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에 참여했던 경제부처 장관들의 퇴임 후 인생설계가 각양각색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 내에 참여정부 마지막 각료들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당초 예상보다 좀 더 자리를 지키게 됐지만 이들은 저마다 `다른 인생'을 꿈꾸며 퇴임 이후의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일부 장관은 4월 총선을 통해 여의도에 입성함으로써 다시 국가에 봉사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세웠는가 하면 미국 유학길에 오르거나 붓글씨나 댄스를 배우며 모처럼의 여가를 즐기겠다는 이들도 있다.
20일 각 경제부처에 따르면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퇴임 후 일단 쉬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국내외 5개 대학에서 '모셔가겠다'는 제의가 있었지만 이 조차도 고사할 정도다.
막내딸이 미국 소재 대학에 갈 예정이어서 올해 가을께에는 미국에 있을 것 같다고 밝히는 등 퇴임 후 '자리 만들기'에는 별 의지가 없어 보인다.
그는 대신 조만간 댄스교습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며 붓글씨도 배우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과거 중국에 출장 가서 방명록을 쓸 때마다 붓을 잡지 못하고 볼펜으로 써야했던 것이 못내 아쉬웠다는 소회다.
권 부총리는 또 몰래 골프연습도 시작했다고 털어놓는가 하면 등산 다닐 때 필요하다며 MP3에 노래를 다운받는 방법을 배우는 등 모처럼 만의 휴가 계획에 들떠있는 모습이다.
다음달에는 그가 유럽 각국의 경제모델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우리의 가야할 길을 제시한 저서(가제:유럽에서 길을 묻다)도 출간된다.
`바른생활 사나이'로 불리는 김영주 산자부 장관은 늦깎이 유학파다. `공부하겠다'는 본인의 소신대로 해외에서 조용한 연구생활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개인적으로 미국 워싱턴 인근 공공정책 연구기관의 객원 연구원 자리를 타진해 거의 자리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산자부 관계자들이 전했다.
오영호, 이재훈 두 차관은 아직 거취를 뚜렷하게 정하지 않았으나 참여정부 기간 고위 공직자로 숨가쁜 일정을 소화한 만큼, 당분간 쉬면서 김 장관처럼 해외 연구활동 등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임상규 농림부 장관은 퇴임 후 고향(광주) 인근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 교수, 학자의 길을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옛 선비들은 중앙무대에서 은퇴하면 낙향해서 후학 양성에 힘썼다"며 이런 계획을 암시했다.
임 장관은 주위로부터 총선 출마 권유도 적지 않게 받았으나, 30여 년간의 공직생활을 명예롭게 마감하고 싶다는 소신에 따라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수산부 장.차관은 자리에서 물러나면 당분간 긴 휴식시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강무현 장관과 이은 차관은 작년 11월 2012년 여수세계엑스포 유치에 이어 12월 태안 유류오염사고수습, 이어 정부조직개편에 따른 해양부의 존폐 위기로 인해 하루도 쉴새없이 동분서주하는 바람에 퇴임 후 계획은 신경조차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해양부 관계자는 "여수엑스포 유치를 위한 아프리카 등 오지 출장에 이어, 태안 사고 현장을 지킨 뒤 연일 국회에서 해양부 존치를 위해 뛰다 보니 장.차관 모두 지칠 대로 지친 상태"라며 "퇴임후 계획을 세울 여유조차 없다"고 말했다.
장병완 전 기획예산처 장관과 이용섭 전 건교부 장관은 일찌감치 장관직을 사임하고 정계에 도전장을 내민 케이스다.
장병완 전 장관은 현재 광주 북갑에서 출마하기 위해 표밭을 다지고 있으며 이용섭 전 장관도 광주 광산구 출마를 앞두고 표밭갈이에 열중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