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지역, 집값 상승…거래는 'NO'
감세 시기는 4월 총선 또는 내년 이후 가시화
양도세 인하해도 매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인수위원회가 출범하고 가장 초미의 관심거리가 되고 있는 것은 부동산 세제 정책이다. 이 당선자는 후보때부터 부동산 세제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종합부동산세 및 양도소득세 인하 등을 공약 전반에 내세웠다.
이 당선자는 대선 당시 "한사람이 장기 거주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1주택이 6억원이 넘는다고 해서 중과세를 매기는 것은 부당하다"며 "1가구 1주택자를 보호하기 위해 10년 이상 1주택 장기보유자와 세부담 능력이 취약한 저소득노년층은 종부세와 양도세를 감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재 이 당선자가 17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안정적인 기조를 유지하던 집값이 조금씩 흔들리는 모습이 감지되고 있어 '감세'를 중심으로 한 세제 정책이 당분간 가시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인수위에서 부동산 정책을 담당하는 최경환 간사는 "지금 시장에서 이 당선자가 대통령이 되면 집값이 뛴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실제로 재개발 집값 등이 올랐다고 하는데 이는 잘못된 메시지에 따른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아울러 인수위에서는 규제를 풀어 부동산 재건축·재개발을 확대하고 부동산 세제를 줄이겠다는 이 당선자의 공약에 대한 기대감으로 시장이 불안해질까봐 세제정책에 대해 속도조절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주호영 당선자 대변인은 "부동산 시장에 정책효과가 나타나려면 최소 1, 2년이 소요된다"며 "(인수위는)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효과를 본 뒤 (관련 법 개정을) 판단하자는 입장"이라고 말해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 당선자측에서는 이런 기대감이 실제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까 노심초사하는 모습. 종부세와 양도세 등에 대한 구체적인 완화방안이 마련되더라도 실제 적용되는 시기는 4월 총선 또는 2009년 이후가 될 것이란 예측이 많다.
3월 이사철을 시작으로 집값이 출렁거릴 경우 주택 불안으로 이어져 4월 총선에서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 한나라당에서는 부동산 정책이 4월 총선의 표심을 잡는 가장 중요한 변수로 알려져 있다.
□ 대선 이후 흔들리는 집값= 이 당선자의 부동산 세제정책은 ▲1주택자의 종부세 완화 및 종부세 과세기준 상향 조정(6억원→9억원)▲1주택자 및 장기보유자의 양도세 완화 ▲등록세, 취득세 통합 및 거래세 인하 등을 골자로 한다.
이에 대한 기대감 속에 이 당선자가 당선된 이후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는 3주 사이 3배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강남지역의 재건축 아파트는 12월 15일 0.07%의 상승률을 보인 반면, 12월 28일 0.21%의 상승률로 이 후보가 당선된 이후 3주 동안 3배나 올랐다.
또 송파지역의 재건축 아파트도 12월 1일 -0.47%로 하락했으나 12월 15일 1.67%로 크게 올랐고, 12월 28일에는 0.32%를 보이고 있는 상태다.
스피드뱅크 조민이 연구원은 "강남이나 송파 등의 재개발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상승하고 있다"며 "집값이 상승하기를 바라면서 집 주인들이 시장에 매물을 내놓고 부르는 가격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또 조 연구원은 "정책이 확 변하지 않는 한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현재 호가 위주로 상승하고 있고, 실제 매물이 거래되고 있는 상태는 아니어서 심리적인 상승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양도세 올 하반기, 종부세 내년 이후 완화될 듯= 이 당선자의 부동산 세제 정책의 핵심은 1주택자 등 실수요자의 종부세와 양도세를 줄여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감면 폭이나 시기 등은 나와있지 않은 상황.
대략적으로 취득세와 등록세 통합 및 인하, 양도세 인하 등은 2008년에 가능해질 수 있다고 알려졌지만,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종부세는 2009년에나 가시화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최근 이 당선자는 "조세정책이라는 게 이미 금년도에 다 부과가 됐으니까 다음 부과 때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까 부동산 시장 전체 추세를 봐가면서 아주 융통성 있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부동산 시장이 재개발·재건축 지역을 중심으로 꿈틀거리고 있고, 집값 상승에 대한 심리적인 기대감이 형성된 상황이므로 당분간 종부세나 양도세를 감면하는 내용의 세제정책이 이뤄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당선자의 부동산 정책은 실수요자들(1주택자 포함)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10년~20년 장기 거주한 1주택자는 소득과 주택면적, 연령 등을 고려해 세금을 단계적으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또 종부세의 과세 기준을 현행 6억원 이상에서 9억원 이상으로 상향하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양도세의 경우 지난해 재정경제부가 국회에 제출한 부동산 보유기간 세분화 및 세율을 조정한다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이 올해 초부터 공포됐으나, 이 당선자는 장기보유(1세대 1주택 포함)에 대한 감면 폭을 더욱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재정경제부는 오는 7일로 예정된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1가구 1주택 장기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와 종부세 감면방안을 보고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도세의 경우 1가구 1주택 장기보유 특별공제율을 최대 60%(현행 45%)까지 올리는 방안 등을 검토중이며,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시행이 가능할 전망이다. 또한 1가구 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한 종부세 감면은 내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 대변인은 "1가구 1주택이나 장기보유주택에 대해 종부세를 완화할 계획이지만 필요하다면 이 시기도 실제 약속했던 것보다 늦춘다든지, 아니면 다른 정책수단을 쓴다든지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최근 안정기조에 접어들고 있는 부동산시장이 본격적인 정책을 실시하기도 전에 집값 상승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 종부세, 수위조절, 시기조절이 관건= 이 당선자가 세운 종부세의 밑그림은 1주택자를 포함한 실수요자의 세부담을 낮추고, 종부세 과세 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조정하자는 것이 주요골자다.
