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설마 했는데…"-"법원가서 '진실' 가려보자"
지방국세청장까지 지낸 현직 국세청 국장이 기업체로부터 1억원의 뇌물을 수수, 구속된데 이어 현직 국세청장이 부하직원인 이 국장이 받은 뇌물 중 일부를 상납받았다는 혐의로 구속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현실화 됐다.
검찰이 전군표 국세청장에 대해 뇌물혐의 등을 적용해 청구한 사전구속영장 발부를 6일 법원이 실질심사 끝에 결정했기 때문이다.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고영태 부산지법 영장담당 판사는 이 날 오후 7시50분경 전 국세청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발부를 결정한 뒤 "피의자가 증거조작을 시도한 것으로 판단되며 범죄내용 또한 가볍지 않아 영장을 발부했다"고 사유를 밝혔다.
법원이 사전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전 국세청장이 그 동안 수 차례에 걸쳐 표명한 결백주장이 '신빙성'이 부족했음을 인정한 셈. 이에 따라 전 국세청장은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고 불미스런 '낙마 수순'을 밟을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아울러 납세자들로부터 세금을 징수하는 기관으로서 그 어떤 정부기관에 비해 '청렴도'를 생명처럼 여기는 국세청도 현직 수장의 뇌물상납 혐의에 따른 구속은 엄청난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 동안 수사결과를 지켜보며 전 국세청장 거취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취해왔던 청와대도 후폭풍(국세청 조직의 동요 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후임 국세청장 인선 등 절차에 가속도를 붙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의 영장발부 사실만 가지고 전 국세청장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즉, 진실규명은 재판부의 판단이 절대적이다. 따라서 법원의 영장발부 결정은 이 사건과 관련한 진실규명이 '지구전' 양상으로 돌입하게 됐다는 신호에 불과한 셈이다.
□ 개청 40년, 사상 초유의 사태-국세청 '흔들'=조직력에 관해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결속력이 강한 국세청은 믿었던(?) 수장의 뇌물수수 혐의에 따른 구속 소식이 전해지자 망연자실한 모습.
법원의 영장 기각 또는 불구속 기소 등 '최선의 결과'가 나오기를 바랬던 기대마저도 일순간 사라져 버린 셈. 국세청은 이에 따라 수 십년 동안 쌓아온 명예와 신뢰도 송두리째 흔들릴 위기상황에 처했다.
법원의 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자 그 동안 검찰 수사결과를 지켜보면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던 국세청 직원들은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다. 아울러 심적(心的) 흔들림이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국세청장이 부하직원으로부터 뇌물을 상납 받았다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법원의 (영장발부)결정을 믿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세청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국세청이 쌓아온 명예와 신뢰가 흔들릴까 우려된다"며 "종합부동산세 집행 등 현안 업무가 코 앞인데 납세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면 행정집행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국세청 관계자는 "법원이 영장발부를 결정했다고 해서 모든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향후 재판을 통해 명백히 진실을 가려내 실추된 국세청 명예와 신뢰를 되찾아 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