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의 환담장에 문 후보가 갑자기 나타나 김 전 대통령에게 인사를 하는 상황이 연출된 것.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사형제 폐지국가 선포식' 행사에 참석 중이었고 마침 문 후보는 같은 건물 외신기자클럽에서 기자간담회를 하던 중이었다.
문 후보는 간담회 도중 "영어로 "곧 돌아오겠다"(I will be back)고 말한 뒤 사형제폐지 행사 환담장에 들러 "안녕하십니까. 기자회견을 하다 잠시 뵈러 왔다"며 김 전 대통령에게 깍듯이 인사했다.
김 전 대통령은 마침 사형제 폐지 특별법의 국회통과 가능성을 주제로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후보, 안경환 국가인권위원장, 종교계 인사들과 대화를 나누다 문 후보의 깜짝 인사를 받자 "예. 바쁘시죠"라고 물으며 짧게 화답했다.
문 후보는 환담장에서 나온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전 대통령을 한 두번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어긋났었다. 오늘 환담에서는 특별한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고 밝혔다.
캠프측 인사는 "사형제 폐지 행사 주최측에서 문 후보를 비롯해 각당 대선후보들을 초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때문에 행사장에 잠깐 들렀을 뿐 정치적인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DJ에 대한 문 후보의 '깜짝 인사'는 김 전 대통령이 최근 방미 기간에 범여권 후보단일화의 한 주체로 문 전 사장을 거론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문 후보도 이날 간담회에서 "2007 남북정상회담 기간 북한 인사들이 남한 수행원들에게 'DJ가 문 후보를 미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하더라"는 질문을 받자 "김 전 대통령께서 아마 민심을 읽으신 것 같다. 민심이 저를 지지한 것을 알고 민심대로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 것 아니냐"고 해석했다.
그는 이어 "김 전 대통령은 민주화와 남북평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경제에도 관심이 많았던 경제통이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사형제 폐지국가 선포식' 기조연설을 통해 "저와 노무현 대통령은 집권 10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태도를 견지해왔다"며 "두 정부는 신념으로 사형집행을 찬성하지 않았고 사행집행 반대여론을 겸허히 수용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도 절반이 넘는 175명의 국회의원이 사형제 폐지에 찬성하고 그 법안을 국회에 제출해놓고 있다"며 "사형제를 폐지할 역사적 시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연설에 앞서 환담장에서 만난 민노당 권영길 후보에게 "국회에서 사형제 폐지에 앞장서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고, 이에 권 후보는 "우리나라가 사실상 사형폐지국이 됐지만 법적으론 아직 폐지되지 않았다. 민노당이 정기국회에서 사형제 폐지법을 처리하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