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무혁, 성용욱 전 청장도 '실형 선고' 받기도
국세청은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과 함께 '4대 권력기관'으로 불린다. 과거에 비해 권력기관이라는 인식이 많이 희석되기는 했지만 (세금)징수권과 세무조사권을 양 손에 움켜쥐고 휘두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내면의 이미지는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권력기관'이다.
지난 1966년 당시 재무부 사세국에서 분리, 외청으로 독립한 이래 배출된 총 15명의 국세청장 중 8명은 장관 영전 등 '가문의 영광'을 안았다. 특히 과거 군사정권시절에는 군인출신 청장들이 득세, 막강한 권한으로 정권의 시녀(侍女)역할을 도맡아 했다는 비판도 받았었다.
□ '가문의 영광'↔'가문의 위기'-극과 극 청장들=장관 영전 등의 특전을 누린 전직 국세청장들도 있었지만 각종 비리나 의혹에 연루, 옥고를 치르거나 불명예 퇴진한 청장들도 여럿 있다. 전 국세청장처럼 현직에서 구속된 사례는 처음이다.
초대 이낙선 전 청장을 비롯해 오정근, 고재일, 안무혁, 성용욱 등 6명의 군인출신 국세청장이 배출됐다. 이 중 이낙선, 오정근, 고재일 전 청장은 재직시절 및 퇴임 이후에 별다른 사건을 만들지 않았었다.
전두환 정권시절 국세청장을 지낸 안무혁 전 청장과 성용욱 전 청장은 1987년 제13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각 안기부장과 국세청장을 지내면서 기업체 등으로부터 대선자금을 모금했다. 이들은 10년 뒤인 1996년, 나란히 법정에 서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성용욱 청장은 재임시절 대선자금 모금에 나선 것과는 별도로 집안단속에 실패, 단명했다. 성 전 청장은 청장 재임시절 부인이 부정한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문제가 되면서 국세청장 직위에서 물러났다가 4년 뒤(1992년) 안기부 제1차장으로 복귀했다.
10대 청장인 임채주 전 청장은 국세청 개청 이래 최대 추문인 '세풍'사건에 연루, 사법처리는 면했지만 결코 뒷끝이 좋지는 않았다. 과감한 국세행정 개혁을 주도한 안정남 전 청장도 비리 등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았지만 개인적 축재 의혹이 불거지면서 뒷탈이 난 케이스.
안 전 청장은 국세청장 재직시절 언론사 세무조사 등 강력한 세무행정을 집행했다. 퇴임 후 국세청장의 영전코스인 건교부 장관으로 옮겼지만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되면서 언론의 집중포화를 얻어맞아 취임 23일 만에 스스로 물러나는 고초를 겪었다.
13대 손영래 전 청장은 최초의 호남출신 국세청장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그의 말로도 아름답지 못했다. 썬앤문 그룹 세무조사 감세지시 의혹에 기업체로부터 2000만원 상당의 '용돈'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 징역형을 선고받아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16대 현직 청장 신분이었던 전군표 국세청장도 부하직원으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상납 받았다는 불미스러운 혐의로 구속됐다. 현직 국세청장으로서 사상 처음으로 구속되는 사례로 남게 됐다.
물론 아직까지 전 국세청장에 대한 '유죄'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단지 검찰의 사전구속영장 청구가 법원의 실질심사에서 받아들여졌을 뿐, 진실규명의 절차와 기회는 아직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