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07년 2월 23일, 과천 재정경제부 국제회의실에서는 우리나라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조세조약이 전격 체결됐다.
이날 협상을 마치고 누구보다 환하게 웃은 사람은 협상을 주도한 김도형 당시 재경부 조세기획심의관이었다. 국제조세분야에서 근무하면서 조세조약만 10여개국과의 가서명을 이뤄낸 그의 '실력'이 또 한번 발휘된 순간이었다.
한달 후 그는 재경부 최초의 조세정책국장 공모에서 5:1의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두 단계 승진(고위공무원단 등급 '마'→'다')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 김도형은 '관운'과 인연없는 인물?= 사실 김 국장은 대학시절 행시(21회)에 합격, 졸업과 동시에 사무관으로 임용된 '젊은 인재'였지만, 나중에는 행시 기수에 비해 나이가 젊다는 점 때문에 오히려 승진에 발목이 잡혔다.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 '관운(官運)'과 인연이 없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참여정부 출범 초기 국세심판원 상임심판관을 맡고 있던 김 국장은 2005년 4월부터 2006년 3월까지 1년 간 국세청 법무심사국장으로 파견을 다녀오면서 '타 부처 파견근무자에 대한 승진 우선권'을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김 국장에 앞서 국세청(법무심사국장) 및 농림부(농업구조정책국장)로 파견을 떠난 김용민 감사원 감사위원(17회)과 장태평 국가청렴위원회 사무처장(20회)이 재경부 복귀 당시 세제실장과 정책홍보관리실장 등 1급으로 승진한 전례가 있었기 때문.
그러나 국세청 파견에서 돌아온 그에게 주어진 보직은 재경부 내 T/F팀이었던 조세개혁실무기획단 부단장이었다. 몇 달 후 T/F팀이 해체되면서, 세제실 하부조직인 조세기획심의관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1년만에 권토중래(捲土重來), 지난해 3월 세제실 내 핵심 요직인 조세정책국장 공모에 합격했다.
□ 굵직한 조세제도의 중추 역할 담당‥'미다스 손'?= 김 국장은 국세청 일선 세무서 등에서 사무관 시절을 보내고, 서기관으로 승진한 후 재경부 세제실 국제조세과장, 재산소비세제과장 등을 지내면서 상속·증여세 포괄주의와 증권거래세 액면가 이하 과세 등 세제분야의 굵직한 제도를 입안했다.
국세청 법무심사국장 파견 당시에는 과세품질혁신위원회와 과세쟁점자문위원회를 만들고, 법령해석정보를 데이터베이스(Database)화하는 등 부실과세 방지를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 이를 계기로 국세청에서는 부실과세와 납세자 불복건수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분석을 내리고 있기도 하다.
당시 이주성 국세청장은 자칫 느슨해지기 쉬운 파견기간에 열정적으로 업무를 처리한 김 국장에게 "과세품질 향상을 위해 노력해준 공로에 크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재경부에서 조세기획심의관 등 국제조세 업무를 담당할 때는 맺기가 어렵다는 조세조약을 10여개국과 체결하는 실력을 발휘했다. 전·현직을 통틀어 조세조약 가서명을 10개국 넘게 만들어낸 사람은 이용섭 前국세청장(현 건설교통부 장관) 정도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현 직위인 조세정책국장으로 승진하자마자 2년간 입법이 지연되던 정부의 '성실납세제도 도입안'을 입안하고, 12년만에 이뤄진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에도 결정적 역할을 하는 등 정책을 다루는 솜씨가 뛰어나 '미다스 손'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 통계 해석능력 뛰어난 '실력파'‥업무는 '노력형'= 김 국장과 함께 일해 본 후배들은 조세분야와 관련한 '실력'에 대해서는 최고로 꼽는다. 각종 통계를 해석하는 능력이 뛰어나며, 치밀한 업무처리 방식을 선호하지만, 추진력도 강하다는 평이다.
특히 그는 전형적인 '노력형'으로 직원들보다 먼저 출근해 늦게 퇴근하는 등 일에 대한 애착이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재경부 주차장에는 그의 승용차(그랜저XG)가 가장 먼저 자리를 잡고, 밤늦게까지
| 남아있는 날이 많다. 조세개혁실무기획단 부단장으로 근무하던 2006년 독일 월드컵 기간에는 축구경기 시청도 마다하고, 당시 조세분야 최대 이슈였던 중장기 조세개혁방안 관련 업무에 열정을 쏟았던 모습은 후배들에게 귀감으로 전해진다. 김 국장은 그동안 조세정책에 이바지한 공로로 오는 3월 3일 제42회 납세자의 날 행사에서 공무원으로서 최고 영예인 홍조근정훈장을 수훈할 예정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