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실 언론 통제는 직원의 실수, "노무현 정부의 내부문서"
장관급인 금융위원장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금융위원회와 관련한 기사를 해명하는 일이 벌어졌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의 이런 행보는 너무 이례적인 일로 다른 장관들과의 다른 행보가 눈길을 끌고있다.
11일 오전 금융위 기자실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이 끝나자마자 전 금융위원장이 내려와 브리핑을 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전 위원장의 브리핑 내용은 아침에 홍영만 대변인이 브리핑했던 언론 규제에 가까운 금융위의 기자실 규정에 관한 해명이었다.
금융위가 서초동으로 이사를 가게 되면서 따로 기자실을 만드는 과정에서 출입처 등록에 관한 노무현 정부의 내부 자료가 실무자의 실수로 같이 첨부가 되면서 말썽이 일자 이를 직접 나서서 해명한 것.
이 내부 자료는 금융위에 등록된 기자가 주 3회 이상 출입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불출입사유서를 제출하는 등의 경우를 제외하고 정책홍보팀장이 출입기자 등록을 취소하고 출입기자증을 회수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전 금융위원장은 해명을 통해 "서초동으로 이사가서 기자실을 세우는 관계로 서베이하는 과정에서 첨부할 필요가 없는 자료를 첨부한 것"이라며 "파일도 지난 정부 때의 얘기이며 실수로 첨부됐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특히 그는 "새 정부가 언론과 투명하고 오픈된 자세로 더 많은 정보의 교류를 통해 국민들이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해 숙지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기본 스탠스는 다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며 "저 자신은 그보다 더하면 더 했지 뒤쳐지지 않는다"며 논란을 진화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어 "간부들은 그만한 일에 내려갈 것(위원장의 직접 해명 브리핑) 없다고 했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저는 조직에 총책임을 지는 것인데 그 직원의 책임은 저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상 지금까지 이런 일이 있었으면 장관급 사람이 내려오는 것(브리핑)은 없었을 것이나 저는 본래 다르게 하려고 작정을 한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새 정부의 금융정책과 감독을 총괄할 금융위가 출범한지 얼마 되지 않아 직원의 실수로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리는 것을 직접 나서서 해결하고자 했던 것.
이번 전 위원장의 발걸음은 '프레스 프랜들리(Press Friendly)'를 내세웠던 새 정부와는 반대되는 입장의 노무현 정부의 문서가 잘못 유출된 만큼 깨끗이 오해를 씻어버리고자 하는 마음이 강했던 조치로 풀이된다.
결국 이번 사태는 새 금융위원장의 새로운 행보를 엿볼 수 있었음과 동시에 노무현 정부의 언론 규제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볼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해프닝' 아닌 해프닝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금융위 출입 기자들에게 배포된 내부자료는 노무현 정부 때 만들어진 것으로 실무자는 이 자료를 '금융위원회'와 '날짜'만 바꿔 기자들에게 배포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금융위는 배포된 내부자료대로 할 의사가 없으며, 이사가는 서초동에 기자석이 12~13석밖에 없어 출입기자의 수요를 파악하기 위해 등록신청서 등의 서류를 받게 됐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