통은 허용해선 안된다는 감사원의 심사결정이 내려져 주목된다.
박카스공병의 경우는 애당초 1회용 용기로 사용한 후 당연히 폐기될 것을 예상하고 제작된 것이지만, 처음부터 단순한 세척과정 등을 통해 당연히 재활용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되는 폐드럼통은 재활용폐자원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감사원의 판단이다.
감사원은 16일 "드럼임가공 제조·도매를 하는 A씨가 최근 '폐기물중간처리과정을 거쳐 세척하여 판매하는 폐드럼은 재활용폐자원으로 봐야하는데, 국세청이 이를 자의적으로 축소 해석하고 의제매입세액공제를 하지않은 것은 부당하다'며 제기한 심사청구에 대한 심리결과 기각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경기도에서 드럼임가공 제조·도매업을 하는 A씨는 폐유와 폐산 등 환경오염물질을 함유한 폐철캔인 드럼을 세척하는 시설을 갖추고, 간이사업자 231명에게서 드럼통을 사들여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세척·도색한 후 화학제품제조회사 등에 납품했다.
A씨는 이 과정에서 조세특례제한법에서 정한 재활용폐자원 등에 대한 부가가치세 매입세액공제 규정을 적용, 2000년부터 2004년까지 모두 6억4632만원을 매출세액에서 공제하는 방법으로 부가가치세를 확정 신고했다.
이후 "A씨의 드럼통이 조세특례제한법에 규정된 재활용폐자원 중 폐금속캔에 해당되지 않으니, 시정하라"는 지방국세청의 감사결과에 따라, 관할세무서는 A씨에게 가산세를 포함해 5억6821만원의 부가가치세를 경정·고지하게 됐던 것.
A씨는 심사청구에서 "폐기물관리법에서 재활용은 '폐기물을 재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활동'이라고 규정하고,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에는 '폐유리병을 세척하여 재사용하는 경우도 재활용방법'으로 규정돼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특히 "박카스공병을 세척한 경우에도 폐자원매입세액공제대상이라는 감사원의 심사청구결정(감심 제2003-169호, 2003. 11. 29)도 있었던 만큼, 폐기물중간처리과정을 거쳐 세척하여 판매하는 폐드럼도 당연히 의제매입세액공제 대상인 재활용폐자원"이라고 호소했다.
감사원은 결정문(2007년 감심 제71호. 2007. 7. 12)에서 "조세특례제한법에서 정한 부가가치세매입세액 공제가 l되는 재활용폐자원은 '파손, 절단 기타 사유로 원래의 용도대로 사용할 수 없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어떤 특별한 화학적 재생과정절차를 거치지 않고 단순히 세척, 도색 등 물리력 등을 가한 뒤, 원형이나 원상태를 복구시켜 본래의 용도대로 재사용이 가능한 이른바 중고품인 경우에는 재활용폐자원에 포함된다고 할 수 없다는 것.
중고품은 안되지만 중고자동차의 경우는 법에서 특히 예외적으로 재활용폐자원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 감사원의 설명이다.
감사원은 "A씨의 폐드럼통은 단순한 중간처리과정을 통해 오염물질을 제거하고 세척·도색작업 등을 통해 본래의 용도로 회복시켜, 화학제품생산업체 등에 용기로 납품하여 온 것에 불과하다"며 "폐금속캔처럼 재활용폐자원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은 또 "폐드럼통과 유사한 박카스공병의 경우 이를 세척 등을 거쳐 재활용한 경우에 이를 위 특례제한법상 재활용폐자원으로 인정한 선례가 있다"는 주장과 관련해선 "박카스공병은 애당초 1회용 용기로 제작됐기 때문에 예외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같은 취지에서 2005-54호, 2005. 6. 24. 결정에서 폐PVC통을 부가가치세 매입세액이 공제되는 재활용폐자원에 속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며 "A씨의 주장과는 달리 국세청의 과세처분에 잘못이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