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지난 2003년부터 올해 6월까지 종로구 일대에 밀집한 금지금 업체를 조사해 1조7000억원이 넘는 엄청난 규모의 '탈루세금'을 추징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조사한 업체 전원을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국세청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2003년 1월부터 2007년 6월말까지 총 195개 금지금 업체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여 이들 업체가 탈루한 세금(부가가치세 등) 1조7274억원을 추징한 것으로 확인됐다.
1개 업체당 평균 88억여원의 세금을 부정환급 받거나 떼어먹은 셈이다. 국세청은 조사대상 195개 금지금 업체 전원을 조세범처벌법 등으로 엮어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연도별로 보면 2003년 10개 업체, 2004년 26개 업체, 2005년 31개 업체를 조사해 각각 1000억원, 5142억원, 4064억원을 추징했다. 지난 2006년이 '피크'였다. 지난해 국세청은 총 110개 업체를 조사, 5666억원의 탈루세금을 찾아내 과세했다.
 |
올해도 국세청은(2007년 6월 현재) 18개 금지금 업체를 조사해 1042억원을 과세하고 18개 업체를 검찰에 고발하는 등 세무조사를 계속 벌이고 있다.
종로구 일대 밀집한 금지금 업체들이 이처럼 '탈세의 길'로 접어든 이유는 지난 2003년 도입된 '면세금지금'제도 때문이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면세금지금 제도란 일정요건을 갖춘 금 도매업자가 거래하는 금지금(금괴, 골드바 등)에 대해 부가세를 면세해주는 것으로 금 밀수 방지차원에서 도입됐다.
당시 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면세금지금을 과세금지금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일부 허용했지만 이를 업자들이 악용, 소위 '폭탄업체' 등 탈세전문업체를 설립하고 뺑뺑이 수법 등을 동원해 거액의 부가가치세를 부정환급 받았던 것.
결과적으로 밀수 방지차원에서 도입한 제도가 '탈세용 제도'로 활용된 셈이다. 특히 최근에는 종로구 일대에서 금지금 업체를 운영한 적이 있는 S저축은행 회장 신 모씨가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신 모씨가 운영했던 금지금 업체는 국세청 세무조사를 통해 800억원이 넘는 세금을 추징당했으며 이와 관련해 국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가 기각결정을 받기도 했다. 현재도 국세심판원에는 수 십건의 금지금 업체가 제기한 심판청구가 계류 중에 있다.
한편 정부당국은 면세금지금 제도의 허점으로 인한 시장왜곡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 '납세담보제도'를 도입하는 등 제도개선책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에는 '바지사장'을 내세운 폭탄업체를 근절하기 위해 사업자 등록 검증체제를 강화해 시행한다는 방침을 내놓은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