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8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박태준 전 총리의 팔순 잔치 겸 소설가 조정래씨의 위인전 `박태준'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조우했다.
두 유력 대선후보가 이날 행사에 온 것은 무소속 이회창 후보(전 한나라당 총재)의 출마 선언 이후 세력 확보 경쟁에 불이 붙은 상황에서 `경제통' 이미지가 강하고, 자민련 총재를 역임한 박 전 총리의 마음을 잡으려는 의도가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 정 후보측은 박 전 총리를 선대위에 영입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이 후보측은 "당내 경선 때부터 박 전 총리를 사실상 고문으로 모셔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만찬장의 헤드 테이블에 마련된 두 사람의 자리는 박 전 총리와 정확히 두 좌석씩 떨어진 곳이어서 공교롭게도 서로 정면으로 마주보고 앉게 됐다.
같은 테이블에는 조정래씨, 박준규 전 국회의장, 이한동 전 총리, 곽선희 목사, 황경로 전 포스코회장, 김만복 국정원장, 김정길 대한체육회장, 이상득 국회부의장, 김근태 의원,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이구택 포스코 회장 등이 동석했다.
두 후보는 주위 사람들과는 다정하게 담소를 나누면서도 단 한번도 서로 시선을 맞추지 않았다. 향군 주최 안보강연회에 참석한 이 후보가 30분 가량 늦게 들어왔을 때 멀리서 서로 가볍게 목례를 한 게 전부였다.
공식 행사 후 만찬 메뉴가 나오기 전 정 후보는 강재섭 대표와, 이 후보는 김근태 의원과 서로 악수를 나눴지만 후보끼리는 서로를 피하는 모습이었다.
이런 `신경전'을 감지한 듯, 박 전 총리가 두 후보를 불러 세 사람이 함께 와인잔을 부딪치며 건배를 했다. 두 후보는 카메라 기자들 앞에서 웃으며 잔을 들어보였다.
하지만 이후 일정 때문에 먼저 자리를 뜨게 된 이 후보는 정 후보를 외면한 채 다른 사람들과 악수를 나눴고 정 후보도 옆사람과 대화에 열중하는 등 끝까지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