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4월 1일 한-칠레 FTA 이후 한-싱가포르, 한-EFTA, 한-ASEAN FTA 발효가 줄을 이어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FTA시대에 접어들었다. 이미 한-미 FTA가 타결되었고, 인도·캐나다·EU와의 FTA 협상이 진행 중인 것을 고려하면 그 속도는 한층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FTA의 확대로 수출입업체 및 제조업체들은 관세인하 등 무역장벽 해소에 따른 혜택을 받게 되고, 이에 따라 체결국간 무역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예를 들어 작년 9월 1일 발효된 한-EFTA FTA의 경우를 살펴보면 발효 이후 1년 동안 EFTA 국가로부터의 수입액(‘07.9.1 현재)이 발효 전 1년 동안에 비해 약 54%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FTA, 물품의 원산지 체약국 엄격히 요구
이러한 FTA 체결국간의 교역량 증가는 기본 관세율보다 낮은 FTA 협정관세율을 적용하는데 기인하는 바가 크다. 이에 각 FTA에서는 협정관세 적용을 위해서 물품의 원산지가 체약국임을 엄격하게 요구하고 있다. 협정관세를 적용한 수입물품의 원산지에 의문이 있는 경우 수입국 세관당국은 우선 수입자를 대상으로 수입물품의 원산지를 조사하게 된다. 그러나 수입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를 통해서 원산지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 수입국 세관당국은 수출국에 소재한 수출자 또는 생산자를 대상으로 원산지 진위여부를 조사하게 되는데 FTA 협정에서는 이를 원산지 검증(Origin Verification)이라고 한다.
협정마다 다르게 규정하고 있지만 수출자 또는 생산자에 대한 원산지검증 절차는 검증대상물품에 들어가는 원재료의 원산지, 가격, 거래내역 등을 확인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다만, 협정에 따라 수입국 세관당국이 수출자 또는 생산자에 대한 원산지검증을 수출국 세관당국에 요청하는 방법(간접검증)과 수입국 세관당국이 수출국에 직접 가서 원산지검증을 수행하는 방법(직접검증)으로 대별된다. 그리고 간접검증방법의 경우 검증을 요청받은 수출국 세관당국은 수입국 세관당국에 협정에서 정한 기간 내에 검증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협정별로 살펴보면, 한-싱가포르와 한-칠레 FTA는 직접검증방법을, 한-EFTA FTA는 간접검증방법을 채택하고 있으며, 한-ASEAN FTA의 경우에는 두 가지 방법이 모두 가능하다. 간접검증방법을 채택하고 있는 한-EFTA FTA의 경우 검증요청을 받은 수출국 세관당국은 10개월 이내에 검증 결과를 수입국 세관당국에 회신하여야 하나, 한-ASEAN의 경우에는 2개월 이내에 검증결과를 회신하여야 한다.
"우리기업들 원산지검증 준비안돼있어 걱정"
이러한 원산지검증절차를 수행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문제점 중에 하나가 우리 수출기업들이 이에 대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것이다.
농수축산물의 경우를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수출물품의 원산지는 수출물품에 들어가는 국내산 원재료 또는 외국산 원재료의 가격 비중에 따라 결정되는데, 현재 많은 수출기업들이 수출물품 원재료의 원산지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 또한 생산된 물품을 수출할 때 원산지 결정기준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원산지증명서를 발급받는 일이 비일비재한 실정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우리나라 수출자 또는 생산자에 대한 원산지검증절차가 이루어지게 된다면, 자칫 수출물품의 원산지를 한국산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고, 체약상대국에서는 협정관세를 적용하지 않게 되어 수출에 큰 차질을 가져올 수 있다.
"수출업체들 원재료 원산지 관리 안해 '고생'"
얼마 전 스위스 세관당국에서 관세청에 우리나라 수출물품에 대한 원산지 검증을 요청하여 검증절차를 수행하였다. 첫 FTA 원산지검증작업이었기에 세관과 수출업체에 모두에게 쉽지만은 않은 과정이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대두된 것이 수출업체가 원재료를 국내에서 조달할 때 그 원재료가 국내산인지 아니면 외국산인지를 관리하지 않고, 근거 자료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부품의 원산지를 확인하느라 상당한 기간이 걸렸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만일 이 과정에서 근거 자료 미비 등으로 국내산 원재료를 국내산으로 인정받지 못할 경우 수출물품의 원산지 또한 국내산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다행히 원산지검증과정을 거쳐 수출물품이 국내산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수출업체들 원산지 관리 각별한 주의 필요
앞으로 원산지 검증과정에서 우리 수출업체가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원산지 관리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관세청은 수출물품에 대한 FTA 원산지 관리를 위해 생산공장 보유업체 지정, 특혜원산지증명 관리제도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출자 또는 생산자가 협정별로 달리 규정하고 있는 원산지 결정기준을 숙지하고, 원산지 관리를 위하여 회계시스템을 개선하며, 원재료의 원산지를 ERP시스템으로 관리하는 등 향후 발생하게 될 원산지검증에 철저하게 대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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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hagwati 교수는 과도한 FTA의 확산은 무역의 복잡성을 증대시켜 기업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해서 이른바 ‘스파게티 볼 효과(Spaghetti Bowl Effect)’를 언급한 바 있다. 우리 수출기업들이 FTA협정마다 달리 규정하고 있는 원산지규정으로 인해 발생하는 “스파게티 볼 효과”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원산지 관리에 대한 특별한 노력과 주의가 요망된다고 하겠다. 관세청 오태영 심사정책국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