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초고공행진을 펼친 가운데 지난해 우리나라의 석유류 제품 소비가 외환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추계됐다.
하지만 대표적 산업원료인 나프타를 뺀 나머지 석유류 제품 소비는 오히려 감소했으며 수송용 연료인 휘발유 소비가 늘기는 했지만 여기에는 유사 석유에 대한 단속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나 실질적으로 산업용 수요 증대가 전체 석유류 소비증가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7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석유제품 수요는 총 7억8천673만1천 배럴로 전년에 비해 2.8%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 같은 규모는 7억9천389만9천 배럴을 기록했던 지난 1997년 이후 가장 큰 것이다.
그러나 석유공사는 "내수의 39%를 차지하는 나프타를 제외하면 수요는 0.2%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나프타를 뺀 나머지 유류제품 수요총량이 감소한 데 대해 공사측은 "국제유가의 강세 뿐 아니라 1999년 이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5.6% 증가한 데 비해 실질 국민소득(GNI)은 1.5% 증가하는 데 그치면서 소비지출이 둔화된 점과 정보통신산업 등 에너지 저소비 업종의 비중 증가, 환경규제 강화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실질 GDP 증가율이 평균 7.5%를 기록했던 1990∼1997년 석유소비 평균 증가율은 13.7%로, GDP성장률의 2배에 가까웠지만 1999∼2007년에는 실질 GDP 증가율이 5.6%인데 비해 석유소비 증가율은 평균 1.8%에 그쳐 GDP 1%가 늘어나는 동안 석유소비는 0.3%밖에 늘지 않았다는 게 공사의 분석이다.
유종별로는 벙커-C유(4.2%), 실내등유(17.6%), 보일러 등유(12.7%) 등이 모두 줄어들었다.
휘발유의 경우 총소비량이 6천249만 배럴로 전년보다 4.4% 늘어나며 2003년 이후 처음으로 6천만 배럴선을 넘었으나 이는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차량용 휘발유 수요가 획기적으로 늘었다기보다는 단속 강화로 유사 휘발유의 생산과 판매가 크게 줄면서 증가폭이 크게 나타났다는 게 공사측의 진단이다.
실제 유사 휘발유의 대표적 원료로, 한 때 전년 대비 수요량이 2배 이상 격증하던 용제는 지난해 수요량이 399만5천 배럴로 전년에 비해 16%나 줄며 9년만에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다.
공사는 "지속되는 고유가와 원자력,신재생 에너지 등 타연료의 대체, 온실가스 감축 등 환경규제 등 석유시장의 환경변화로 국내 석유소비의 정체상태는 계속될 전망"이라며 "현재와 같은 산업구조가 유지된다면 (산업원료 수요는 늘고 나머지 유종 소비는 위축되는) '석유소비 양극화'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