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5개년 평균치 32.5%에 비해서도 높은 인용률을 보인 것입니다. 심판원의 인용률은 많은 의미를 함축한 지표로 활용됩니다. 물론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이 혼재해 있습니다.
심판원의 인용률이 높다, 이 말을 뒤집어보면 국세청이 세무행정을 하면서 무리한 과세(부실과세)를 많이 했다는 증거나 다름없습니다. 현행 법상 심판원에서 인용된 건은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없습니다. 심판원 결정으로 모든게 끝나는 것이지요.
국세청이 아무리 심판원 결정에 억울함을 느낀다해도 되돌릴 방법이 없다는 것이지요.
국가적인 입장에서 볼 때 심판원의 인용률은 낮아야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심판원의 존재목적과는 다소 배치되는 측면이 있지만 심판원의 인용률이 낮다는 것은 국세청의 세무행정이 그만큼 세련되고 또 '억울한 세금부과'가 없어졌다는 징표가 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심판원이 기록한 인용률 33.4%는 단순히 말해 과세불복 3건 중 1건은 납세자 승소로 결정난 것입니다. 억울한 세금부과가 많아 심판원이 적극적인 권리구제 활동을 펼쳤다는 설명이 가능한 것이지요.
그러나 이 같은 심판원 인용률이 전년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한 데에는 그만한 배경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무턱대고 열심히 권리구제 활동을 펼쳤기 때문에 인용률이 증가했다는 단순한 설명 외에도 또 다른 배경이 있다는 것입니다.
□ 배경 하나, '엔화스왑예금'…인용률 '孝子'= 사회적 논란까지 빚어졌던 엔화스왑예금 과세에 대한 과세불복 결정이 내려진 것은 지난해 12월 경. 이 건과 관련해 수 천명의 납세자들이 수 백건에 달하는 심판청구(내용은 유사)를 제기한 상태였습니다.
심판원은 국세청이 납세자에게 부과한 '본세(이자소득세 등)'는 정당한 과세지만 가산세까지 내라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국세청이 부과한 가산세는 전액 되돌려 주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표면적으로 엔화스왑예금 관련 과세불복은 '기각'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사실상 '부분 인용'입니다. 현재 심판원 인용률 집계 시스템상 이 같은 부분 인용건도 '인용건'으로 잡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지난해 말까지 심판원은 700~800여건의 유사 심판청구 중 150여건 정도를 내보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들 '뭉텅이 인용건'으로 인해 전체적인 심판원 인용률 상승에 큰 힘이 보태졌다는 것이 심판원의 설명입니다.
□ 배경 둘, 너무 낮았던 2006년 인용률의 반사이익(?)= 33.4%의 인용률은 그닥 놀라운 수치라고 볼 수 없습니다. 과거에도 심판원은 30% 이상의 인용률을 기록한 해도 많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난 1996년에는 무려 41.7%의 인용률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2000년부터 2005년까지기간 중에도 최저 31.9%(2005년), 최고 40.2%(2003년)의 높은 인용률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2006년은 앞선 6개년도 인용률에 비해 '형편없는' 인용률을(27.3%) 보였습니다. 2006년 인용률이 낮았던 이유는 엔화스왑예금처럼 수 백건에 달하는 '뭉텅이건'이 애석하게도 무더기로 기각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입니다.
당시 한국전력과 그 계열사가 제기한 수 백건의 유사 심판청구가 일거에 기각결정이 내려지면서 인용률 제고에 타격을 입혔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여기에 더해 지금은 BNG스틸로 변신한 과거 삼미특수강 소속 직원 수 백명이 퇴직금 과세와 관련해 과세불복을 제기했다가 기각결정이 내려지는 바람에 인용률이 급격히 떨어질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33.4%의 인용률은 낮았던 2006년도 인용률의 후광을 받아 '높아 보이는 것'에 불과하다는 설명도 가능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