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로부터 촉발된 이 사건과 관련해 참담한 심정이다. 개인감정을 떠나 30년 가까이 몸담은 조직의 수장에 대해 진술한다는 것은 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이병대 청장의 말을 듣고 고민 끝에 진술을 하게 됐다"
"(이병대 청장이 과거 손영래 청장의 예를 들어 진술을 막으려 한 것은)사실인데 이 청장의 본 뜻은 아닌 것 같고, 이번 일로 어렵다고 하는데 미안하게 생각한다. 저의 진술로 성실하게 소임을 다한 동료와 선배들의 명예를 손상시키게 된 점 사죄하고 싶다"
뇌물의 수뢰죄에 전군표씨에 대한 뇌물공여죄가 보태져 부산지방법원의 재판을 받고 있는 정상곤 前부산지방국세청장은 30일 부산지법 301호에서 고종주 부장판사 주재로 속개된 3차 공판에서 최근 심경과 관련 이같이 밝혔다.
11시 40분경 차분하고 당당하게 법정에 들어선 정씨는 전군표씨에게 6차례에 걸쳐 한화 7000만원과 미화 1만불을 줬느냐는 검찰의 심문에 대해 "예 맞습니다"라고 일관되게 답했다.
전씨에게 돈을 건넨 이유와 관련 그는 "특정자리를 바란 것은 아니고 포괄적인 명목으로 준 것이 맞다"고 진술했다.
특히 "작년 6월 이주성 청장의 낙마 후 부산청장으로 임명될 때만 해도 전씨와 친분관계가 돈독했지만, 이후 관계가 나빠져 관계복원을 위해 잘 봐달라는 취지에서 돈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이 "면회를 온 이병대 부산청장이 대학에 다니는 자녀 그리고 아내의 안부, 변호사 선임여부 등을 물었으면 됐는데, 홍성근 前국장의 예로 전군표 국세청장에 대한 진술을 막으려 했기 때문에 진술하게 됐느냐"는 질문에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씨는 "(이병대 청장 때문에 진술한 것은)사실인데 이 청장 본인의 뜻은 아닌 것 같다"며 "이번 일로 (이병대 청장이)어렵다고 하는데,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국세청장 내정자 시절인 지난해 7월 6일 2000만원을 준 혐의가 추가된 것과 관련 검찰이 "(전씨가 수사를 받으면서)취임 전이라면 몰라도 청장이 돼서는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해서 진술하게 된 것이냐"는 질문에 "그 부분은 진술하지 않았는데, 전 청장이 언급을 해서 불가피하게 추가로 진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씨가 CCTV를 복원해서 무죄를 입증하는 지난해 10월10일 2000만원을 건넨 것과 관련 그는 "국정감사 때문에 국회를 가려다가 국세청장 집무실에 먼저 들른 것"이라며 "당일 부산에서 올라올 때 갑작스런 일기악화로 비행기가 뜨지 못했고, 총무과장이 KTX표를 구해오는 등의 일이 있어서 그 날을 기억한다"고 정씨는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