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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회계신인도 더 나아가 국가 전체 투명도를 높이는데 '회계감사'를 주업으로 하는 회계법인들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현재 50위권에 머물고 있는 국가 회계신인도를 'Top-10'으로 끌어올린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운 회계업계는 최근 국제회계기준의 전면 도입이라는 흐름에 편승, '회계업'에서 '회계산업'으로 발돋움하느냐를 결정지을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그러나 국제회계기준(IFRS)과 FTA로 인한 대외적 환경의 변화 그리고 집단소송제도와 외부 감사인 강제교체제도 등의 대내적 환경은 회계법인에게 순풍과 역풍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도 현실.
회계사와 세무사 등 3000여명의 전문가를 거느린 삼일회계법인 안경태 회장을 가 만나 ▲국제회계기준 전면도입의 의미와 파장 그리고 이에 대비한 준비자세 ▲한국 회계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 등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회계산업 주요현안에 대해 들어봤다.
안 회장은 2시간 15분간 진행된 인터뷰에서 ▲공격적 조세회피에 대한 시각 ▲회계감사법인 6년 교체에 대한 입장 ▲집단소송제도에 대한 대책 ▲부실감사 방지를 위한 노력 ▲훌륭한 회계사가 되기 위해서 갖춰야 할 자질 등에 대한 소신을 차분하게 밝혔다.
■ 국내 최대 삼일회계법인의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새롭게 추구하는 아젠더는 무엇입니까?
= 2003년 7월 1일자로 CEO로 취임해 실제 경영을 맡아서 해왔고, 이후 2007년 5월에 CEO와 회장직이 겸직된 뒤로 회사의 4대 경영방침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4대 경영방침은 ▲정도경영 ▲열린경영 ▲내실경영 ▲미래경영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작년에는 한 차원 높은 전문화, 새로운 컨설팅 능력으로 블루오션 개척, 글로벌화 등의 세 가지 과제를 중점적으로 추진했습니다.
■ 삼일회계법인은 국내 회계법인 중에서 으뜸으로 꼽힙니다. 이처럼 '최고의 자리'를 지켜낼 수 있는 비결은.
= 기본적으로 회계법인 조직의 근본은 사람입니다. 좋은 사람을 잘 뽑아서 잘 관리시켜 일을 하면 좋은 서비스를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고객에게 신뢰를 받고 이를 바탕으로 의뢰를 받으면 잘 되는 것입니다. 스타트는 좋은 사람입니다.
이외에 원칙이 살아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도 프로로서 (직원들이)기본 룰을 벗어나는 것에 대해서는 용서하지 않습니다. 직업 윤리 규범을 업계에서 가장 먼저 만들었고, 전 직원이 지켜야 할 것을 (사원증 및 출입증에)압축해서 늘 갖고 다닙니다.
■ 회계법인의 고유업무는 누가 뭐래도 회계감사일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본연인 회계감사보다는 세무컨설팅을 비롯해 합병 등의 컨설팅, 경영자문, 교육사업 등에 더욱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회계지식을 바탕으로 해서 부산물로 컨설팅을 하는데 감사의 독립성을 저해하지 않은 원칙을 지키면서 하고 있습니다. 재무제표 등을 제외한 일을 하고, 감사위원회에 신고를 해서 동의를 할 때 컨설팅을 하게 됩니다.
감사하는 회사에는 컨설팅을 못하게 돼 있습니다. 이것은 자기 감사가 되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자기 감사를 못하게 돼 있는데 이것을 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회계법인은 회계감사뿐만 아니라 컨설팅을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데 단지 회계감사를 하는 집단으로만 회계법인을 보지 말아줬으면 합니다.
■ 회계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가 나서줘야 할 일은
회계사를 볼 때는 회계감사를 수행하는 단체로만 인식하고 있습니다. 인가된 서비스를 잘하고 있는지를 보는 데만 포커스 맞추어 왔습니다. 일종의 감독 내지 규제 대상의 산업이죠.
감사하는 회사에는 컨설팅을 못하게 돼 있는데, 전 세계적으로 자기 감사를 못하게 돼 있다.
이것을 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일종의 회계산업으로 봐서 우리나라 회계법인을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데 단지 회계감사를 하는 집단으로만 회계법인을 보지 말라.
■ 현재 외부감사인 6년 교체제도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회계감사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실시하는 제도로 알고 있습니다.
= 강제교체는 해외 선진국에서는 없는 제도로 이것이 회계 후진국의 상징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선진국에서 회계법인을 바꾸는 것이 효과적인가, 회계담당 파트너를 바꾸는 것이 효과적인가를 연구했는데 회계법인을 바꾸는 것은 감사의 질을 높이는데 그렇게 도움이 안 된다고 나와 있습니다.
현실로 회계법인이 감사 계약에 신경 쓰느라 다른 데 개발하기가 힘듭니다. 미국은 상장회사 회계법인 감사 계약기간이 평균 48년입니다. 기술을 계발하듯 품질 가격 요소 등에서 노력해야 인센티브가 있습니다. 품질 좋은 것이 시장을 지배하도록 정부가 끌어가야 품질을 키우고 그 힘을 바탕으로 외국에 가서 큰 일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매 6년마다 회계감사를 두고 경합이 이뤄지기 때문에 회계법인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선진국에 비해 회계감사 포스가 떨어집니다.
(6년 교체제도는) 회계투명성, 독립성을 올리자는 것인데 기업과 회계법인이 서로 봐주면서 가자는 것은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봐주면 엄청난 리스크를 갖게 됩니다.
또한 우리나라 기업이 글로벌로 가고 있고, 기업의 사업자체가 복잡하고 매년 감사를 해도 직원들도 바뀌고 있어 회사를 이해해야 감사를 하는데 이해하는 데도 몇 년이 걸립니다. 감사를 따내기 위해 불필요한 코스트가 계속 올라가고 있습니다.
