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과세당국은 "세파라치들이 극성을 부린다는 소문이 난 이후 지금까지 현금영수증 발급을 꺼려왔던 금은방 등이 요즘은 영수증발급에 적극적이다"거나 "일부 부작용도 있지만, 과세정상화를 위한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며 내심 반기는 듯한 분위기도 연출되고 있다.
현금영수증 발급을 거절한 자영업자들의 경우 ▲발급거부가 연간 5회 이상이거나 사실과 다른 발급 ▲연간 3회 이상 발급거부이거나 사실과 다른 금액 합계가 100만원 이상이면 발급거부자로 분류돼 낭패를 볼 수 있다.
신고내용이 사실로 드러나면 거부금액 대비 5%를 소득ㆍ법인세 가산세로 추징 당하고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50만원에 달하는 벌금도 추가로 내야 하지만, 상습거부자는 추가과세시 단순경비율 적용이 배제되는 등 추가제재가 가해지기 때문.
이 때문에 과세당국은 현금영수증 발급거부 사례 신고에 대해선 신고내용을 꼼꼼히 분석해서 소비자의 '유도' 또는 '함정'에 따른 발급거부 신고자에겐 포상금 지급을 거부, 세파라치로부터 자영업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상인들의 한결같은 주문이다.
■ 현금영수증 포상금 얼마나 지급됐나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현금영수증 신고 포상금제도 운영된 결과 지난 10월말까지 접수된 신고는 현금영수증 1481건, 신용카드 814건 등 모두 2295건.
이 가운데 국세청은 1729건에 대한 현지 확인작업을 거쳐 410건의 위반사실을 확정, 총 21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했다.
강형원 국세청 전자세원팀장은 "포상금제도 시행이후 접수된 건수는 무려 2295건에 달하지만 포상금 지급요건을 충족해 포상금이 지급된 비율은 23.7%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신고건수에 비해 포상금이 지급된 건수가 현저히 낮은 것은 그만큼 '짝퉁신고'나 요건을 갖추지 않은 신고가 많았다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다. 아울러 현지확인 등 짝퉁신고 검증을 위한 행정력이 만만치 않게 소요된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 일선관계자는 "최근 들어 동영상을 통한 신고건수가 크게 늘고 있다"며 "동영상은 증거력이 커서 포상금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세파라치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으며, 전문가(?)의 신고에 대부분의 포상금이 지급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국세청 신고내용 검증과정에 허점은 없나
세파라치에 당한 상인들은 "가장 억울한 것은 현금영수증을 끊어주려고 했는데도 소비자가 굳이 이를 마다했고, 현금을 주며 값을 깎아달라기에 그렇게 했다"며 "신고된 세무서에서 보니, 현금영수증을 끊어주려고 한 부분이 감쪽같이 편집됐더라"고 했다.
결국 세무서에서 신고내용을 분석할 때 앞뒤 정황을 신중하게 가린 뒤, 상인이 먼저 현금영수증이나 신용카드영수증 발급을 꺼린 것에 대해서만 포상금을 주고 과태료를 물린다면 아무 불만이 없겠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정황상 소비자가 유도해서 현금영수증을 끊어주지 않은 것에 대해선 포상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그러나 앞뒤 부분을 편집해서 현금영수증 발급을 하지 않는 부분만 교묘하게 신고증거로 가져올 땐 이를 입증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제시된 증거만 봤을 땐 판단하기 어려워 신고자를 불렀더니 "상인이 현금영수증을 끊어줄지 말지 어떻게 알고 출입부터 나올 때까지 촬영하느냐"며 "국세청이 하지 못하는 부분을 시민이 나서서 하는데, 왜 오라 가라 죄인 다루듯 하느냐"고 오히려 따지더라는 것.
■ 국세청, "세파라치 막을 뾰족한 방법이 없다"
국세청은 "최근 현금영수증 포상금을 노린 세파라치들이 엄청난 수로 늘어나고 있는 것은 잘 알고 있다"며 "누리꾼들 사이에 포상금으로 1년10개월만에 집을 샀다는 등의 소문이 번지며 그 수가 급속도로 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세청은 이같은 세파라치들을 막기 위한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세파라치들을 양산하고 있는 인터넷에 개설된 포상금 전문 카페와 학원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는 것이 국세청 설명이다.
국세청이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1인당 연간 200만원을 넘겨 포상금이 지급되고 있는지를 살펴, 과다지급사례를 막기 위한 노력 정도. 그나마도 차명계좌 앞에서는 국세청도 속수무책이다.
일선세무서 관계자는 "연간 200만원 한도로 지급되는 포상금만을 바라고는 전문 세파라치가 나올 유인이 없다"며 "포상금을 줄 때 1인당 과다지급이 안되도록 입금계좌를 살피고 있지만, 사실상 차명으로 입금계좌를 틀 땐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문제"라고 말했다.
또 신고된 수십건의 동영상을 세밀하게 살펴 혹시나 있을 유인이나 함정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과 신고된 사업자를 만나 실태를 정확하게 살피는 것도 인원과 시간부족이라는 한계에 봉착돼 있다는 것이 국세청 설명이다.
국세청은 "현금영수증 포상금 지급근거는 '줘야한다'가 아니라 '줄 수 있다'로 규정돼, 국세청이 가진 예산의 한도에서만 지급될 수 있다"며 "세파라치들이 돈이 없는 곳에는 몰리지 않는 만큼 예산을 통한 간접방지는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를 위해 국세청은 "최근 상인을 함정에 빠뜨려 포상금을 타내려는 세파라치를 막기 위해, 한 사람이 여러 건을 동시에 신고하는 경우의 샘플을 보다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세밀한 분석을 통해 상인을 함정에 빠뜨려 포상금을 받는 등의 실태파악이 마쳐지면, 편집된 동영상 증거자료에 대해선 포상금을 지급하지 않는 등의 효율적인 지침을 일선세무서에 하달하겠다는 것이 국세청의 의지다.
■ 세파라치 기승…세무서에서는 내심 '모른척'
세파라치들의 극성으로 영세상인들이 선의의 피해를 입는 등 부작용이 일고 있지만, 일선세무서 일각에선 내심 기쁜 표정을 감추려 표정관리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 세무서 직원은 "세파라치들이 한번 휩쓸고 지나간 이후 이 일대의 금은방과 편의점 등은 현금영수증을 거절하는 소비자를 오히려 의심할 정도로 영수증 발급에 적극적"이라며 "현금영수증 관련 길거리 홍보로도 하지 못하는 일을 세파라치들이 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일선직원은 "현금영수증 포상금제도 자체가 세파라치들이 나타날 것을 충분히 예견하고 들여온 제도 아니냐"며 "일부 상인들이 억울한 피해를 보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지만, 그보다 과세양성화라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세전문가들은 "정부가 국민들을 어떤 바람직한 길로 인도할 땐 계도나 교육, 홍보 등 납득할 수 있는 방법을 써야 한다"며 "신고 포상금 제도는 국민들간의 불신, 나아가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