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부터 진행되어온 검찰 수사과정에서 국세청을 향한 대다수 의문점들은 정리됐지만 전체적인 세무조사 무마의혹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아 먼저 해명에 나서기도 좀 그랬던 국세청으로선 차라리 차제에 깔끔하게 정리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 것.
4일 주말을 보내고 출근한 국세청 직원들은 "전군표 前국세청장에 이어 전·현직 국세청 수뇌부들이 또 법정에 서게 되는 것 아니냐"며 한 때 수군거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청탁관련 의혹들이 국세청 생리와는 다른 부분을 발견하고는 이내 평온한 상태로 돌아섰다.
전군표 전청장 사건 때만 해도 전 직원이 책상 앞에 둘러앉아 대책마련에 골몰하는 모습을 보였던 감사관실의 경우도 김기주 감사관이 안승찬 감사과장을 대동하고 부하직원의 문상을 가는가 하면 감찰담당관실은 설 연휴 감찰활동에만 치중하고 있었다.
신성해운과 관련된 의혹내용은 무엇인지 그리고 국세청은 이 사건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자세히 알아봤다.
■ 신성해운 세무조사 언제 그리고 누가 했나
국세청이 신성해운에 대해 특별세무조사를 벌였던 것은 지난 2004년 2월부터다. 당시 세무조사는 이 해운업체의 공동창업자 서某씨와 박某 대표와의 갈등으로 서某씨가 국세청에 회사가 350억∼4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일을 제보하면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세무조사를 맡았던 기관은 서울국세청 조사4국. 당시 조사4국장은 한상률 現국세청장이었으며, 조사는 4국3과 K과장과 W사무관 지휘아래 C조사관이 조사반장을 맡는 식으로 진행됐다.
이 회사에 대한 세무조사는 7월까지 약6개월 가까이 진행됐으며, 회사가 경비라고 주장하는 돈에 대한 비용인정 여부가 최대 과세쟁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세무조사에서 국세청은 이 회사에 법인세 50여억원과 대표이사에 대한 소득세로 20여억원 등 모두 77억원 상당의 세금을 추징한 것으로 알려졌다.
■ 검찰이 수사에 나선 계기는
신성해운 세무조사와 관련해 세무조사 무마목적의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지난 연말, 이 회사에 이사로 근무했던 이某씨가 회사대표 박某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박씨가 세무조사를 무마해주면 회사지분 20%를 넘겨주기로 했으나 넘겨주지 않는다"며 소송을 내면서, 자신의 장인이었던 정상문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 뇌물을 준 일과 국세청에 로비를 벌인 정황을 진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정 비서관에게 지난 2004년 신성해운에 대한 국세청 특별세무조사 무마 로비와 관련해 1억원을 건넸다는 것이다. 그 결과 이 회사는 국세청 조사결과 수백억원대의 세금탈루 혐의를 받았지만, 70여억원 상당의 추징에서 선방하게 됐다는 것.
이와 함께 이씨는 국세청이 원래 2004년부터 1994년까지 조사를 벌여야 했으나, 2000년부터 2004년까지만 조사했다는 것도 청탁의 근거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 비서관은 이씨의 주장에 대해 "돈을 받지 않고 되돌려 보냈다"고 일축하고 있다.
사정당국자들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2003년 정 비서관의 딸과 결혼했다. 정 비서관은 그러나 자신의 사위가 고졸 출신이면서도 미국 MBA라고 속인 사실 등을 뒤늦게 확인하고, 미국변호사 자격을 가진 자신의 딸과 이씨를 2005년 이혼시켰다.
이씨는 결혼한 이듬해인 2004년 한참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고 있던 신성해운에 자신이 정 비서관의 사위인 사실 등을 소개하면서 세무조사에 일종의 '역할'을 제시, 이 회사에 취업한 것으로 사정당국자들은 보고 있다.
■ 검찰수사에도 국세청이 태연한 이유
국세청 사람들은 이씨의 주장에 대해 "일방적인 진술인데 뭔 말인들 하지 못하겠느냐"며 "조만간 이씨가 무고죄로 감옥에 들어갈 것"을 자신하고 있다. 국세청이 이처럼 자신하는 이유는 뭘까.
▲ 로비가 개입될 세무조사가 아니었다
국세청 사람들은 이씨의 주장이 설득력이 없는 이유는 국세청 생리를 전혀 모르고 한 말이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심층세무조사(=특별세무조사)를 책임진 조사4국이 세무조사를 벌이는 일은 ▲제보 ▲명백한 탈루혐의 포착 등으로 제한된다.
국세청 사람들에 따르면 국세청 스스로 개별기업 분석결과를 토대로 벌이는 심층조사의 경우는 로비 등이 개입될 공간이 존재한다. 그러나 제보를 통해 세무조사를 벌일 경우는 극도로 조심 할 수밖에 없다는 것.
대부분의 제보가 악의를 가졌거나 시도했던 협상이 깨진 경우에 일어나는 것이어서 자칫 로비를 봉합했다간 검찰, 청와대 등으로 투서가 확산될 가능성이 99%이기 때문에 비리여지가 있을수 없다는 것이 국세청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 회사 세무조사를 담당했던 W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법에 따라 세무조사를 했을 뿐"이라며 당시 세무조사에 문제가 없었음을 주장했다.
▲ 10년치 조사를 5년으로 축소(?)
국세청 사람들은 "10년치 조사를 한꺼번에 한다는 말은 들어보지도 못했다"고 한다. 국세청에 부여된 국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인 부과제척기간이 '5년'으로 못박아 놓고 있기 때문. 이 회사는 법이 부여한 최대기간인 2000년부터 2004년까지 5년치 거래를 조사받았다.
▲ 뇌물의 일부인 5000만원을 되돌려줬다(?)
국세청 사람들은 당시 이 회사 세무조사를 벌였던 한 직원이 뇌물을 받은 뒤 그 일부인 5000만원을 되돌려줬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태연했다. 사실을 알아보니 그게 아니더라는 것.
국세청에 따르면 신성해운 세무조사 결과에 대한 모든 조치는 2004년 마무리 됐다. 그런데 이 직원이 이 회사 임원으로부터 5000만원을 빌린 시기는 2005년이며, 되돌려준 시기도 2005년이었다. 검찰 수사가 있기도 전에 되돌려줬다는 것.
돈을 빌려준 이 회사 임원은 이 조사요원 친척의 친구뻘로 전해졌다. 특히 이 직원은 돈을 빌리면서 차용증서를 써줬을 뿐만 아니라, 매월 25만원 상당의 이자지급 그리고 원금을 갚는 것을 모두 온라인으로 거래했다.
일반적인 뇌물은 증거인멸을 위해 현금으로 주로 오가지만, 이 친구는 이자와 원금을 갚는 것을 모두 '증거'가 남는 온라인으로 거래했고, 이 증서들을 모두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었다는 것. 이 때문에 검찰도 이 직원에 대해 무혐의 처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