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올해와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에 미칠 영향에 대한 연구기관들의 분석과 전망 요약.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그룹장
지난 7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2%에서 4.5%로 상향조정했다. 경기상승 국면이 내년까지 이어져 내년 성장률이 연간 5.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인한 여파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하는 게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는 미국경제, 개발도상국 주식시장 등 세계금융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현재는 금융변수 중심으로 영향이 가시화되고 있는데 실물경제에 반영되려면 내년께는 영향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얼마나 장기화되느냐, 충격강도가 어느 정도냐가 관건이다.
내년 경제의 최대 악재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다. 이번 사태가 미국경제는 물론 개도국에까지 악영향을 미쳐 과거와 같이 외국자본의 유입이 안되고, 외국인직접투자가 되지 않아 개도국 실물경제가 둔화된다면 우리 수출에 타격이 클 것이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의 경우, 금리가 중요하다. 요즘 금리가 올라서 이자부담이 늘어난 것은 사실인데, 지금 우리나라가 당장 미국처럼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부실화되고 신용경색이 올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부채가 상당히 늘어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금리에 따라 소비 회복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지난 5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3%에서 4.5%로 상향조정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을 보면 2.4분기가 4.9%로 상당히 좋게 나왔다. 우리는 지난 5월말 전망때 2.4분기 성장률을 4.5%로 예상했다. 예상보다 경기가 빠르게 나아지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3.4분기나 4.4분기 전망치에 이를 반영해 성장률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전망치를 올리는 것이 어렵게 됐다. 현재는 성장률 전망치를 유지하거나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세계 경제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문제로, 성장률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지금 양상으로 봤을 때 단기간에 끝날 문제는 아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 경기사이클이 올해 연초에 좋았고, 심리지표도 개선되면서 주가가 올라갔다. 여기에 실물이 같이 따라가는 형국이었다. 지금은 주가가 폭락했으니, 선제적인 신호가 되는 것이므로 심리지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성장률에도 악영향이 있을 것이다. 금리, 환율, 주가 등 금융부문과 심리지표에 효과가 나타나다가 실물로 옮겨갈 것이다.
미국경제의 소비가 둔화되면 전 세계가 영향을 받을 것이다. 우리나라 수출은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 경기둔화에 따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우리 경제의 경우, 눈에 띄는 성장세는 수출밖에 없는 상황에서 수출이 저조하면 상당히 큰 타격을 입는다.
우리나라가 미국처럼 주택담보대출 사태에 직면할 것 같지는 않다. 우리나라는 가계부채가 상대적으로 건전하므로 미국과 같이 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지난 5월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2%에서 4.5%로 상향조정했다. 10월께 올해 성장률 전망을 수정하고 내년 전망을 발표할 계획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금융부문에서 실물부문까지 넘어가고 있다는 증거는 아직까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올해는 별 문제 없이 기존 성장률을 그대로 가져가면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이후에는 조금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다. 어느 정도인지는 앞으로 사태 전개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올해는 크게 문제가 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자산효과도 그렇게 클 것 같지는 않다. 주식시장이 즉각 소비로 연결된다. 주가가 연이틀 급락했지만 조금 더 내려갔다 다시 오르는 등 1,600∼1,700선에서 안정될 수 있다고 하면 자산에 역효과가 대단히 클 것 같지도 않다.
미국의 소비가 둔화돼 수출에 악영향을 받을 것은 우려되는 부분 중 하나이다. 그럴 경우 엔캐리 자금이 많이 청산돼 원.엔 환율이 수출에 유리한 쪽으로 움직인다. 따라서 궁극적으로 수출에 크게 악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한 것 외에 내년에 다른 악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적인 과잉 유동성이 원자재나 원유 급등에 영향을 줄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었는데, 그 문제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라는 이름으로 현실화됐다. 앞으로 이 문제가 어떻게 되는지, 실물경제로 전이되는지 등에 주목해야 한다.
◇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지난 5월에 전망한 올해 경제성장률은 4.4%였다. 현재 수정작업중인데, 당초에는 올해 성장률을 상향 조정할 계획이었다. 왜냐하면 2.4분기의 호조세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난감하게 됐다. 일단, 상향조정은 어렵다.
서브프라임 사태에 따른 파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믿었는데, 실제로 벌어지는 사태는 훨씬 심각하다. 이 정도로 광범위하게 진행된다면 투자도 위축될 것이다. 상반기 투자는 괜찮았다. 투자 호조는 중소기업.비제조업 중심으로 이뤄졌고 이 분야로 금융권의 자금이 들어갔다. 그러나 이런 투자에도 차질이 있을 것이다. 이번 사태는 미국경제의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 이는 중국의 대미 수출 감소로 이어지고 중국에 수출을 많이 하는 한국도 타격을 받는다. 물론, 한국의 대미 수출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환율이 올라가면서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환율이 수출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환율보다 중요한 변수는 미국과 중국의 경기상황이다. 중국의 경우 현재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상황이어서 중국 당국이 방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런 상황도 한국의 수출이 타격을 받을 요인에 속한다.
내년도 전망은 아직 하지 않고 있다. 내년은 올해보다 좋을 것으로 봤었는데, 이제는 나아진다고 보기 어렵다. 내년의 가장 큰 리스크는 세계경제다. 한국은 내수보다는 수출위주의 나라다. 따라서 세계 경제가 흔들릴 가능성이 내년도 우리나라 경제의 가장 큰 악재다.
◇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
지난 7월에 전망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4.7%다. 이번 사태로 올해 4.4분기에는 한국의 실물경제에 충격이 있을 것 같다. 성장률 하방압력도 있다. 그러나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번 사태의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일부 의견은 서브프라임과 관련한 한국 금융기관 투자가 많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그들은 엔캐리 트레이드에 대한 낙관적인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즉,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청산되지 않을 것으로 보거나 청산돼도 실물경제에는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 물론, 엔캐리 자금이 한꺼번에 청산되더라도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등을 감안하면 위기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세계적인 청산이 이뤄진다면 그 효과는 크다. 그동안 엔캐리 자금은 부동산시장과 증권시장에 많이 들어갔다. 특히,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엔화자금을 빌렸다. 이 자금이 환수되면 원.엔환율 상승으로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의 원금 상환액이 늘어나고 자산가격 하락으로 상환능력이 취약해지는 문제가 생긴다.
내년도 경제가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당초에는 내년 성장률이 4%대 후반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었는데, 이 사태가 장기화되면 하향조정될 것이다. 내년도 경제의 악재는 서브프라임 사태의 장기화와 이에 따른 금융시장 경색의 전 세계 확대, 세계경기 둔화이다. 내년에는 국내요인보다 해외요인이 클 것이다.
◇ 김재천 한국은행 조사국장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가 한국의 실물경제에 의미있는 영향을 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당초의 전망에서도 우리는 한국경제의 위험요소로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국제유가 급등 가능성 등을 꼽았으나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었다. 현재 의미있는 변화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리스크가 생각보다 크고 경우에 따라서는 실물경제에 파급될 수 있다.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 미국경제가 예상외로 위축되면 수출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은 실물경제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전망이 많다. 미국의 경우, 이번 사태로 주택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나 미국경제가 갑자기 추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수출이 큰 영향을 받는다고 보지는 않는다. 물론 리스크요인을 두고봐야 하며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경제전망을 수정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내년도 경제전망에 대해서는 미국도 금년보다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도 올해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리스크요인은 있다. 국제금융시장, 유가 등의 문제가 있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전망한다면 내년은 예상대로 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