재경부는 1주택자의 종부세를 인하할 경우, 저가 주택을 여러 개 소유한 다주택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해왔다.
즉 공시지가 15억원의 1주택자와 3억원, 6억원의 주택을 두 채 보유한 2주택자가 있다면, 1주택자가 재산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음에도 2주택자만 세금을 내게 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고, 실수요자에 대한 대폭적인 경감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정해욱 한국세무사회 감사는 "기본적으로 1주택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며 실제 거주자에게는 대폭적인 경감책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이만우 회계학회장(고려대 교수)은 "1세대1주택자이면서 실질적인 주거사용자에 대해서는 공제가 필요하지만 공제를 넘어선 면제는 종부세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말해 1주택자를 포함한 실수요자의 종부세 경감 정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했다.
이밖에 종부세 완화와 관련해 ▲과표기준 상향 조정 ▲1세대1주택자 과세특례 ▲과표적용률 동결 ▲세율인하 ▲노령자 납부유예 ▲분납 등을 고려될 수 있지만, 모두 세법 개정이 이뤄져야 시행할 수 있어 관련 내용이 가시화되려면 꽤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고가주택 기준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 조정= 이와 함께 이 당선자는 종부세 과세기준을 현행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 당선자의 경제정책이 깊이 관여하고 있는 윤건영 한나라당 의원은 종부세 과세기준(6억원→9억원)을 상향조정한다는 내용의 종부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일단 종부세 과세기준이 상향조정되면 7억원대의 강남 개포동 주공1단지 등 6억원~9억원 사이의 주택을 보유한 납세자가 부담이 줄어, 절반이 넘는 종부세 대상자들이 혜택을 받게 될 전망이다.
또한 고가주택 6억원 기준이 1999년에 확정됐기 때문에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1세대1주택자 또는 실수요자에 대해 세제 혜택을 넓힐 수 있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한 조세전문가는 "양도세의 1주택 비과세 기준이 6억원이 된지 오래됐다"며 "1주택자가 집을 팔고 살 수 있을 정도로 흐름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그 흐름을 막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 장기보유자에 대해서라도 비과세를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집값 상승의 움직임이 감지되고는 있지만, 종부세 과세 기준이 상향 조정돼도 수요를 막아놓은 상황에서는 집값 상승이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종부세가 상향조정되면) 집값이 상승하는데 영향이 있지만 대출 규제가 그대로 유지되는 상황에서는 작년 하반기처럼 집값이 큰 폭으로 상승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양도세 인하해도 매물 증가로 직결되지는 않아= 이 당선자는 양도세와 관련해서 부동산을 장기 보유할수록 누진적으로 인하한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현재도 장기보유자에 대해 양도세 혜택이 주어지고 있지만, 장기보유(1세대 1주택 포함)에 대한 감면 폭을 더욱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현행 세법에는 부동산 보유기간에 따라 ▲3년이상 5년미만 10% ▲5년이상 10년 미만 15% ▲10년이상 15년미만 30% ▲15년 이상(1세대 1주택) 45%의 장기보유특별공제율이 적용되고 있다.
또 이 당선자는 당초 양도세와 관련해 부동산을 장기보유할수록 연분연승법(부동산보유기간이 길수록 양도세율을 낮게 차등적용한 방법)에 따라 누진적으로 인하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연분연승법은 소득과세표준을 자산의 보유기간으로 나눠 기본세율을 적용한 후 다시 보유기간을 곱해 산출세액을 계산하는 방법으로 부동산 장기보유자에게 양도세를 절감해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연분연승법으로 양도세를 계산하게 되면 5년간 보유한 주택가격의 양도차익이 5억원이라면 연분연승법으로 계산한 세부담은 1980만원가량 절감하게 된다. 현행은 1억4040만원을 양도세로 내야 하지만, 연분연승법으로 계산하면 1억2060만원만 내면 된다.
그러나 양도세를 인하한다고 해서 매물 증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양도세를 인하하게 되면 세금부담 때문에 팔지 못했던 매물이 나올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반드시 부동산 거래가 규제되고 세금이 완화된다고 해서 매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고가주택의 경우 담보대출 규제, 세금 문제 등이 있어서 매물이 없었지만, 만약 세금 과세기준이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조정되면 심리적으로 더 오를 것을 기대해 계속 갖고 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