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누리투자증권 인수를 추진해온 국민은행이 증권사를 인수하는 대신 신규로 설립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국민은행 김기홍 수석 부행장은 12일 여의도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과도한 프리미엄을 지급하면서까지 증권사를 인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신규 설립하는 쪽이 국민은행의 증권사 진출 전략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KGI증권 인수에 실패한 뒤 한누리증권과 협상을 벌여왔다. 그러나 SC제일은행이 뒤늦게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한누리증권 몸값이 치솟자 인수가격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은 한누리증권 인수가격으로 2천억원 가량을 제시한 반면 한누리증권 쪽에서는 3천억원 이상을 요구하면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금융당국이 증권사 신규 설립 허용 방침을 밝힌 것도 국민은행의 방향 선회에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용덕 금융감독위원장 및 금감원장은 얼마 전 증권사 사장단과 간담회에서 "가급적 빨리 증권사 신규 설립을 허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금융권은 증권사의 연내 신규 설립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상태다.
김 수석부행장도 간담회에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도적으로 신규 설립이 상당히 어려워 지점이 없는 소규모 증권사 인수를 추진해 왔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증권사 설립을 허용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금융감독당국의 증권사 신규 설립 방침이 사실상 국민은행과 기업은행 등 증권사 인수에 관심을 보여온 은행들을 향해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김 수석부행장은 "증권사를 신규 설립할 경우 이를 토대로 투자은행(IB) 업무를 강화하고 2천600만명 에 이르는 국민은행의 고객을 활용해 증권연계계좌 개설 등을 추진할 것"이라며 "또 증권사 지점 확대 등을 통해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형태의 지점을 구축하겠다"고 전략을 소개했다.
증권사 신규 설립까지는 길어야 3개월 안팎이 걸리고, 인력 스카우트 등 인프라 구축에 드는 비용이 오히려 증권사 인수 비용보다 더 적게 든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 수석부행장은 그러나 "적정 가격으로 인수할 수 있으면 증권사를 인수할 것"이라며 인수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일각에서는 국민은행이 보다 싼 가격으로 증권사 인수를 위해 배수진을 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 수석부행장은 외환은행 인수에 대해 "아직 인수 가능성이 있고, 인수에 대비해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록 론스타와 HSBC가 인수 계약을 맺었지만 향후 양자 간 계약이 어그러졌을 경우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있는 보다 좋은 여건이 만들어졌다고 자평하는 분위기다.
김 수석부행장은 "국민은행이 지난해 론스타와 맺었던 협상 조건, 가격 조건 등이 괜찮은 결과물이었다는 것이 사후적으로 검증된 점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즉 HSBC가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가격으로 인수 계약을 체결하면서 당시 고가인수 논란에 휘말렸던 국민은행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졌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 수석부행장은 "외환은행의 주당 가격이 올라갔지만 론스타의 블록세일로 인수해야 할 지분은 오히려 줄었기 때문에 인수 가격도 은행 입장에서는 부담이 훨씬 작아졌다"고 설명했다.
지주회사 전환 문제와 관련해서는 "지난 7월말 이사회에서 지주회사 전환 시기 및 지배구조 등 제반사항에 대해 검토하라는 결정이 내려져 현재 태스크포스에서 검토 중"이라며 "어떤 방식으로 지주회사로 전환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연내 이사회에서 본격적인 토의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