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회사가 명목상의 자회사 두 곳을 내세워 국내 부동산을 매입한 것에 대한 취득세 부과의 정당성을 두고 엇갈린 판결이 나와 상급심 판단이 주목된다.
네덜란드 법인인 옥메도퍼시픽비브이(이하 비브이)는 1998년과 2003년 각각 100%를 출자해 명목상의 회사인 A사와 B사를 설립했다.
A사는 우리나라 법인 C사의 주식 75%를 갖고 있었고, 나머지 25%는 씨피엘이 보유하고 있었는데 2005년 7월 B사는 씨피엘이 갖고 있던 25%를 인수했다.
A사와 B사는 앞서 2003년 5월에는 우리나라 D사의 주식을 50%씩 사들였다.
종로구청은 A사의 모회사인 비브이를 C사의 과점주주라고 보고 B사가 C사의 지분을 25% 취득함으로써 비브이의 C사에 대한 지분이 25%(75%→100%) 증가했다고 판단, 취득세 등 6억여원을 부과했다.
종로구청은 또 A사와 B사가 D사의 주식을 취득함으로써 비브이가 D사의 지분 100%를 소유한 과점주주가 됐다고 보고, 취득세 등 17억여원도 부과했다.
그러나 비브이는 구 지방세법(2005년 12월31일 개정 전)에 따르면 취득세 부과 대상이 되는 과점주주란 특수관계에 있는 자들과 함께 51% 이상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주주'를 의미하는데 자신은 C와 D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데도 '과점주주'로 보고 과세한 것은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이승영 부장판사)는 비브이가 종로구청장을 상대로 낸 취득세 등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과세한 23억여원을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구 지방세법에서 특수관계에 있는 자들 중 주식을 소유하지 않은 자도 과점주주에 포함되는지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지만 과점'주주'라는 문언 자체의 해석에 의하면 과점주주가 되기 위해서는 주식을 소유한 자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관계 법령에서 모회사를 '주주'로 파악하지 않는 한, 50%씩 주식을 소유한 자회사들끼리는 특수관계가 없어 모회사와 자회사들 모두 취득세의 납부의무를 지는 과점주주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A사나 B사가 주식을 취득해 그 경제적 효과는 원고에게 그대로 미치지만 우리 법제하에서 법인격 자체가 부인되지 않는 한, 분할 주식취득으로 원고가 경제적 효과를 받게 된다는 이유로 원고와 A사 및 B사의 법률관계 형성에 관한 의사를 무시하고 원고를 '과점주주'로 보는 것은 실질과세 원칙의 본질에 어긋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이 법원 행정4부(민중기 부장판사)는 비브이사와 같이 페이퍼컴퍼니 두 곳을 내세워 서울시티타워의 주식 50%를 사들였다가 23억여원을 과세당한 독일계 펀드인 T사가 서울시 중구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는 "T사를 서울시티타워의 실소유주로 보고 취득세를 부과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시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