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학계도 "유류세 내리자" 한 목소리
재경부, 휘발유·경유 탄력세율 인하 검토 관심
올해는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해 국내 기름값도 동반 상승하면서 서민·기업들의 부담이 커지자 가격의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유류세를 인하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세수감소에 대한 우려와 국제적인 상황 등을 고려하면 유류세 인하에 대한 논리를 찾기 어렵다며, 불가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와 관련 정치권을 중심으로 여야를 막론하고 유류세 인하에 대한 입법안을 내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
특히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유류세를 10% 인하해 서민 세부담을 줄여준다는 내용의 공약을 내놓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차원에서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검토,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 다수의 조세전문가와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국회예산정책처 등에서도 서민들의 부담 경감과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유류세를 인하해야 한다는 여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어 이 당선자측의 유류세 인하방안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 우리나라 유류세 현실은?= 유류세는 통상 휘발유와 경유에 부과되는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주행세 등의 세금을 총칭하며, LPG에는 특별소비세와 교육세가 부과되고 있다. 또한 최종 소비자가격에는 부가가치세(10%)가 포함돼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유류세는 휘발유의 경우 교통세 505원, 교육세(교통세의 15%) 75.75원, 주행세(32.5%) 164.125원 등 ℓ당 744.9원의 세금이 부과되는 종량세 구조로 돼 있다. 경유는 교통세 358원, 교육세 53.7원, 주행세 116.35원 등 ℓ당 528원의 유류세가 부과되고 있다.
이를 통해 정부는 지난해 교통세로 10조8126억원을 거뒀으며 ▲특소세(유류) 2조2989억원 ▲주행세 2조7095억원 ▲교육세(유류) 1조9667억원 ▲부가가치세(유류) 5조7229억원 등 총 23조5106억원을 징수했다.
이는 지난해 국세수입 139조4459억원의 16.9%를 차지한다. 또한 정부는 올해 교통세수를 지난해보다 2조원 넘게 늘어난 12조9174억원을 거둘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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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격대비 유류세 비중‥OECD 중간이지만, 소득대비 '세계 최고'= 우리나라의 가격대비 세금비중은 휘발유 60.5%, 경유는 51.1% 수준(2007년 5월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휘발유 11위, 경유 12위를 차지했으며, OECD 평균인 53.8%, 46.8%보다도 4.3~6.7%P 가량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대부분 영국, 프랑스 등 유럽국가들이 우리나라보다 높았으며, 미국의 휘발유 리터당 세금은 116원, 일본은 480원으로 우리나라보다 각각 8배, 2배 가량 낮았다. 경유 역시 미국과 일본이 우리나라에 비해 각각 5배, 2배 낮은 수준.
특히 국민소득(GNI)을 감안한 주요국의 휘발유 세금을 비교해보면 우리나라를 100으로 가정할 때 ▲일본 21 ▲미국 4.5 ▲영국 44.7 ▲프랑스 50 ▲캐나다 12.9 등이며 OECD 평균도 42.9로 나타나 '세계 최고 수준'의 세금비중을 보였다.
□ 정치권·학계, 유류세 인하 한 목소리= 유류세 인하에 대해서는 정치권에서도 여야 구분없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0월 재정경제부 국정감사에서는 다수의 의원들이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정부의 대책이 미흡하다며, 서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유류세 인하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질책했다.
특히 유류세를 10% 인하한다는 내용의 박재완 한나라당 의원 대표발의안이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 계류중인 가운데, 문석호 대통합민주신당 의원 역시 최근 유류세 20% 인하법안을 국회에 제출해 여야의 공통분모가 형성된 상황.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현재 50%를 넘는 유류 관련 세금비중을 낮춰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한 국민부담과 산업계의 어려움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류세는 우리 기업의 비용을 높여 투자 감소와 경기침체를 발생하게 하는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라며 "유류세를 내리면 경기회복과 함께 실업을 줄일 수 있고 서민들의 생활비 경감과 물가를 안정시키는 이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서도 "우리나라의 실질 유류세 부담은 OECD 국가들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유류세율을 인하해 유가 급등으로 인한 국민부담을 일정부분 덜어줘야 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 李당선자, "유류세 10% 인하로 서민부담 줄인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선거운동 시절부터 서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유류관련 세금을 줄인다는 내용의 공약을 발표했으며, 당선 이후에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당선자는 휘발유와 경유의 교통세와 등유에 붙는 특별소비세를 전체적으로 10% 내리고, 택시와 장애인용 차량에 쓰는 LPG 특소세와 취사용·난방용 LPG 및 도시가스 특소세를 전면 폐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당선자 측 관계자는 "높은 유류가격으로 인한 서민들의 고통이 심한 상황에서 10% 정도의 유류세를 인하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해서 유류세 인하 효과가 충분히 돌아갈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세수 손실이 큰 정책이기 때문에 다양한 에너지 절약정책과 유사석유 단속 강화 등 세수 부족분에 대한 정책적 노력과 정유사의 유통구조 개선 등의 방안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 재경부, "탄력세율 인하 내년 이후 검토"= 세제 관련 주무부처인 재경부에서는 유류세 인하와 관련해 시행령 개정을 통해 탄력세율을 적용할 수 있는 권한이 있으며, 10% 정도의 인하 여력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굳이 국회의 입법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재경부가 10% 정도의 유류세를 내릴 수 있다는 것.
이와 관련 재경부는 그동안 휘발유와 경유에 대해 탄력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으나, 최근 이 당선자의 유류세 인하방침을 감안, 내년 이후 탄력세율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즉 시행령은 대통령령을 개정하는 것으로 당선자의 중요 공약 사항이기 때문에 새정부가 출범하면 곧바로 실행에 옮겨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재경부에서 등유와 같은 난방용 유류에 대해 탄력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내년 경제운용방향에 넣을지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휘발유와 경유에 대해서도 탄력세율 적용에 대해 검토한다는 방침을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현재 이 당선자 측에서는 유류세 인하에 대해 당장 실행가능한 것으로 분류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재경부의 입장 선회에 따라 시행시기가 다소 빨라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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