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지난 13일 이명박 당선인에 대한 1차 업무보고에서 중소기업의 가업 상속을 유도하기 위해 최대주주 보유주식에 대해 10∼15% 할증과세를 유보하는 제도를 당초 2009년 말에서 추가 연장할 계획을 밝혔다.
이는 이어 지난 20일 발표된 임시투자세액공제의 일몰 1년 연장안과 함께 기업에 대한 새 정부의 감세 출발점이 될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상속세와 증여세는 상속·증여 대상자에게는 불로소득이라는 점에서 감히 '완화'나 '인하'라는 단어를 언급하기 어려운 부분이었지만 親기업정책을 기치로 내건 이명박 당선인과 인수위가 우선 중소기업의 가업상속 지원이라는 명분과 함께 그 물꼬를 튼 것으로 풀이된다.
인수위가 기업 조세정책 중 유독 중소기업 가업상속에 대해 우선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 당선인의 공약인 일자리창출에서 중소기업이 부담할 부분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흔히 중소기업은 전체 기업의 99%를 차지하고 88%의 고용을 분담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일자리창출의 핵심역할을 담당하게 되는 것.
그러나 기업들은 가업상속에 대한 세 혜택 뿐만 아니라 ▲상·증세의 취득과세형으로의 전환 ▲과세 등급별 차등세율 적용 등 다양한 요구를 계속하고 있다.
□ 중소기업의 최대주주 주식할증평가 유보 연장
현행세법상 최대주주의 보유주식에 대해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의 대가로 10∼30%의 할증과세를 적용하고 있다.
상장·비상장의 구분 없이 최대주주 지분율이 50%이하인 경우 20% 할증, 최대주주 지분율의 50% 초과는 30% 할증평가하는 데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10%, 15%할증으로 다소 낮은 기준이 적용된다.
게다가 중소기업의 경우 이마저도 2009년말까지는 할증평가를 배제하고 있다.
중소기업에 대한 기업경영권 상속할증적용배제는 당초 지난 2006년말 일몰이 예정됐었지만 2009년말로 다시 일몰이 연장됐고, 이명박 정부가 이를 다시 연장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에 사실상 임투세액공제와 같이 지속적인 혜택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대기업은 할증평가에서 배제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업계는 할증평가를 완전히 폐지하거나 전체적으로 완화하는 방향을 요구하고 있다.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주식을 처분하거나 물납할 경우 지분률이 크게 하락해 경영권을 위협하게 되고, 상속세로 인해 재산의 크기가 줄고, 경영권승계의 원리 자체가 불확실해 질 경우 기업가 정신도 크게 약화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현 정부의 입장은 불가에 가깝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할증평가제도는 경영권이 포함된 주식의 경우 통상적인 주식보다 높은 가액으로 거래되는 점을 감안해 주식가치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라며 "기업의 부의 세습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고려할 때 대기업의 최대주주에 대한 할증평가 완화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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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의 취득과세형으로의 전환
현재 우리나라의 상속세는 '유산과세형'으로 상속받는 재산액에 상관없이 동일한 세율을 적용하고 있어서 각각의 담세력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유산과세형은 상속재산을 전체 단위로 해서 공동상속인 경우에도 상속분에 따른 분할을 하지 않은 상속재산 전체에 누진세율을 적용해 산출세액을 계산하는데 반대로 상속에 의해 상속인들이 취득하는 재산을 과세단위로 해서 세액을 산출하는 방식도 있다. 이것이 취득과세형.
쉽게말해 10억원인 아버지의 유산 전체에 대해 누진세를 적용하는 것이 유산과세형인 반면, 다섯명의 형제가 2억원씩 상속받는 것으로 할때 취득하는 각각의 2억원을 과세단위로 해서 세액을 산출하는 것이 취득과세형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상속세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들은 취득과세형을 채택하고 있다"며 "상속세는 현행 유산과세형에서 취득과세형으로 전환해서 주요선진국과의 조화도 이루고, 각각의 담세력에 맞는 과세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독일, 프랑스, 일본이 취득과세형을 채택하고 있으며, 유산과세형이던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은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로 대체했다.
또 유산과세형인 미국도 오는 2009년까지 단계적으로 상속세를 완화, 2010년에는 한시적으로 상속세를 폐지하는 법안이 마련돼 국회에 계류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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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업상속지원은 못 먹는 감(?)
가업상속에 대한 상속 및 증여세 부담 완화는 그동안 기업들이 꾸준히 요구해 왔던 문제라는 점에서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이와 관련해 이미 중소기업의 가업상속을 지원하는 세제도 마련돼 있음도 이에 대한 필요성을 반증하고 있다.
문제는 적용요건이 제법 까다롭다는 것인데 금년에 다소 완화돼 개정된 세법을 보더라도 피상속인이 15년이상 사업을 영위해야하고, 상속세 신고기한(피상속인 사망 후 6개월) 내에 상속인이 대표이사로 취임해야하며, 10년간 사후관리를 받아야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금년 개정안에서는 가업상속공제의 한도가 기존 1억원에서 최대 30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는 긍정적인 변화도 포함돼 있긴 하다.
정영화 세무사는 "가업상속 받은 중소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재산권의 보전 내지는 개인과 국가경제사회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업종의 전환이 필요하기 때문에 상속기업유지는 재고돼야 한다"며 "피상속인의 사업영위기간은 10년 정도로 하고 대표이사 요건은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요건 완화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도 "중소기업청이 2005년 실시한 중소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평균 사업영위기간은 10.6년에 불과하다"며 "기업현실을 반영해 최소사업영위기간을 최소한 10년 이하로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