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지방세 체계 부적합‥'조세심판원법' 제정 필요
"행정소송 필요적 전치주의 타당성 검토해야"
지난 21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정부조직을 전면 개편한다는 내용의 입법안을 국회에 제출, 현재 국회 심의가 진행중인 가운데 각 부처별 통폐합 및 개편방안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개편안에는 납세자의 대표적 권리구제기관인 국세심판원을 현행 재정경제부 산하기관에서 총리실 산하조직으로 '격상'시키고, 국세와 지방세의 불복절차를 통합해 '조세심판원'을 설립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조세심판원이 독립성을 제고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진정한 납세자 권리구제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 반면, 실무자들을 중심으로 국세와 지방세 불복업무 통합과 관련한 일부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고 있는 상황.
이와 관련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전문위원이 27일 국세기본법 개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통해 조세심판원 설립에 관한 의견을 제시해 주목된다.
김호성 국회 재경위 전문위원은 "국세와 지방세는 세목의 분리에 따른 구별일 뿐 납세자의 관점에서는 동일하다"며 "국세심판원을 조세심판원으로 개편해 국세와 지방세의 행정심판기관으로 하고자 하는 개정안은 대체로 타당한 정책방향"이라고 밝혔다.
김 전문위원은 "조세부과처분에 대한 불복절차를 일원화하고 조세에 관한 행정심판의 독립성을 강화함으로써 납세자의 편의를 도모하고 행정심판기구의 중복설치로 인한 행정낭비를 방지해 권익구제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다만 그는 조세심판원이 행정심판기구 일원화와 독립성 강화라는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법률체계와 불복절차의 일원화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검토와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국세-지방세 체계상의 문제 발생‥'조세심판원법' 만들자= 현행 세법체계에서는 국세와 지방세를 별도로 규정하고 법률 소관도 각각 재정경제부와 행정자치부가 관할하고 있다.
국세기본법은 국세 관련 세법처분에 대한 심판청구를 국세심판원에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지방세법은 지방세에 관한 심사청구를 결정하기 위해 지방세심의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고 구체적인 사항은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는 것.
김 전문위원은 이와 관련해 "국세에 관한 심판청구 뿐만 아니라 지방세에 관한 심판청구도 관할하는 조세심판원의 설치근거, 구성 등을 국세기본법에 규정하는 것은 법률체계상 적합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특히 김 전문위원은 "조세심판의 독립성을 위해 그 소관을 국무총리소속으로 변경하고 국세와 지방세를 아울러 관할한다면 법체계도 그에 맞게 정비되어야 할 것"이라며 조세심판원법(가칭)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문위원은 "조세심판원법을 통해 조세심판원의 설치근거와 구성, 관할사항, 심판절차 등을 규정하고 국세기본법과 지방세법은 이를 받아 규정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입법방향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 "국세청의 심사청구는 놔둘 건가?"= 현행 국세에 관한 행정심판은 국세청장에의 심사청구, 국세심판원에의 심판청구, 감사원 감사청구가 있으며, 이를 중복해 심판청구를 제기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이와 관련 김 전문위원은 "현재 국세에 대한 행정심판 기구는 국세청장, 국세심판원, 감사원이 병립하고 있다"며 "이는 행정심판청구에 있어 납세자를 혼란스럽게 할 뿐더러 심판청구의 결과에 대해 흔쾌히 수용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조세심판원 설립을 계기로 국세청의 심사청구에 대한 유지 또는 폐지 여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김 전문위원의 설명.
그는 "조세심판원은 국세행정심판기구를 국세관할 기관으로부터 독립하려는 취지에서 설치하는 것"이라며 "국세행정심판절차의 일원화 필요성에 비춰 국세집행기관인 국세청장이 관할하는 국세심사청구제도의 존치 여부에 대하여도 향후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조세심판원의 심판 관할에 대해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그는 "국세기본법 개정안은 국세심판원의 명칭만 조세심판원으로 변경하고 있을 뿐이어서 조세심판원의 심판관할이 어디까지인지 명확하지 않다"며 "조세의 개념 정의와 함께 조세심판원의 심판 관할에 관해 명확히 규정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국세-지방세 행정소송 제기 요건도 맞춰야= 현행 국세기본법(제56조2항)에는 납세자가 국세와 관련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려면 심사청구 또는 심판청구를 거쳐야 하는 '필요적 전치주의'로 규정돼 있다.
반면 지방세 심사청구는 지난 2001년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 이후, 이의신청이나 심사청구 없이도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임의적 전치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세심판원이 국세와 지방세 업무를 동시에 담당하게 되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요건도 달라진다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
김 전문위원은 "조세심판원의 심판청구에 대하여는 행정소송제기 요건을 동일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동일하게 한다면 납세자의 신속한 권리구제 측면에서 지방세법상의 임의적 전심절차로 통일하는 방향으로 정비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방세법을 담당하는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서는 "지방세 심사기능이 조세심판원으로 이관될 경우 국세와 같이 필요적 전치절차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며 엇갈린 입장을 내놓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행자위는 이와 관련해 "행정심판의 전치주의는 행정청에게 먼저 반성의 기회를 주어 자율적으로 시정하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법원의 전문성 부족을 보완하고 분쟁해결에 있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 한편, 법원의 심사부담을 경감하는 등 사법기능을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회 재정경제위원회는 지난 25일 전체회의를 열어 조세심판원 설립방안을 담은 국세기본법 개정안 등에 대해 심사할 예정이었으나, 재경위 소속 의원들의 불참으로 인해 잠정 연기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