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조세·회계분야 '울고 웃은 사람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처럼 인사는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만들어 나가는데 중요한 부분임과 동시에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다. 특정한 자리에 어떤 인물이 있는지, 그 인물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에 따라 개별기관, 나아가 사회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2007년 한해에도 많은 인물들이 뜨고 졌다. 그 인물들의 뜨고 짐은 심한 경우 사회적 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고 또 한편으로는 한 조각 '희망'을 던져 주기도 했다.

정해년(丁亥年) 한해 동안 '변화와 충격, 희망'의 시발점 역할을 했던 조세회계분야 '뉴스메이커' 인물들을 조세일보가 정리해 봤다.

□ '9회말 투아웃, 구원투수'…제17대 국세청장 한상률=현직 국세청장의 뇌물수뢰 구속수감이라는 충격속에서 대내외적으로 흔들리는 국세청을 위기에서 탈출시킬 '구원투수'로 한상률 국세청장이 낙점을 받았다. 한상률 국세청장은 국세청 조사국장, 서울지방국세청장, 국세청 차장 등 약 28년간 국세행정에 몸담아온 정통 국세인으로 지난 11월 30일, 참여정부 마지막 국세청장으로 취임했다.

한 국세청장은 취임하자마자, 인사 및 조사국 시스템 변경 등의 국세청 '종합쇄신대책'을 발표했다. 전임자가 좋지 못한 모양새로 물러난 이유가 인사와 조사국 시스템 등 국세청 시스템의 문제였다는 지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

한 국세청장은 ▲지방국세청장 인사권한 확대 ▲성과와 역량중심 인사 ▲지방청장 및 세무서장 향피(鄕避)인사 ▲고위간부 '특별감찰팀' 구성 ▲지방청간 교차세무조사 활성화 ▲조사국 직원 명단 공개 국세청 인사 및 세무조사 행정 투명성 강화 방안을 내 놨다.

문제는 이런 쇄신방안을 발표한 그가 이를 실천할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는가 여부다. 이명박 당선자의 새로운 정부가 꾸려지면 주요부처의 수장들이 대거 교체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에 현직을 수성하느냐가 관건이다. 연말 최대현안이었던 종부세 신고업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하는 등 위기의 국세청을 잘 이끌어 가고 있다는 점에서 낙관론이 많다. 

□ "우리 원장님은 6개월용? 김용덕 금감위원장=지난 8월3일 3년 임기를 마친 윤증현 前금융감독위원장의 뒤를 이어 새로운 금융감독의 수장으로 취임한 김용덕 금감위원장은 참여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인 청와대 경제보좌관 출신. 재정경제부 등에 근무하면서 국제금융에 잔뼈가 굵은 인물로 취임 후에도 글로벌 시각에서의 금융감독 선진화를 구상, 로드맵을 발표하고 홍콩금융감독청 라이백 부총재를 고문으로 영입

하는 등 국제금융에 발맞춘 시스템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혁신 1위 부처로 명성을 날린 관세청장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내부 시스템의 변화도 시도했다. 토론식 합동간부회의 방식을 도입했고, 금감위와 금감원의 위원장보고를 이메일로 대체해 간부들이 결재를 위해 위원장실 앞에서 줄을 서는 구태를 없앴다.

퇴임직전까지 못다 이룬 꿈으로 표현하며 금산분리 완화를 주장했던 윤증현 前금감위원장과는 반대의 소신을 피력하며 안정적인 규제개혁을 주장했다.

다만 김 위원장 역시 과감한 규제철폐를 내세운 이명박 대통령이 등장하는 내년에 중도하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시장안정성을 위해 금융감독 수장을 그대로 둘 가능성도 있지만 정권교체를 성사시킨 보수정권이 참여정부 핵심 공직자 출신을 재신임할지 미지수다.

취임 당시부터 임기를 채우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한 그가 6개월 짜리 장관으로 남게 될지 아니면 윤증현 前위원장과 같이 임기를 다하는 영광을 우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실력'으로 만든 '고졸신화'…김대평 금감원 부원장=김용덕 신임 금감위원장의 취임과 함께 금감원 부원장으로 승진한 김대평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김 위원장이 취임하기 전 청와대시절부터 점찍어 뒀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아온 인물. 직전 부원장이 뇌물수수혐의로 구속되면서 비어있던 금감원 은행·비은행 담당 부원장 자리에는 당연히 그가 채웠어야 할 자리였다는 평가가 많았다.

노무현 대통령과 같은 부산상고출신이라는 점에서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한국은행 초급출신으로 금감원의 명실상부한 2인자에 오르기까지는 실력이 첫 번째 이유로 꼽혔다.

은행과 비은행 분야 등에 두루 걸친 탁월한 업무능력과 주택담보대출 등 금융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대응한 업무성과와 함께 상하직원들의 평가를 취합하는 '다면평가'에서 1위를 할 만큼의 친화력은 승승장구의 밑거름이 됐다.

