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합병은 현행 세법에서 '조세를 부당하게 감소시키기 위한 목적의 합병이라고 인정되는 합병'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며 그 요건 역시 세법에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 현행 세법 '역합병' 어떻게 규제하나 =하나은행이 서울은행과 합병할 때인 2002년 당시 법인세법에서는 ▲결손금이 많은 법인을 합병 이후 존속법인으로 하고 ▲합병등기일 이후 2년 이내에 합병법인의 상호를 합병으로 소멸하는 법인의 상호로 변경 등기할 것을 역합병 요건으로 규정했다.
이와 함께 역합병이 되려면 동일인이 2이상의 법인의 발행주식총수 또는 출자총액의 30% 이상을 각각 소유하거나 출자하고 있는 법인간의 합병일 것도 요건으로 돼 있다.
이후 2006년 2월 개정된 법인세법에선 결손금이 많은 법인을 합병이후 존속법인으로 하는 합병이 이뤄진 경우, 합병등기일 이후 5년 이내에 합병법인의 상호를 합병으로 소멸하는 법인의 상호로 변경 등기하면 무조건 역합병으로 보도록 규정이 강화됐다.
상호의 변경등기 기간이 2년에서 5년으로 강화되고, 동일인이 합병관련 법인의 발행주식총수 또는 출자총액의 30% 이상을 소유하는 '특수관계자'요건이 세법개정 과정에서 빠진 것.
이와 함께 세법은 역합병의 경우를 조세의 부담을 부당하게 회피시킬 목적의 합병으로 봐, 결손금을 합병법인의 각 사업연도의 과세표준을 계산할 때 공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 세법은 왜 역합병을 규제할까 =현행 세법은 결손이 난 회사(중소기업 제외)에 대해선 결손이 난 이후 5년 동안에 발생한 이익에서만 이전에 발생한 결손을 소득에서 공제하는 이월공제를 허용하고 있다.
또 사업의 다각화를 위해 결손이 있는 회사를 사들여서 흡수합병 하더라도 흡수 합병된 사업부를 엄격하게 구분 경리해서, 결손을 흡수한 사업부의 이익에서만 5년 동안 이월공제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결손이 있는 회사가 이익이 많은 회사를 사들이는 합병을 해서 회사의 결손과 흡수되는 회사의 이익을 합칠 경우, 따로 규제를 하지 않으면 결손회사는 회사의 결손을 제한 없이 공제 받는 길이 열린다.
5년 동안만 이월공제 회사와 형평성의 문제가 생기는 것.
회계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2년 하나은행과 합병할 당시 서울은행은 적자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약 1조7000억원 상당의 결손금이 쌓여 있었다.
서울은행 스스로의 힘으로 1조7000억원에 달하는 누적결손금을 이후 5년 동안 이익을 내서 모두 비용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큰 이익을 내고 있었던 하나은행과 합병을 통해 모두 비용으로 공제해 약 5000억원대의 세금절감 혜택을 입게 됐다는 것.
이에 따라 현행 세법에선 역합병의 경우는 아예 결손금 공제를 하지 못하도록 명문으로 규제하고 있다.
□ 현행세법 따르면 하나은행 세금추징 불가피 =2002년 9월 하나은행과 서울은행의 합병은 실제로는 흑자인 하나은행이 적자인 서울은행을 인수하는 거래였으나, 겉으로 드러난 형식은 서울은행이 하나은행을 인수하는 모습을 택했다.
그러나 합병 본계약이 체결되고 석 달이 지나지 않은 12월 서울은행은 상호를 하나은행으로 바꿨다. 국세청이 하나은행과 서울은행의 합병을 역합병으로 의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06년 2월 정부는 결손금이 많은 법인을 합병이후 존속법인으로 하는 합병이 이뤄진 경우, 합병등기일 이후 5년 이내에 합병법인의 상호를 합병으로 소멸하는 법인의 상호로 변경 등기하면 '무조건' 역합병으로 보도록 법인세법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현행 세법을 그대로 들이대면 하나은행의 합병은 역합병으로 인정, 1조원이 넘는 세금추징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국세청의 판단이다.
□ 하나은행 과세의 최대쟁점은…발행주식총수의 해석 =지금은 법인세법에서 사라졌지만 2002년 당시 법인세법에선 역합병으로 보기 위한 요건에 '동일인이 2이상의 법인의 발행주식총수 또는 출자총액의 30% 이상을 각각 소유하거나 출자하고 있는 법인간의 합병일 것'이라는 특수관계자 요건이 있었다.
하나은행과 서울은행의 합병이 ▲결손금이 많은 법인을 합병 이후 존속법인으로 하고 ▲합병등기일 이후 2년 이내에 합병법인의 상호를 합병으로 소멸하는 법인의 상호로 변경 등기할 것이라는 요건을 채운 것과 관련해선 현재 이견이 없어 보인다.
이에 따라 과세의 최대 쟁점은 특수관계자 요건으로 모아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과 서울은행은 서로 지분관계가 없었지만, 합병당시 예금보험공사가 서울은행 지분 100%와 하나은행 지분 54.6%를 보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견 '동일인이 2이상의 법인의 발행주식총수 또는 출자총액의 30% 이상을 각각 소유하거나 출자하고 있는 법인간의 합병일 것'이라는 특수관계자 요건도 충족되는 만큼 과세에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예금보험공사가 가진 주식의 상당수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보통주가 아닌 '배당우선주'여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국세청으로서는 법인세법 시행령에서 규정된 '발행 주식 또는 출자총액의 100분의 30 이상'의 규정이 우선주를 포함시킨 주식수인지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하나은행 측은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는 30%에서 빼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발행주식총수에 우선주도 포함되는지 여부와 관련해선 현재 하나은행 측이 국세청에 유권해석을 의뢰, 국세청이 다시 상급기관인 재정경제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한 상태다.
이에 따라 하나은행 과세여부의 결정적인 키는 재정경제부가 쥐고 있는 형국이다.
국세청은 그러나 ▲상속·증여세법에서는 경영권행사와 관련해 발행주식총수에 우선주를 배제하지만, 법인세법에서는 우선주를 배제한 규정이 없고 ▲이후 세법개정 과정에서 역합병 요건에서 '특수관계자' 부분이 삭제된 배경 등을 감안해 과세에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있는 분위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