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서운함 도를 넘은 것…그 간부 당초 진술 내던지고 진실 이야기 할 것"
"현직 유지한 것은 국세청 전체 명예 걸렸기 때문"
"참담하지만…구속이 곧 유죄는 아니다"
부하직원으로부터 인사청탁 명목으로 거액의 뇌물을 상납받은 혐의로 구속된 전군표 前국세청장이 구속되기 전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국세청 직원들에게 남기는 퇴임사가 최근 국세청 내부인트라넷를 통해 국세공무원들에게 전파된 것으로 확인됐다.
퇴임사는 구속된 다음날인 11월 7일자로 국세청 인트라넷에 게재되었고, 전 전 국세청장의 서명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퇴임사는 구속되기 수 일전 '퇴임'을 결심하고 미리 작성해 둔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현재는 내부인트라넷에서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전 국세청장은 퇴임사를 통해 "(제가)국세청장직을 유지하면서 검찰소환에 응했던 것은 개인의 문제를 떠나 국세청 전체의 명예와 신뢰가 걸린 중차대한 사안이었기 때문"이라며 "결코 자리에 연연했기 때문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전 전 국세청장은 이어 "국세청이 상납관행에 젖은 집단이 아니라는 것을 하루속히 밝히고 싶었다"며 "참담하지만 구속이 곧 유죄는 아니다. 법원의 공정한 재판을 통해 무죄판결이 날 것임을 확신한다"고 다시 한번 결백을 주장했다.
이어 전 전 청장은 "금번 사건도 인사와 관련한 서운함이 도를 넘은데다, 말하기 어려운 다른 상황과 연결되어 여기에 이른 게 아닐까 생각된다"며 "이유야 어찌되었건 부하 간부의 진술로 인해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결과적으로 제 부덕의 소치"라고 심경을 밝혔다.
그러나 전 전 청장은 "그 간부(정상곤 전 부산국세청장)도 시간이 흘러 곤궁한 위치에서 벗어나면 상식과 경험칙에 어긋나는 당초 진술을 내던지고 진실을 이야기하리라 믿는다"며 자신의 결백을 강조했다.
다음은 전 전 국세청장의 퇴임사 전문.
친애하는 국세공무원 여러분!
저는 오늘 지난 30년 가까이 몸담아온 국세청과 사랑하는 국세가족 여러분 곁을 떠납니다.
20대 초반 자신감 하나로 충만했던 시기, 대한민국 국세행정에 이바지하겠다는 마음 하나로 뛰어들어 저의 청춘과 열정을 다 바친 국세청! 어머니 품 같이 따스한 국세청을 막상 떠나게 되니 밀려오는 허전함과 아쉬움도 크지만, 한편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것 같은 홀가분함도 있습니다.
젊은 시절 고뇌와 번민도 있었지만 오로지 일에 대한 열정으로 극복하였고, 국세청 발전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부었습니다. ‘한걸음 더 내딛으면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있다’는 신념으로 어깨에 놓인 짐이 무겁다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습니다.
어느 때보다 어려운 이 시기에 여러분에게 그 짐을 안기고 홀로 떠나게 되어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이 없습니다. 특히, 이번 일로 인해 그간 어렵게 쌓아온 국세청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훼손되지나 않을까 무척이나 걱정됩니다.
제가 국세청장직을 유지하면서 검찰소환에 응했던 것은 본 사건이 저 개인의 문제를 떠나 국세청 전체의 명예와 신뢰가 걸린 중차대한 사안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진실을 하루속히 밝혀 이번 사건을 조기에 마무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는 생각뿐, 결코 자리에 연연했기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국세청의 공정한 인사관리원칙은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지켜져 왔습니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인사관련 상납관행은 상상할 수 없는 것으로 저보다도 여러분이 이러한 사실을 더욱 더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저는 국세청장 취임 후 인사의 공정성이 가장 중요하며 인사는 권한이라기보다 국세청 미래를 위한 청장의 책무라는 생각에 휴일이나 해외출장 중에도 인사자료를 챙겨 가 수없이 고민하는 등 나름대로 공정한 인사를 위해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그러나, 인사라는 것이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는 노릇이기에 본의 아니게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준 경우도 있었을 것입니다. 이 기회에 인사 때문에 서운한 분이 계셨다면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금번 사건도 인사와 관련한 서운함이 도를 넘은데다, 말하기 어려운 다른 상황과 연결되어 여기에 이른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부하 간부의 진술로 인해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결과적으로 제 부덕의 소치가 아닌가 합니다. 그 간부도 시간이 흘러 곤궁한 위치에서 벗어나면 상식과 경험칙에 어긋나는 당초 진술을 내던지고 진실을 이야기하리라 믿고 있습니다.
사건이 진행될수록 국세청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하루빨리 벗고 싶었던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습니다만, 역사와 국민 앞에 당당하고 싶었습니다. 저의 억울함뿐만 아니라 국세청이 상납관행에 젖은 집단이 아니라는 것을 하루속히 밝히고 싶었습니다.
