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 후보는 27일 남단인 여수와 최전방인 파주 도라산역, '중원'인 대전 등을 종횡무진하는 것으로 공식 선거운동 일정을 시작했다.
세계박람회 개최국 결정을 앞두고 여수시청 앞 광장에서 시민들과 함께 날밤을 샜던 정 후보는 27일 새벽 파리로부터 낭보가 전해지자 감격한 듯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출발이 좋다"며 "이 기운을 밀고 세계 복판으로 나가자"고 강조하고 "여수의 큰 기운을 받아 12월 대선도 꼭 승리해 여수 엑스포의 기쁨을 10배, 100배로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당측에서는 정 후보의 여수행(行)이 범여권에 등돌린 호남 민심을 다시 결집시키는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다.
그는 여수 시내를 이동하던 중 유세차량을 보자 즉석에서 하차, "여수 세계박람회 유치가 당선 만큼 기쁘다"며 즉석유세를 벌였다. 한편 시청 앞 행사에는 정 후보와 민주당 이인제 후보가 나란히 참석했으나 곳곳에서 터지는 플래시 앞에서 한차례 포옹을 했을 뿐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 합당 및 후보단일화 불발의 여진을 드러냈다.
정 후보는 이어 경의선 남측 최북단인 도라산역을 찾아 "임기내 남북경제 통일의 시대를 열겠다"면서 "경제통일은 남북통일의 굳건한 기반"이라고 밝혔다.
그는 "당선되면 3차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위대한 한반도 평화협정시대로 가기 위한 정동영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간 공동노력을 선언하게 될 것"이라며 "가급적 임기 전반에 평화협정을 체결하도록 하고 당당한 외교를 주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광주, 부산, 원주 등에서 흩어져 유세를 벌이던 공동선대위원장 등 신당 관계자들은 오후 대전역에 총집결, 출정식을 갖고 대선승리를 결의했다. 손학규 이해찬 김근태 공동선대위원장과 의원 약 50명을 포함, 2천여 명이 참석했다.
정 후보는 "가슴 속에 있는 상처와 아픔, 불안을 저의 아픔과 상처, 불안으로 가져가 치유하는 '인간 정동영'이 되고 싶다. 국민의 말을 잘 듣는 '좋은 대통령', '여러분의 가족'이 되겠다"며 '가족행복'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면서 "우리의 가족들과 호흡하기 위해 청와대에 입주하지 않겠다"며 "어마어마한 경호를 반의 반으로 줄이고 서민과 자유롭게 활보하며 호흡하겠다"고 했다.
이어 "나쁜 경제, 나쁜 대통령은 되지 않겠다. 이명박, 이회창 후보를 통한 변화는 아들 딸의 미래를 망치는 나쁜 변화"라고 보수진영 두 후보에게 날을 세웠다.
그는 "저는 만나 보면 부드러운 사람인 데 TV에는 사납거나 정 떨어지게 나와 웅변을 하지 않겠다"며 대화 어조로 연설을 풀어나가면서 인간적 면모와 포용의 리더십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그는 청계천 평화시장에 옷을 내다 팔며 어렵게 생계를 꾸리던 젊은 시절 가족 얘기를 하던 도중 눈물을 흘리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특히 그는 "김대중, 노무현 시대는 여러분이 만들어주신 시대로, 여기에서 무릎을 꿇을 순 없다. 지난 10년 민주주의와 평화의 역사를 계승하겠다"면서도 "'한나라당이라도 좋다'며 변화를 바라는 국민 마음 속의 열망을 잘 알고 있다. 고칠 것은 확실히 고치겠다"고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와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바뀌면 정권이 바뀌는 것"이라며 "정동영이 대통령이 되면 노무현 정권에서 정동영 정권으로 확실히 바뀌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해찬 선대위원장은 이명박 후보에 대해 "'짜가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면 지난 10년이 허물어진다"면서 "'이명박 특검'을 실시, 가짜를 수사해 공직사회에 못 나오도록 쐐기를 박기 위해 특검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김근태 선대위원장은 이 후보를 '거짓말, 변명, 부패로 얼룩진 얼룩송아지'로 불렀다.
정 후보는 이명박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에 대한 '맞불' 성격인 '대(大)한반도 철도공약'을 홍보하기 위해 이날 내내 기차로 이동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