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프랜들리' 관세행정 밑그림-
기업 화물관리절차 43단계에서 28단계까지 축소
건별·기획심사 없애고 종합심사로 통일…사전심사 없애고 사후심사만 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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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새 정부 첫 전국세관장회의가 인천공항세관에서 개최됐다. 현장중심의 행정이 강조되고 있는 만큼 이번 회의는 이례적으로 일선 세관현장에서 열려 눈길을 끌었다.
특히 주무장관으로 격려차 참석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관세청의 업무보고에서는 새 정부의 경제운용기조인 '비즈니스 프랜들리'를 실현하기 위한 관세행정의 밑그림이 드러났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FTA 지원확대, 편리한 납세환경 조성, 현장과 고객중심 스킨십 행정 등이 강조됐다.
관세청의 세무조사이자 관세징수의 기반이 되는 심사행정의 경우 그 단계와 종류를 대폭 축소해 기업의 편의를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전심사 없애고 기획심사도 없앤다= 관세분야 세무조사인 세액심사의 경우 통관 전·후에 실시되고 있는 것을 통관후에만 실시하도록 단계를 축소할 예정이다.
현재도 우범화물이나 일부 농산물 등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후에 세액심사를 실시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모든 화물을 사후에 심사한다는 것.
일단 최대한 신속통관을 지원하고 우범여부에 대해서는 사후에 최대한 많은 심사를 통해 걸러 내겠다는 것이 관세청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기존에 사전심사 대상이었던 우범화물이나 탈루 우려가 있는 물품의 경우에 대한 대비책이 어떻게 마련될지도 주목된다.
심사의 종류도 단순화된다. 관세심사는 국세청의 세무조사와 같은 조사형태로 관세포탈, 밀수, 외환거래법위반, 상표법위반혐의 등 전반에 걸쳐 진행되는 종합심사와 특정품목이나 특정거래형태로 수입되는 물품 혹은 특정산업에 속한 기업의 납부세액에 대한 적정성을 따지는 건별심사와 기획심사 등이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건별·기획·환급·원산지심사를 모두 종합심사에 흡수해 종합심사만 실시할 계획이다.
오태영 관세심사국장은 "심사단계의 축소와 종류의 일원화는 정기적으로 오는 2012년까지 시행할 계획이다. 실무자 단위의 TF팀도 구성했고, 워크숍도 열어 단점을 보완할 계획이다"며 "종합심사로 일원화하되 적발시는 엄정히 과세한다는 원칙을 지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세청은 또한 종합심사의 경우에도 심사계획을 미리 알려주는 심사예고제와 심사시기를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심사선택제를 실시해 최대한 기업의 납세편의를 봐준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심사행정의 변화는 관세청 최고의 비즈니스 프랜들리 행정인 셈.
허용석 관세청장이 "5년치를 한꺼번에 추징하는 불합리함을 없애겠다"고 밝힌 것에 이은 정책으로 풀이된다.
□화물처리절차는 절반 이하로 단축= 무역 1조달러 시대를 맞아 교역량은 급증하고 있지만 세관의 인력은 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속통관은 세계적인 수준까지 올라 있는 것이 우리 관세청이다.
허용석 관세청장은 이를 두고 "IT강국으로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거나 아니면 세관에서 해야할 일을 안하고 있는 것"이라는 평가까지 내렸다.
그러나 앞으로 FTA가 활성화되면 교역량은 더욱 늘어나게 돼 관세행정은 어떤 변화에 직면하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말 그대로 '변즉생 불변즉사(變卽生 不變卽死)'이다.
관세청은 수출입화물 흐름에 RFID라는 첨단 기술을 접목해 통관과 화물처리절차를 대폭 단축할 계획이다. 세관절차는 10단계에서 4단계까지, 기업의 화물관리절차는 43단계에서 28단계까지 축소한다는 계획이다.
전자칩을 이용해 세관의 검사 없이도 자동으로 수출입화물이 파악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
관세청은 또한 서류 없는(페이퍼리스) 완전 무서류 전자통관체계를 실현시키기 위해 민간이나 기업이 제출하는 서류(선하증권)까지 전자화하는 방안과 무선인터넷을 이용해 세관직원이 직접 현장에서 통관업무를 종료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FTA는 기업의 새로운 수출성장동력=관세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현재 칠레, 아세안 등 14개 국가와 FTA가 발효중에 있지만 우리 기업들의 FTA활용도는 20%를 밑돌고 있다. 나머지 80% 기업들은 이용할 방법도 모르고 있는 것.
관세청은 본격적인 FTA무역시대를 맞아 기업들이 FTA 이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줄 예정이다.
이를 위해 이른바 멘토(Mentor)행정으로 산업별로 특화된 FTA비즈니스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협조하게 된다. 특히 FTA체결국간의 복잡해지는 원산지규정에 대비해 원산지증명서 발급절차를 간소화하고 관세협력관의 현지파견을 통해 해외진출기업의 FTA통관애로도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국제관세협력 통해 해외진출기업도 지원= 해외 수출기업 및 진출기업에 대한 우리기업지원을 위해 국제관세협력활동이 극대화된다.
관세청은 우선 FTA체결국과의 세관지원협정을 체결하고 개도국과의 관세청장회의를 확대, 현지 진출기업에 대한 우리기업의 통관애로를 적극적으로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금년 3월 현재 15개 FTA체결국 중 6개국과의 세관지원협정 체결이 완료됐으며 금년중 싱가포르 등 4개국과의 협정을 추가로 체결할 예정이다. 또 현재 36개국과의 관세청장회의에 이어 금년 중 베트남 등 5개 개도국중심의 회의가 계속된다.
또 세계관세기구(WCO)총회에서도 아태지역 의장국으로서의 영향력을 확대해 비관세장벽 해소와 교역절차 표준화 등에 힘쓸 계획이다.
□현장중심의 기업 및 납세자지원= 허용석 관세청장은 취임직후부터 전국 47개일선세관을 순회하는 방문일정을 이어가고 있다.
일선 현장에서 고객의 의견과 정책집행실태를 점검하고 직원들의 사기를 제고할 수 있는 여건을 주도적으로 마련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허 청장은 아울러 기업들을 직접 만나는 자리도 마련할 계획이다. 오는 15일에 대한상공회의소에서 'FTA 비즈니스 컨설팅' 간담회를 시작으로 28일에는 주한 유럽상공회의소와 주한 미국상공회의소에서 '다국적 기업 이전가격 평가 개선방향'에 대한 간담회가 연이어 예정돼 있다.
특히 5월1일에는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비즈니스 프랜들리'를 위한 관세행정의 구체적 실천계획을 업계대표들과 만나 설명하는 자리를 가질 예정이다.
