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예금주 신고·납부 불성실 가산세는 부당"
국세청이 국내 거대 시중은행들과 수 천명에 달하는 개인예금 가입자들을 상대로 벌인 엔화스왑 과세 '전쟁(戰爭)'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그러나 과세과정에서 국세청이 개인예금 가입자들에게 부과한 일부 부당한 세금은 모두 되돌려 주게됐다.
3일 국세청과 국세심판원 등 관계기관에 따르면 국세심판원은 최근 엔화스왑 예금에 가입한 개인 예금주들이 제기한 국세심판 청구에 대해 최대 쟁점인 '선물환 거래차익'에 대한 과세는 정당하다고 결정, 결정문을 이해관계자들에게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심판원은 또 다른 쟁점, 개인 예금주들이 선물환 거래차익의 이자소득세를 제대로 신고납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세청이 부과한 가산세는 부당한 과세라며 이를 되돌려 줘야 한다고 결정했다.
특히 개인 예금주들이 엔화스왑예금에 대한 불복을 제기하면서 이자소득 과세보다는 가산세 부과에 대한 부당성을 입증하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개인 예금주들의 납세권리도 일정부분 회복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 동안 심판원에는 엔화스왑 예금상품을 취급한 신한은행, 기업은행 등 7개 시중은행이 제기한 불복건을 비롯해 3000여명의 개인 예금주들이 제기한 불복건(청구인 복수) 700∼800여건이 계류 중에 있었다.
심판원은 이 중 (개인 예금주들과 내용이 다소 차이점이 있는)시중은행들이 제기한 불복건에 대해서는 모두 기각결정을 내려 통보한 상태이며 개인 예금주들이 제기한 불복건들에 대해서는 순차적으로 최종 결정을 내려 통보하는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엔화스왑 예금이란?= 엔화스왑예금은 고객이 엔화정기예금에 가입함과 동시에 은행이 3∼6개월 후(만기시)에 엔화를 높은 환율로 다시 사주는 '선물환계약'을 체결, 연 4∼5% 가량의 확정수익을 보장하는 신종금융상품.
그러나 문제는 이 상품을 만들면서 은행들이 선물환계약에 따른 이익에 대한 세금이 없다는 점을 적극 홍보, 예금주들을 유치한데서 비롯됐다. 비과세 결정이 관계당국의 공식적 의견이 없이 인터넷 세무상담을 근거로 했기 때문.
결과적으로 국세청은 지난 2005년부터 이 예금상품을 취급한 은행들을 일제히 조사해 관련 세금을 추징했고 개인 예금주들에 대해서도 이자소득에 대한 세금을 재계산, 종합소득세 및 가산세 등을 납부하라고 고지했다.
□ 엔화스왑 과세쟁점은?= 현행 법상 은행에서 예금주들에게 부여하는 일반적인 예금이자는 세금이 부과되지만 미래 리스크 회피를 위해 '선물환계약'을 맺고 얻는 이익에 대해서는 과세를 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엔화스왑예금은 상품 자체가 예금과 선물환차익이 합쳐져 있다. 아슬아슬하게 과세와 비과세의 '경계선'에 놓여있던 것.
재정경제부는 엔화스왑 과세논란이 촉발된 지난 2005년 유권해석을 통해 "외화예금거래와 선물환거래가 하나의 통합된 거래로 운영돼 금융사는 금전사용의 기회를 얻고, 고객은 이에 따른 대가가 지급된다면 발생하는 이익 전체는 이자소득에 해당한다"고 정리했다.
이에 따라 엔화예금거래와 선물환계약이 하나의 통합된 거래에 해당된다면 과세, 각각 별개의 거래에 해당된다면 비과세를 해줘야 한다는 것이 재경부의 입장이었던 셈이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엔화스왑예금은 엔화정기예금과 선물환거래가 통합된 거래로 이뤄진 상품으로 사실상의 '정기예금'이다"라며 별개의 거래에 해당한다는 은행들의 주장을 일축, 과세방침을 그대로 밀어붙였다.
□ 심판원의 결정은?= 국세청은 수 천명에 달하는 엔화스왑 예금주들이 얻은 엔화환차익을 이자소득으로 보고, 예금주로부터 은행들이 원천징수하지 않은 환차익을 종합소득금액에 합산, 신고·납부불성실가산세까지 적용해 종합소득세를 부과했었다.
이처럼 최대 과세쟁점이었던 '선물환거래차익(엔화환차익)'에 대한 과세에 대해 심판원은 국세청의 판단이 맞다는 결정을 내렸다.
심판원은 특히 엔화스왑예금 중 선물환거래는 주된 예금거래에 부수되는 거래이며 원화예금보다 상대적으로 이자율이 낮은 엔화예금을 모집하기 위해 은행들이 제시한 계약에 불과, 하나의 통합된 예금계약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선물환거래 이익도 이자소득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심판원은 국세청이 개인 예금주들에게 부과한 이자소득세 신고·납부 불성실 가산세 부분은 부당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심판원은 예금주들이 은행에서 배포한 엔화스왑예금 홍보 팜플렛을 통해 선물환차익에 대한 이자소득세는 비과세된다는 점을 신뢰, 예금에 가입한 것에 불과하며 예금주들이 종소세 신고시 세금을 납부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웠다는 점을 인정했다.
심판원은 또 원천징수 의무가 있는 은행들이 이를 이행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국세청이 은행 말만 믿고 예금에 가입한 예금주들에게 이자소득세를 납부하지 않았다며 가산세를 부과한 것은 잘못된 처분이라고 결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