지금도 김용덕 위원장은 금감원업무 전반에 대한 것은 물론 심지어 금감위의 사안까지 김 부원장에게 논의할 정도로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 "'무명 세무사'…반란에 성공하다", 조용근 한국세무사회장=지난 2004년말 대전지방국세청장으로 공직에서 물러나 세무사 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후 2년여만에 7500명 세무사들의 대표자가 된 조용근 한국세무사회장. 지난 2월 한 달여간의 선거전에서 다른 후보들에 비해 낮은 인지도 때문에 그의 당선을 점친 사람들은 많지 않았지만 국세청

근무시절 익힌 '추진력'으로 끝까지 선거전을 치러 당선이라는 열매를 거머쥐었다.

특히 세무사의 징계양정규정 완화, 5억 미만 외부조정대상 복원 등 세무사업계의 숙원을 해결하기 위해 마당발로 통하는 그의 대외적인 입지가 당선의 배경이 됐다는 평가다. 그의 당선은 무명 세무사의 반란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당선 후에는 국세청과 합의해 '사업자등록증 즉시 발급제도'를 궤도에 올려놓았으며, 세무사회 주최로 세무사 채용박람회를 개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아울러 조 회장은 본인이 10여년 간 해온 노숙자를 위한 무료배식 봉사활동을 당선 후 세무사들에도 전파해 '밥 퍼주는 세무사'이미지를 여기 저기 심어놓고 있다.

□ '충격'의 뇌물수수 혐의‥무너진 따뜻한 세정의 전도사 전군표 前국세청장=2006년 7월 18일 '따뜻한 세정'을 표방하며 등장했던 전군표 前국세청장. 그러나 11월6일 42년 국세청 역사상 처음으로 '현직 국세청장의 구속'이라는 최악의 이정표를 남기며 영어의 몸이됐다. 그가 국세청장으로 재직하면서 여러 가지 업적을 많이 남겼지만 마

지막에 그가 던져준 커다란 오점은 이 같은 업적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의 충격파였다.

전 前국세청장은 일찍부터 행정고시 출신으로는 드물게 사무관 시절부터 조사국에 발탁됐고, 중부청 조사2국장, 서울청 조사3국장·조사1국장, 본청 조사국장 등 조사분야 핵심요직을 모두 거치는 등 국세청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국세공무원이었다.

참여정부 출범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파견돼 근무한 것을 바탕으로 막강한 선배들을 제치고 국세청 조사국장으로 발탁, 청장까지 오르며 승승장구한 그가 결국 황혼에 접어든 참여정부에게 '도덕성의 오점'을 안겨주고 떠난 셈이다.

그는 현재 부하직원으로부터 인사청탁 명목으로 8000만원의 뇌물을 수뢰한 혐의로 (뇌물을 제공했다고 주장하는 부하직원과 함께)현재 구속 수감중이다.

11월 30일 부산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 이후 줄곧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진실규명은 아직까지 저 산 너머에 머물러 있는 모습이다.

□ '인사청탁' 1억원 뇌물, 그리고 '진술'…정상곤 前부산지방국세청장=현직 국세청장 구속수감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의 태동은 이 사람에서부터 시작했고 이 사람의 입으로부터 터져 나와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다. 정상곤 前부산국세청장은 세무조사 무마명목으로 부산 건설업자 김상진씨로부터 1억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됐다. 정 전

청장은 지난 15일 재판에서 징역5년과 추징금 1억원을 구형 받은 상태다.

정 전 청장의 입에서 나온 한 마디 진술은 국세청을 비롯 사회전체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검찰수사 과정에서 뇌물로 받은 1억원 중 6000만원을 전군표 前국세청장에게 수 차례에 걸쳐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

특히 '인사청탁 명목이었다'고 진술하면서 국세청에는 여전히 '매관매직'이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인식까지 심어줬다.

그의 진술로 정씨 본인도 뇌물죄에 뇌물공여죄가 보태졌지만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사람은 역시 개청 이래 현직청장으로서는 처음으로 검찰수사를 받고 구속까지 당한 전군표 前국세청장.

결과가 어찌됐건 정 전 청장으로부터 시작된 일들이 국세청이 쇄신의 길로 접어들 수 있도록 안내했다는 또다른 분석으로 위로를 삼아야 할지….

□ 뇌물수수혐의‥무죄판결, 롤로코스터 탄 김중회 前금감원 부원장=정초부터 금융감독당국에 커다란 마음의 짐을 지어준 인물. 김중회 前금감원 부원장은 김흥주 삼주산업회장이 2001년 골드상호신용금고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김씨로부터 2억원이 넘는 뇌물을 수수했다는 혐의로 지난 1월 전격 구속됐다. 금감원 내부에서 누구보다 뛰어난 능력으로 업무를 진두지휘해 왔으며 평소 골프도 치지 않고 식사대접조차 허용하지 않았던 그

가 거액의 뇌물을 받아 구속됐다는 것은 주변인들로서는 믿기 어려운 사실이었다.

구속직후 윤증현 前금감위원장을 비롯한 임직원 1300여명이 즉각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을 정도로 금감원 내부에서 그에 대한 신임이 두터웠다.

김 前부원장 역시 끝까지 결백을 주장했으며 다행히 7개월간의 법정다툼 끝에 지난 8월 1심에서 무죄판결을 이끌어 낸 후에야 "떳떳해 졌다"며 그동안 제출하지 않았던 사직서를 제출했다. 현재 항소심 공판이 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