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10일 '이명박 특검법'에 대한 일부 조항을 위헌으로 결정하면서 '당선자'라는 용어를 써달라고 요청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최근 '당선인'이란 용어를 쓰도록 언론에 협조를 요청한 것과는 배치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복기 헌법재판소 공보관은 이날 헌재의 결정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가급적이면, 특히 헌재 결정과 관련해서는 '대통령 당선인'보다는 헌법에서 규정하는 표현을 써 달라"고 취재진들에게 요청했다.
헌법에 나와 있는대로 '대통령 당선자'라는 표현을 사용해 달라는 것이다.
이처럼 헌법재판소와 인수위가 '당선자'냐 '당선인'이냐를 놓고 서로 다른 의견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헌법과 대통령인수에관한법률에서 각기 다른 용어로 적시돼 있기 때문이다.
우선 헌법에서는 '대통령 당선자'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헌법 제67조는 대통령은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제1항)하며, 제1항의 선거에 있어서 최고득표자가 2인 이상인 때에는 국회의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한 공개회의에서 다수표를 얻은 자를 '당선자'로 한다(제2항)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제68조 제2항에서는 대통령이 궐위된 때 또는 '대통령 당선자'가 사망하거나 판결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고 규정해 '당선자' 또는 '대통령 당선자'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에 반해 대통령직인수에관한법률은 제2조에서 "대통령당선인"이라 함은 헌법 제67조 및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제187조의 규정에 의하여 당선인으로 결정된 자를 말한다며 '대통령당선인'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두 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차이점이 눈에 띈다.
헌법상 '당선자'는 대통령과 당선자라는 용어가 각기 띄어져 있지만, 대통령직인수에관한법률에서는 대통령과 당선인이라는 단어가 합쳐져 '대통령당선인'으로 사용하고 있다.
헌법에서는 명사 2개를 배열해 단순히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을 뜻하는 의미로 쓰였다면 대통령직인수에 관한법률은 '대통령당선인'이라는 하나의 명사로 정의했다는 차이점이 있다.
학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은 있어 당선자라는 용어의 '자(者)'자가 사람을 낮추어 부르는 말로서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을 부르는 말로 적절치 않다고 생각하는 견해도 있고, 헌법학자들은 대통령 후보자를 '후보인으로 사용하지 않듯이 헌법에 나와 있는 표현을 써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