■ 집단소송제도는 회계법인에게는 분명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대규모 기업의 경우 회계에 문제가 있다고 믿지 않습니다. 회계를 잘못해서 받는 불이익이 크기 때문입니다. 분식회계로 문제가 생겼을 때 받은 리스크는 100배, 1000배입니다.
대기업은 문제가 생기면 자체 해결할 능력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코스닥에 상장돼 있는 작은 기업들에 위험이 있습니다. 리스크가 어디서 생길 것인가는 오히려 작고 주인이 자주 바뀌는 곳에 포커스를 맞추는 게 중요합니다.
■ 최근 세법의 허점을 교묘하게 파고드는 공격적인 조세회피 행위 등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공격적 조세회피는 회피냐 절감이냐의 문제가 있는데 경계가 애매한 점이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우리나라에서의 공격적 조세회피는 의도적인 탈세가 없다고 봅니다.
조세 선진화 차원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해석과 민에서의 택스 해석이 상호 동반되는 것으로 조세 민주화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 오는 2011년 전면 도입되는 국제회계기준에 대한 평가 그리고 이에 대한 기업들의 최선의 준비는
=정부가 작년 3월에 국제회계기준 로드맵 발표는 획기적입니다. 한국 회계기준을 갖고 외국에 나가서 한국회계기준으로 만든 재무제표가 잘 만들었다 해봤자 거기에 대한 신뢰도가 없다. 한국회계기준이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느냐죠.
전면도입이 되면 회계신인도도 엄청나게 올라가기라 생각합니다. 한국회계사회에서도 회계투명도 Top-10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는데, 정부도 관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달라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기업들이 빨리 움직여야 된다고 생각한다. 중소기업들은 상장회사지만 아직까지 이것에 대한 움직임이 많지 않은 현실입니다. 2011년에 도입되는데 비교재무제표를 공시해야 하는 것을 감안하면 2010년부터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과연 기업이 준비돼야 회계법인도 감사를 할 수 있는 것인데,. 그런 노력이 정부에서도 기업들이 빨리 준비하도록 해야 하지 않으냐 보고 있습니다.
■ 기업의 분식회계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분식회계 축소를 위한 노력이 있다면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2003년도에 취임하자마자 무결점 감사를 하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문제는 어떤 식으로 시스템을 갖춰나가느냐의 문제입니다. 처음에 계약하는 단계부터 회사의 위험도를 점검하고, 여러 가지 체크리스트를 갖고 포인트를 산출해 요주의 정도가 나오면 계약을 하지 않습니다.
감사 계약 단계에서는 완벽한 감사를 위해 종횡으로 감사를 하고 있습니다. 일부 감사 업무는 제 3의 팀이 하도록 해 감사팀 자체를 일부 견제하고 있습니다. 또한 감사를 하면서 감사 현장에 가서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과거 데이터베이스를 갖추고 회계지식에 대해 컨설팅을 해주는 어카운터가 있고, 현장에서 컨설팅을 해주는 부서 및 감사 절차에 대한 어카운터도 있습니다. 또한 선임 회계사(상무급 이상)중에 감사에 오류가 있으면 제 3의 점검을 하게 됩니다.
이밖에 심리실이 있어 심리실에서 감사보고서가 나온 후에 점검을 하고, 다양한 각도에서 자칫 놓칠 수 있는 부분을 감사합니다.
■ 한국 회계업계의 좌장으로도 볼 수 있는데, 한국 회계산업이 나아가야 할 큰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회계법인 영역은 외국인에게 돈이 많이 나가는 영역입니다. 우리나라 기업이 미국에 상장하면 미국 기준에 맞춰 감사해야 하는 등 이 과정에서 외국인이 관여하고, 이 과정에서 돈이 나갑니다. 이 업무를 우리가 대신하게 되면 외국에 돈이 안 나가게 되는 것입니다.
싱가포르, 홍콩에 상장하는 경우에 우리나라가 감사를 하게 되면 수입대체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작년에 삼일은 일본, 중국 등 다른 나라에서 외화로 3~40억원을 벌었습니다. 수입대체 효과까지 감안하면 500억원 이상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회계산업은 지식산업이고, 고급분야 산업인데 정부에서 여기에 관심을 갖고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키워야 하는 영역입니다. 회계산업은 지식산업으로 정보를 다루고 있는 것인데 한국이 약해 다른 나라에 지배를 받게 되면 상당한 손해입니다.
또한 삼일회계법인도 단지 국내 1위 회계법인으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 좀 더 고객에게 높은 부가가치를 줄 수 있는 법인이 돼야 합니다. 해외를 봐야 합니다. 다른 나라 회계법인과 경쟁하는 입장에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희도 해외 시장에 나가 한국기업과 외국기업을 서비스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가야 합니다.
■ 후배 회계사들에게 좋은 회계사의 조건 등 덕담을 해달라
신입사원 들어올 때 "이제부터는 자격증은 잊어버리고 이제부터는 실력이다. 전문 실력으로 인정받아야 살아남는다"라고 말합니다.
학교 교수는 책을 많이 보면 되지만. 우리는 경험을 많이 해야 합니다. 지식과 경험을 동시에 갖춰야죠. 그래서 일을 찾아서 많이 해라. 끊임없이 공부해라. 세상에는 공부하는 사람과 공부 안 하는 사람으로 나눠진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글로벌이기 때문에 영어가 기본으로 갖춰져 있지 않고 살아남지 못합니다. 영어가 내 실력의 일부가 되게 해야 합니다. 영어를 하고 실력을 갖추면 글로벌 플레이어가 됩니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