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과표구간 조정 및 세율인하 추진‥7조원 소요
기업 국제경쟁력 확대, 경제성장 기반 마련 취지
세수감소 우려‥실제 법인세 인하효과 검증 관건
지난 연말 당선 후 첫 경제인과의 만남을 가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발걸음은 대기업 총수들이 집결한 전국경제인연합회였다.
경제대통령임을 강조해 온 그가 대기업 총수들을 만난 것은 기업들의 투자, 특히 대기업의 적극적인 투자가 있어야 경제가 살아난다는 논리에서다.
그는 기업들의 과감한 투자를 위한 대가로 "새 정부는 기업인이 마음놓고 기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드리겠다"는 약속을 전면에 내세웠다.
기업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한 이 당선인의 공약은 과감한 규제철폐가 핵심이다.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금산분리 완화 등과 함께 기업의 부담이 되고 있는 법인세 인하도 그에 속한다.
법인세의 인하는 이번 대선에서 대다수의 후보들이 공약으로 내세웠을 정도로 경제활성화 측면에서 중차대한 문제다. 또 우리나라와 경쟁국들의 경우도 앞다퉈 법인세율을 인하하고 있는것이 현실이다.
이미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이 당선인의 공약중 하나인 유류세 인하를 취임이전인 2월까지 실행에 옮기겠다고 밝힌 바 있고 이 당선인의 '불도저' 같은 추진스타일로 보아 나머지 공약에 대한 본격적인 추진도 생각보다 빨라질 수 있다.
법인세 인하공약 등 세제개편과 관련된 논의도 이 당선인의 의지에 따라 어떻게든 손댈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인수위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법인세 과표구간 조정, 세율 인하‥"경제성장 '처방전' 될까?"
이 당선인은 후보시절 경제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기 위해 대대적인 법인세 감면방안을 내놨다.
현행 법인세 체계는 과세표준 1억원 이하 13%, 1억원 초과 25%로 양분돼 있지만, 과표구간을 2억원으로 상향조정하고 2억원 이하는 10%, 2억원 초과는 20%로 세율을 낮춘다는 게 골자다.
즉 과표구간 조정을 통해 더 많은 기업들을 낮은 세율(10%) 구간으로 끌어들이고, 최고세율도 5%p 낮춰서 국내 법인들의 국제적인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것.
아울러 현재 10%인 중소기업 최저한세율(비과세·감면혜택을 받더라도 반드시 내야 하는 최소한의 세율)도 8% 이하로 낮춰 영세기업의 실질적인 세부담을 줄여 주는 방안도 제시돼 있다.
이를 위해 약 7조원 가량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이 당선인 측은 전망하고 있는 가운데, 불필요한 비과세·감면 축소 및 세원양성화 추진 등 과세기반 확대정책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 우리나라 법인세 현황은?
우리나라의 법인세 과표구간(1억원)은 지난 1991년 이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1991년 당시에는 34%의 법인세 최고세율이 적용됐으나, 94년 32%, 95년 30%, 96년 28%, 2002년 27%, 2005년 25% 등으로 인하돼 왔다. 세율은 지속적으로 내렸지만, 과표구간은 18년째 그대로인 상태. 과표구간이 그대로인 것은 18년 전과 현재의 '1억원' 개념이 다름에도 불구, 물가상승분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재정경제부가 예상한 올해 법인세수는 36조566억원으로 지난해 30조4957억원에 비해 5조5609억원(18.2%) 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 2005년 법인세율 인하조치와 법인들의 전반적인 실적 부진으로 인해 2006년 법인세수(26조8831억원)는 전년대비 3조원 가량 감소한 바 있지만, 지난해부터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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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 법인세는?‥아일랜드·미국 등 세율인하로 경제성장
우리나라의 법인세 최고세율 25%(1억원 초과, 주민세 2.5% 제외)는 경제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26.7%에 비해 낮은 수준이지만, 홍콩(17.5%)이나 싱가포르(20%) 등 아시아 경쟁국에 비해서는 다소 높은 편이다.
싱가포르는 2000년 이후 법인세율을 8%P 가량 꾸준히 인하해 왔으며, 조만간 18%로 낮춘다는 방침이다. 홍콩 역시 기업과 자본유치를 위해 법인세율을 5%P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와 홍콩은 지난 5년간 평균 6%대 중반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미국과 아일랜드의 법인세 인하정책은 경제성장의 큰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은 레이건 前대통령이 침체된 결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감세정책을 추진, 지난 1982년부터 1990년까지 92개월간 호황 지속이라는 경제적 성과를 거뒀다. 또한 세수도 1980년 5000억달러에서 1990년 1조달러로 두 배 가량 늘어났다.
아일랜드의 경우도 지난 1988년 47%의 법인세율을 12.5%로 내리는 파격적 조치를 단행, 지난 10년간 EU 평균의 세 배에 이르는 경제성장을 이뤄냈으며, 최근 5년간 5%대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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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인세 인하 효과 있을까?
법인세 인하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각은 세수부족에 대한 우려와 실제 경제성장 효과가 있는지 여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법인세 감면으로 인해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주장이 뒷받침되기 위해서는 투자유발 및 고용창출효과에 대해 실증적인 분석이 전제돼야 한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한 조세전문가는 "법인세 인하가 투자확대와 세수증대로 연결된다는 주장은 미국 레이건 행정부의 공급주의 경제학에서 래퍼곡선(세율과 세수간의 상관관계)을 이론적 근거로 한다"며 "그러나 래퍼곡선의 실증적 추정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세율인하로 세수가 증대될지 단정하기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재정경제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소속의 한 교수는 "법인세율인하에 대한 효과연구를 실증적으로 해야 한다"며 "막연하게 경제전망이 좋아질 것이라는 예측보다는 정확한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법인세 인하로 인한 세수감소 부분에 대해서는 경제활성화 효과로 인해 충분히 해소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현진권 아주대 교수는 "법인세 인하를 통한 세수부족분은 단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법인세 인하 자체가 경제성장 활성화를 위한 수단이기 때문에 결국 기업경영이 활발해져 세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02년과 2005년 법인세 인하조치로 인해 이듬해에 세수가 줄어든 바 있으나, 2~3년 후부터는 세수가 늘어나는 현상을 보이고 있어 이러한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편 현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측에서는 법인세 인하방침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가운데, 재정경제부에 어느 정도의 세수감소가 이뤄질 것인지 추계를 파악해 보고토록 했으며, 구체적인 인하시기와 폭을 조만간 확정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