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대선을 100여일 앞두고 후보자들이 갖가지 감세정책을 주요공약으로 들고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한국을 방문하고 있는 미국 감사원장이 미국 정부의 예를 들어 선출직 공무원들의 근시안적 감세정책이 갖고 있는 폐단을 조목조목 지적해 주목된다.
감사원 평가연구원이 오는 31일 주최하는 '제2회 평가연구 국제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하기 위해 방한 중인 데이비드 워커(David Walker) 미국 감사원장은 30일 미리 배포한 기조연설문을 통해 미국의 감세정책 확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워커 원장은 "미국정부의 예산은 10년 만에 흑자에서 적자로 바뀌어 회계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지난해 연방정부 적자는 최소 2480억 달러에서 최대 4500달러에 이르는 범위"라고 추산했다.
이와 관련 워커 원장은 "일부 선출직 공무원들은 당면 현안이나 자신의 협소한 통제 범위, 그리고 선거구민들의 당장 요구에만 집중한다"며 "다음 선거 이후의 국가나 사회의 전반적인 필요, 전체적인 그림과 더 큰 선을 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워커 원장은 "선출직 공무원들의 근시안적 사고방식과 편협증으로 인해 미국은 장기적 재정불균형의 악화라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했다"며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와 보건의료비용의 상승으로 엄청난 정부지출압력 조짐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지도자들이 내일을 준비하기 보다 오늘을 위한 결정을 내리다 보니, 장기적 재정불균형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간 연방정부가 감세정책을 확대하면서 추가지출을 늘리는 지속 불가능한 정책을 추구해 왔다는 것.
워커 원장은 "지난 6년 동안 미국 정부가 후원하는 대표적인 퇴직, 장애 및 의료보험 프로그램에 지출하는 비용의 현재가치는 20조 달러에서 50조 달러로 치솟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미국 정부가 궁극적으로 지키지 못할 약속을 남발해왔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행대로 재정정책이 유지된다면 앞으로 정책결정자들은 궁극적으로 세금을 대폭 인상하거나 국민들이 지금까지 의존해왔던 정부서비스인 대학생 학자금 대출이나 여러 개의 주를 관통하는 고속도로 건설, 사법부와 심지어 군대까지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에게서 거둔 세금은 국가 재정적자에 대한 원금과 이자상환에 다 쓰여지는 만큼, 고령화사회 그리고 고속도로와 공항에서 상하수도 시스템에 이르는 일체의 시설을 현대화하려는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유권자가 정보를 충분히 확보한다면 어려운 결정을 내릴 준비가 된 지도자들을 지지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며 "유권자는 더 나은 내일을 건설하기 위해 오늘의 희생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무조건적인 선심성 정책을 경계했다.
워커 원장은 "지금까지 감사원의 역할이 감시와 통찰이었다면 앞으로는 정책결정자들이 사실에 근거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미래에 대한 예측'을 바탕으로 새로운 동향과 도전과제를 제시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