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여간 공적자금을 취재하면서 도달한 결론은 상식적으로 국민의 부담으로 지원된 자금이 모두다 회수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공적자금관리위 등 관리주체들이 좀더 주도 면밀하게 관리를 해야할 것이라는 의견에 이르게 됐다.
한편으로 공적자금은 2002년 말 '69조원'의 손실이 예상됐지만, 매년 회수율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손실액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다소 위안이 되었다.
'69조원'중 49조원에 해당하는 금액은 국민이 시간을 두고 지속적으로 갚아나가야 할 빚. 손실액을 더 줄이지 못한다면 결국 국민부담으로 고스란히 남게 될 것이다. 이는 결국 국민부담으로 공적자금이 지원된 금융기관을 먹여 살리는 꼴이된다.
그러나 내년에는 '5년마다 재 계산'이라는 규정에 의해 공적자금 상환에 대한 재계산이 이뤄질 전망이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내년 재계산 때 현재 '69조원'의 공적자금 부채가 감소해 국민부담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전망이다.
김광수 공자위 사무국장은 "2002년 말 공적자금 손실이 69조원 정도 예상돼 정부와 은행이 49조원과 20조원을 부담하기로 했다"며 "그러나 내년 재계산 때는 회수될 수 있는 자금이 늘어나 69조원의 부채가 감소할 것으로 보여 국민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고 밝혔다.
□ 한 기금에서는 돈이 남아돌고, 다른 기금에서는 돈이 안 돌아 걱정 =하지만 2002년 말 공적자금 상환대책이 만들어진 이후, 예금보험채권상환기금과 부실채권정리기금, 두 기금이 서로 불균형한 상태로 내년 재계산 때는 이 부분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예보채는 자금이 제대로 융통되지 않아 2004년에 다시 채권을 발행해 운용되고 있는 반면, 부실채권정리기금은 9조원의 잉여금에 대해 어떻게 사용할지가 논의될 정도로 두 기금의 운용이 불균형한 상태다.
예보채상환기금은 2004년 국회 보증 동의를 얻어 예금보험기금상환기금채권을 차환 발행해 올 6월 말까지 16조8105억원의 빚을 졌다. 이중 지난해 3155억원은 조기 상환했지만, 올해 3조7000억원의 발행 계획을 갖고 있어 빚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예금보험기금채권상환기금이 다시 빚을 지게 된 것은 예금보험공사의 채무(2002년 말 82조4000억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예보 채권(81조원)이 내년 만기가 도래해 돈을 내줘야 하지만, 정부의 출연금 49조원을 제외한 나머지 37조7000억원(자체 회수자금, 금융기관 특별기여금)은 2027년까지 상환하게 돼 있어 자금 수입·지출 시기가 맞지 않았기 때문.
반면 올해 공적자금백서에 따르면 부실채권정리기금은 지난해 말 추정 여유자금 7조7000억원, 대우계열사 부실채권 정리회수금 9000억원(투자 유가증권 매각대금 포함) 및 여유자금 운용수익 등 4000억원으로 총 9조원 정도의 잉여금이 생길 전망이다.
정치권이나, 전문가 집단에서는 부실채권정리기금 잉여금 9조원 가량을 '사회양극화', '서민금융' 등에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공적자금을 상환하기 위해 만들어진 부실채권정리기금은 당연히 빚을 갚는데 사용해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반박 의견도 있다.
이인실 서강대 교수는 "정치권이나 정부 등에서는 7~9조원 남아도는 부실채권정리기금 잉여금을 이름도 멋있는 '사회양극화' 자금으로 쓰자고 하고 있다"며 "원래 재정출연금으로 일반회계에서 (49조원을 갚는데)사용하기로 했는데, 이것도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7~9조원은 먼저 빚을 갚는데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교수는 "부실채권정리기금에서 남아도는 7~9조원은 결국 국민세금이 들어간 돈인데, 사회양극화, 서민금융 등에 사용하는 것을 동의하고 있는 분위기니 나중에 젊은 세대만 고생이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한 언론에 낸 기고문을 통해 "2002년 말 공적자금 상환대책이 만들어질 때 49조원을 직접채무로 전환해 재정에서 부담하도록 한 것은 원인을 제공한 현 세대에서 예산을 삭감해 빚을 갚고, 급격한 고령화로 재정부담이 가중 될 후대에 빚을 줄여주려는 뜻에서였다"고 밝혔다.
또 그는 "2002년 말 공적자금 상환이 불확실해 계산을 한 것인데, 이제 와서 보니 한 기관은 기금이 남아돌고, 다른 기관은 기금이 부족한 상태다"며 "그렇다면 내년에 재계산할 때 이 7~9조원을 빚을 갚는데 사용해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사무국장도 부실채권상환기금의 잉여금 9조원의 행방에 대해서 "공적자금상환기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부실채권상환기금과 예보채상환기금이고, 이 자금이 모두 공적자금을 상환하기 위한 기금이다"며 "당연히 먼저 상환하는데 9조원을 사용해야 하고 (사회 양극화 자금 등은)나중의 문제이다"고 말했다.
결국 내년에 이뤄질 재계산에서는 뒤뚱거리는 이들 두 기금의 운용을 어떻게 바로 잡느냐도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공적자금이 지원된 지 10년. 딱 한 가지 변하지 않는 사실은 공적자금에 국민의 피땀어린 소중한 돈이 들어갔다는 점이다. 공적자금에 대한 관리가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명제를 다시 던져주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