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검찰' 공정거래위원회의 새로운 수장에 백용호 이대 교수가 임명됨에 따라 향후 공정거래정책 노선의 대대적인 수정이 예고되고 있다.
백 신임 위원장이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기치로 내건 이명박 대통령의 기업정책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인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백 위원장은 5일 청와대가 임명을 발표한 뒤 향후 공정거래 정책방향에 대해 "기업들의 무대 자체가 세계로 확대되고 있으므로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변혁을 예고했다.
그는 "그동안 공정위가 해온 대기업집단(재벌)에 대한 규제가 투명성을 높이고 경쟁질서를 확립하는데 도움이 됐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이제는 기업들이 공정한 경쟁질서를 지키면서 마음껏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제도적인 틀을 마련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백 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앞으로 공정위가 기업들에 대한 사전적 규제에서 벗어나 사후 감시를 위한 틀을 갖추고 운용하는데 주력함으로써 기업활동을 촉진하는데 도움을 줘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동안 공정위가 재계로부터 기업활동을 저해하는 주범으로 비난을 받아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새 정부에서는 공정위가 출총제 등 규제의 대폭 완화를 통해 기업활동을 지원하는 식으로 정책방향을 '유턴'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더구나 백 위원장은 그동안 여의도연구소 부소장과 서울시정개발원장, 바른정책연구원장 등을 통해 10여 년 전부터 이명박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왔기 때문에 'MB노믹스'의 기조에 충실한 정책을 전개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백 위원장은 자본시장 분야의 전문가이긴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기조를 충실히 이해하고 집행해 나갈 적임자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장 백 위원장이 위원으로 참여했던 인수위가 공정위의 대표적 재벌규제 도구였던 출총제를 폐지하기로 결정한 만큼 백 위원장의 취임후 첫 작품은 출총제 폐지를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작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재계가 그동안 상호출자제한제도 등 대기업집단에 대한 여타 규제들도 모두 철폐할 것을 요구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백 위원장이 이런 규제들에 대해서도 '메스'를 들이댈지 여부도 관심사다.
출총제 폐지를 비롯한 대(對) 재벌규제 완화작업이 실제 착수되면 야당과 시민단체 등의 반발도 만만찮게 제기될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그동안 재벌규제 완화에 대한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맞서왔기 때문에 '기업규제 '전봇대'를 뿌리뽑아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새 정부의 정책기조가 재벌에 대한 경제력 집중이나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와 어떻게 조화를 이뤄나갈지가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 공정거래 정책에서 대.중소기업의 상생을 위한 불공정 하도급거래 감시나 소비자 정책 부문 등은 시장의 공정한 룰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인수위도 출총제 폐지와 지주회사 규제 완화 등을 결정하면서 반대로 대기업의 불공정 하도급거래나 입점 업체에 대한 대형 유통업체의 횡포 등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재벌규제는 우리 업무중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으며 대.중소기업간 거래나 소비자 부문에서 할 일이 많기 때문에 그런 분야의 업무를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