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21일 마련한 농어업단체 대표 간담회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이경숙 위원장은 물론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의장, 권오을 국회 농해수위원장 등 인수위와 당의 농수산 정책 관련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 당선인이 "이렇게 자리를 크게 만든 것은 인수위 한달간 처음"이라고 말하고 이경숙 위원장도 "이렇게 대대적인 간담회는 처음"이라고 촌평할 정도였다. 그동안 경제인 접촉에 주력했던 이 당선인이 농어업과 소외계층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의지가 묻어나는 대목이다.
실제로 이 당선인은 인사말에서 "차기정부는 기업이 잘되는 것을 통해 일자리를 만든다고 하지만, 농촌이 잘사는 것에 더더욱 정책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며 애정과 관심을 표명했다. 간담회 시간도 당초 예정보다 40분이나 연장된 2시간10분간 진행됐고, 이 당선인은 간담회 내내 의견을 경청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간담회에 참석한 농어민 관련 대표자 44명은 "지금 여러가지로,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을 앞두고 농촌이 매우 걱정스러워한다는 것을 잘 안다"는 이 당선인의 말처럼 농어업 전반에 대한 우려와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생생한 의견들을 쏟아냈다.
한미FTA 협상에 따른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가장 많았다. 문경식 전국농민총연맹 의장은 "한미FTA 국회 비준동의 시 '선대책 후비준' 공약이 지켜지도록 해달라"고 요청했고, 남호경 전국한우협회장은 "미국산 쇠고기 협상의 원칙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재돈 전국농민연합대표는 "개방의 최대피해자인 농민이 정치적으로 진출하는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조직 개편에 따른 주문사항도 잇따랐다. 윤요근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장과 우정규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장은 농촌 경쟁력 강화를 위해 농촌진흥청 존치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오태곤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은 해양수산부 폐지에 대해 사실상 반대입장을 개진했다. 양동만 한국임업후계자협회장은 산림청의 산지관리 역할강화를 주문했다.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장은 "학교급식을 우유로 하고 대북지원시 북한 어린이에게 우유를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이밖에 ▲농가부채의 획기적 대책 마련 ▲농수산식품부에 안전관리의 일원화 ▲여성농업인의 지원 강화 ▲이주여성 농업인 대책 수립 ▲협동조합 개혁 ▲사료가격 안정대책 수립 등 다양한 요구사항이 잇따랐다.
이 당선인은 농림부와 해양수산부를 농수산식품부로 통합한 것에 대해 "앞으로 10년, 20년 농촌이 살아갈 기반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라며 "농촌이 1차산업에 머물지 않고 2차, 3차산업으로 가는 농업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농수산업의 2차 산업화를 강조했다.
그는 "쌀농사를 지어 경쟁이 안된다고 하는데 일본도 (쌀로) 정종을 만들고 한다. 우리도 비싼 밀가루를 쌀로 대용할 수 없는지 연구해야 한다. 동남아에서도 다 쌀국수를 먹는데 우리만 밀가루 국수를 먹느냐"며 즉석에서 쌀 활용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이제 머리를 맞대고 밤을 새워 같이 고민하고 대화하자"고 제안한 뒤 "저는 정치적으로 절대 하지 않는다. 장관이 열성껏 농어업 대표를 만나고, 밑의 사람이 만나라고 하지 않겠다"며 "필요하면 대통령이 나서서 이야기하겠다"고 진정성을 호소했다.
그러나 그는 "밤새워 고민하고 대화하는 것이 해결의 길이지, 떼를 써서 되는 것은 잠깐이다. 한두 번은 되겠지만 기본적 해결은 아니다"며 대화와 타협을 기본원칙으로 하되 불법시위나 집회 등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할 것임을 시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