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세청이 대대적으로 벌였던 골프회원권거래소에 대한 세무조사에서 조사요원들이 실질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 골프회원권거래소에 대한 추가 세무조사가 불가피해졌다.
골프회원권거래소에 대한 세무조사는 지난해 국세청의 '막강 세무조사 라인'으로 대변되는 서울청 조사4국에서 심층세무조사(=특별세무조사)를 벌였지만, 감사원이 이례적으로 조사결과가 부족하다며 추가조사를 국세청에 지시했다.
감사원은 9일 "세무조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서울지방국세청의 세무조사업무에 문제점이 없는지 집중적인 감사를 벌인 결과 회원권거래소 골프회원권 전매에 대한 부가가치세 부과가 부적정한 것으로 판단, 재조사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서울청은 지난해 2월부터 4월말까지 5개 회원권거래소에 대해 2002년부터 2004년까지의 거래에 대한 법인세 통합조사를 벌였다. 조사에 나선 곳은 과거 특별세무조사국으로 이름을 떨쳤던 서울청 조사4국.
조사4국은 세무조사 과정에서 한 회원권거래소가 골프회원권을 임직원 명의로 취득·매각하는 과정에서 8억6220만원의 매매차익을 올렸으며, 이 거래소가 그 중 4억269만원의 매매차익에 대해서만 법인세와 부가가치세를 낸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이 거래소가 숨긴 골프회원권 전매차익 4억5950만원을 중개수수료로 봐 법인세와 부가가치세를 추징했던 것.
그러나 감사원이 주목한 것은 이 거래소가 골프회원권을 취득했다가 매각한 부분. 감사원의 시각은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이 회원권거래 중개과정에서 발생한 '수수료(=매각차익)'로 볼 것이 아니라 취득해서 매각한 만큼, '매각액 전체'인 78억6395만원으로 봐야한다는 것.
감사원은 "국세청이 매각차익에 대해서만 부가가치세를 부과한 결과 약10억원의 세금을 덜 추징했을 뿐 아니라 다른 회원권거래소에 대한 세무조사에서는 임직원 명의를 빌려 회원권을 거래했는지에 대한 사실여부조차 확인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세청은 또 세무조사과정에서 5개 회원권거래소가 골프회원권 중개업을 하지만 회원권 매도희망자로부터 매도위임을 받을 때 매매대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하고 매물을 확보, 매수자가 나타나면 매수위임 형태로 매매하는 식의 영업을 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럴 땐 위임내용과 거래관계를 구체적으로 조사해서 이 거래가 단순한 위탁매매로서 중개용역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직접 매입했다가 양도한 것으로 봐야하는지를 판단해 부가가치세 과세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 감사원의 설명이다.
감사원은 그러나 "회원거래소의 골프회원권 거래를 표본 점검한 결과 일부 거래소에서 매도위임계약을 맺고 매도위임가액 전부를 거래소가 지급, 회원권이 매매되지 않을 경우의 위험을 회원권거래소가 부담하고 있었다"고 감사결과를 설명했다.
또 다른 회원권거래소에서는 회원권 소유자로부터 매도위임계약을 맺고 회원권가격을 지불하면서, 동시에 '회원권에 대한 모든 권한을 포기한다'는 내용이 계약서에 명시돼 있었다. 사실상 회원권을 취득한 것과 다름이 없다는 설명이다.
감사원은 "위탁매매로 보기엔 적절치 않은데도 서울청은 조사과정에서 거래의 실질과 법적 성격을 구체적으로 조사해 양도가액 전체에 대한 부가세 과세를 하지 않았다"며 "서울청은 모든 거래를 중개거래로 봐 중개차익에 대해서만 부가세를 과세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에 따라 "임직원 명의를 빌려 골프회원권을 사들인 뒤 양도한 경우는 양도가액 전체를 부가세 과세표준으로 해서 세금을 추징하라"며 "다른 회원권거래소에 대해서도 임직원 명의를 빌려 거래한 사례가 있는지 여부를 추가 조사할 것"을 서울청에 통보했다.
이와 함께 골프회원권거래가 중개거래인지 매매거래인지에 대한 과세기준을 마련하고, 조사과정에서 발견했지만 과세하지 못한 실질적 취득·매각한 회원권거래소를 다시 조사해서 실질적인 매매거래소에 대해선 관련부가세를 추가 징수할 것도 함께 지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