참담하지만 구속이 곧 유죄는 아닙니다. 저는 법원의 공정한 재판을 통해 무죄판결이 날 것임을 확신합니다. 다만,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정말 미안하고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국세가족 여러분!
국세청장으로 재임하였던 지난 1년 4개월 동안 저는 아무런 사심 없이 오직 국세청과 여러분들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였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국세청장이라는 자리가 명예나 권력을 향유하는 자리가 아니었기에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밤잠을 못자고 고민할 때도 많았습니다만, 돌이켜 보면 저의 공직생활 중 가장 치열했으며 보람있고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그 어느때보다 어려웠던 집행여건에도 불구하고 짧은 기간동안 ‘따뜻한 세정’을 바탕으로 세정 각 분야에서 큰 성과와 변화를 이루었습니다.
무엇보다 세무조사 건수와 기간을 대폭 축소하되, 탈세자에 대한 엄정한 조사를 통해 ‘성실신고가 최선의 절세’라는 인식을 확산시켰습니다. 금년 세수도 세입예산이 11조원이상 초과한 150조원으로 예측되는 등 국가재정 조달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완벽히 수행했습니다.
‘세금에 대한 오해 그리고 진실’ 책자를 발간하여 ‘세금은 나눔과 기여’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확산시켰습니다. 현금영수증제도도 빠르게 정착되어 인프라에 의한 세원관리가 가능해졌고, 홈택스, 연말정산 간소화시스템, 국세법령정보시스템 등 세계 최고수준의 납세서비스를 제공한 것도 커다란 성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지난해 98.2%의 자진 신고율을 기록한 종부세 집행성과는 국세공무원의 열정과 저력을 대내외에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였으며, 그 성공으로 보유과세를 정상화시키는 전기를 마련하였습니다.
아울러, 서울 OECD 국세청장회의의 성공적 개최, Leeds Castle Group 창설멤버 참여 등을 통하여 세계조세행정 리딩국가그룹으로 확실하게 진입하였으며, 글로벌 세정네트워크를 꾸준히 구축한 결과 과세주권 확립과 해외 진출기업 보호에도 커다란 진전이 있었습니다.
기업 비자금을 차단해 사회전반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노력은 많은 국민들의 지지와 성원을 받았습니다. 일부 언론사의 반발이 있었지만, 언론사에 대한 성역없는 세무조사 원칙을 정립하고 이를 끝까지 지켜낸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입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이러한 법과 원칙에 따른 세정이 이번 상황에 어떤 영향을 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내부적으로는 새로운 CI 제정, 新인사행정, 핵심인재 양성, 청사환경 개선 등 내부역량을 결집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습니다. 특히, 지난 7월 국세청 개청 이래 최대규모의 인력과 조직 확충을 통해 全 직원의 1/3이상이 순차적으로 승진이 가능하게 되어 만성적인 인사적체도 크게 해소될 것입니다.
이러한 모든 성과는 자신의 소임을 한마음으로 적극 실천해 준 2만여 국세공직자 모두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정말 고맙고 자랑스럽습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불평 하나 없이 저를 믿고 묵묵히 소임을 다해 준 국세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일을 열심히 하는 과정에서 많은 업무 부담을 드리기도 했고, 때론 질책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국세행정을 보다 완벽하게 수행하기 위한 충정에서 비롯된 것임을 너그러이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후진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용단을 내려주셨던 많은 분들에게도 다시 한번 감사와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국세청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고, 이번 따듯한 세정이 결실을 보아야 하는 이 시기에 금번 사건으로 모든 성과가 한순간에 빛을 잃었습니다. 예기치 못한 폭풍우와 눈보라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농부의 마음처럼 참담한 심정입니다.
국세가족 여러분!
저는 이제 자연인으로 돌아가 국세청과 저의 명예회복을 위하여 끝까지 노력할 것입니다. 진실이 밝혀지는 그날이 비록 오늘은 아니라 할지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오리라 믿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마음도 저와 같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국가 중추기관으로서 국세청의 위상을 잠시라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저 한사람으로 인해 국민들에게 국세청과 검찰청이 서로 반목하는 것으로 비취지지 않도록 언행에 특히 신중을 기해주실 것을 다시 한번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저는 그간 세계 초일류 세정 구현을 위해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습니다만,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었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나머지 부분을 채워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여러분 앞에 놓여진 과제는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은 없겠지만 새롭게 취임할 국세청장님을 중심으로 한마음으로 합심한다면 그 어떤 어려움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그동안 여러분이 보여주었던 일에 대한 열정과 집념, 그리고 무엇보다 국세청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과 끈끈한 정을 언제나 잊지 못할 것입니다.
여러분의 건승과 여러분 가정의 행복, 그리고 국세청의 무궁한 발전을 언제나 기원하겠습니다.
어지러운 마음에 어지러운 글로 인사를 대신함을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그동안 정말 고마웠습니다.
2007년 11월7일 국세청장 전군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