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유류세 10%→20%→30% 인하 경쟁
전문가들, "세율인하시 물가안정·경기회복 효과"
국제적인 고유가 추세로 인해 우리나라의 휘발유가격도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국민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정부에서는 아직까지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노무현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최근 국제유가 급등과 관련해 "유가 인상이 서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대책을 세울 것"을 지시했으며, 이에 정부는 뒤늦게 대책마련에 착수했다.
당시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국회에서 여론을 수렴중이고 세입 관련 예산 부수법안을 처리할 테니 국회 논의과정을 거쳐 대책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지만, 9일 현재까지 재경부는 "유가대책의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자료작성이 덜 됐다"는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
그나마도 유류세 인하와 관련한 언론의 보도가 잇따르자 "유가상승으로 인한 서민부담완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유류세 인하문제는 현재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일축했다.
재경부는 유류세를 인하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막대한 세수감소 ▲외국에 비해 높지 않은 유류세 비중 ▲국제적인 추세 ▲환경문제 ▲주유소 유통마진 흡수 가능성 등을 꼽고 있다.
그러나 최근 5년간 연평균 2조7000억원의 초과세입이 발생했다는 점과, 유류세를 내릴 경우 유류소비량 증가 등에 따른 생산유발효과 등을 감안하면 재경부의 세수감소 우려(10% 인하시 1조9000억원↓)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주유소의 유통마진 흡수 가능성에 대해서도 현재 많은 주유소들이 가격경쟁을 하고 있으며, 가격담합을 벌이더라도 공정거래법에 의한 강력한 규제와 처벌을 통해 막으면 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 정치권, "서민부담 경감 위해 유류세 인하하자" 한 목소리= 여야의원들은 최근 국정감사 기간에 재정경제부를 상대로 유류세 인하에 대해 거센 압박을 가했다.
최경환 한나라당 의원은 "올해 국제유가가 50달러대에서 90달러대로 급등했는데 이제 와서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종합대책을 수립하겠다는 것은 사후 약방문"이라며 "재경부의 유류세 인하거부는 직무유기를 자인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의 이종구 의원도 "국제원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직전까지 폭등하고 올해 세수가 목표를 11조원이나 초과하는 상황"이라며 "정부 시행령에서 탄력세 할인율을 20%에서 30%로 늘리는 등 유류세 인하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여당인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도 재경부를 상대로 유류세를 내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상경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은 "유류세를 내리면 서민의 생활비를 경감시켜주고 물가를 안정시킨다는 장점이 있다"며 "유류세를 지금 인하하는 것이 우리 경제에 더 큰 이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목희 의원도 "법개정을 통해 유류세를 인하하면 환율이나 국제유가의 변동에 따라서 매번 법 개정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정부가)교통에너지환경세법 시행령을 개정해서 탄력세율의 최대치 30%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융통성 있게 세금을 조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국제적 상황이나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유류세를)내려야한다는 논리를 찾기 어렵다"며 "탄력세율 조정은 (유류가격이)일시적으로 올라갈 경우 대처하는 수단이기 때문에 지금 유가가 지속적으로 높은 추세를 보이고 있는 때에 활용하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일축했다.
□ 대선후보들도 유류세 인하 공약 경쟁= 연말 대선을 앞두고 각 당의 대선후보들도 유류세 인하를 공약으로 내세워 서민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현재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에 부과되고 있는 유류세(교통에너지환경세·교육세·주행세)를 10% 인하하고, 그 효과가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실효성있는 대책을 만들겠다는 내용의 공약을 제시했다.
이어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유류세 20% 감면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또한 정유사들의 담합, 원가 부풀리기, 주유소 유통구조를 개선한다면 유류세 대비 5% 이상 추가 인하가 가능하며, 유류세 대비로는 총 25%까지 인하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이인제 민주당 후보와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는 유류세를 30% 인하한다는 내용의 공약을 제시했다.
□ 각계에서도 유류세 인하론이 '대세'= 세법을 연구하는 전문가들과 입법기관 등에서도 유류세에 대해 인하해야 한다는 여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는 유류세 인하와 관련한 검토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실질 유류세 부담은 OECD국가들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나타난다"며 "유류세율을 인하하여 유가급등으로 인한 국민부담을 일정 부분 덜어주어야 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유류세의 과세방식과 세율 등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며 "유류세를 내릴 경우 세수감소에 대한 우려도 정부의 추가적인 세수확보 노력과 정부 지출에서의 낭비요인 제거를 통해 충분히 보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세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유류세를 내려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현진권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유류세와 관련해 세수보다는 경제활성화가 우선이라는 국민들의 공감대가 있다"며 "경제활성화를 위한 수단이 많지 않은데, 국제유가가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유류세를 인하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유류세는 우리 기업의 비용을 높여 투자감소와 경기침체를 발생하게 하는 중요한 원인중의 하나"라며 "유류세를 내리면 경기회복과 함께 실업을 줄일 수 있고 서민들의 생활비 경감과 물가를 안정시키는 이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회 재정경제위원회는 내주 조세법안심사소위원회 및 전체회의를 열어 정부와 국회의원들이 제출한 각종 세법개정안에 대해 심사할 예정인 가운데, 유류세 인하문제와 관련해 집중적으로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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